<?xml version="1.0" encoding="UTF-8"?><rss xmlns:dc="http://purl.org/dc/elements/1.1/" xmlns:content="http://purl.org/rss/1.0/modules/content/" xmlns:atom="http://www.w3.org/2005/Atom" version="2.0"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channel><title><![CDATA[K-wave : 한류에 대한 담론과 비평 ]]></title><description><![CDATA[Webzine『KIWI』 K이슈 위클리 인사이트]]></description><link>https://kwave.or.kr/</link><image><url>https://kwave.or.kr/favicon.png</url><title>K-wave : 한류에 대한 담론과 비평 </title><link>https://kwave.or.kr/</link></image><generator>Bluedot 4.5</generator><lastBuildDate>Sat, 11 Apr 2026 20:29:58 GMT</lastBuildDate><atom:link href="https://kwave.or.kr/rss/" rel="self" type="application/rss+xml"/><ttl>60</ttl><item><title><![CDATA[[에세이] 크리스마스에 빛나는 두 여성 ― 2005년에서 2025년까지, 싱글 여성의 시간]]></title><description><![CDATA[브리짓은 나이 들었지만, 삼순은 여전히 2005년에 멈춰 있다. 한국 사회의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우리에게도 진화하는 삼순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40대의 삼순, 50대의 삼순.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완성하고, 후배를 키우고, 여전히 시루떡과 케이크를 만드는 여성.]]></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emogeobseum-62/</link><guid isPermaLink="false">694e65129054480014849726</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Review & Essay]]></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at, 27 Dec 2025 08:14: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2/9uhh8b_202512270814.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h2></h2><h3></h3><p>홍지영 |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p><p></p><hr /><h4>김삼순, 크리스마스이브</h4><p>스물여덟 살의 크리스마스이브, 삼순은 변장을 하고 호텔에 잠입한다. 애인 민현우의 외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룸서비스를 가장해 들어간 방에서 그녀는 현우와 다른 여자를 목격한다. 전직 농구선수답게 당장이라도 그를 때려주고 싶었지만, 결국 삼순이 할 수 있었던 건 문 밖에서 비참하게 기다리다 커피숍에서 눈물을 쏟는 일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라는 가장 로맨틱해야 할 밤은 그렇게 최악의 기억으로 남는다.</p><blockquote>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우는 그녀를 낯선 남자 현진헌이 냉소적으로 바라본다.<br /><br />“크리스마스 특별 쇼인가 보네요.”<br /><br />이 한마디로 두 사람은 최악의 크리스마스에 최악의 첫 만남을 갖는다.<br /><br />“뭡니까? 아줌마. 변태예요?”<br /><br />김삼순에게 이 크리스마스는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다.</blockquote><h3>브리짓의 크리스마스 파티</h3><p>브리짓 존스 역시 부모님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마크 다아시와 최악의 첫 만남을 갖는다. 루돌프 무늬의 어글리 스웨터를 입은 마크는 지나치게 무뚝뚝하고 어색해 보이고, 브리짓은 그를 단번에 “오만하고 재수 없는 남자”로 규정한다. 따뜻해야 할 가족 파티는 오히려 서로의 결점을 확대하는 불편한 공간이 된다.</p><p>두 작품 모두 크리스마스라는 로맨틱한 시즌을 배경으로 하지만,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것은 화려한 사랑이 아니라 현실의 차가운 벽이다. 2005년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lt;내 이름은 김삼순&gt;은 방영 초기부터 “한국판 &lt;브리짓 존스의 일기&gt;”로 불렸다.</p><p>남산 포장마차에서 혼자 참이슬과 우동, 김밥, 꼼장어, 계란말이를 먹어치우는 삼순의 모습은 당시 “쓸쓸하게 나이 들어가는 노처녀”의 상징처럼 소비되었다. 일 마치고 집에 와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채 양푼비빔밥에 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두고 사람들은 “쓸쓸하게 나이 들어가는 노처녀”라며 비웃었다.</p><p>2005년의 크리스마스는 커플만의 축제였다. 싱글이라는 정체성은 곧 실패와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었고, 특히 30대를 앞둔 여성에게 크리스마스는 “결혼하지 못한 인생”을 적나라하게 상기시키는 잔인한 날이었다.</p><figure><figcaption>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크리스마스 파티 — 어색함마저 사랑스러웠던 밤.</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못생긴 스웨터와 와인 한 잔, 그게 바로 브리짓식 크리스마스.</figcaption></figure><h3>평범함의 반격</h3><p>두 작품이 당대에 혁명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그 공식을 안에서부터 뒤집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로맨틱 코미디라면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주인공, 결함 없는 재벌 남자 주인공, 우연처럼 가장된 운명적 만남, 그리고 신데렐라식 해피엔딩이 필수 요소였다. 사랑은 늘 외모와 조건이 보장된 세계에서만 성립하는 것처럼 그려졌다.</p><p>그러나 김삼순과 브리짓은 그 공식에서 의도적으로 비켜 서 있다. 두 사람 모두 통통한 체형의 평범한 외모를 지녔고, 폭식과 다이어트를 반복하며 실패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서른을 앞둔 ‘노처녀’라는 사회적 낙인을 안고 있으며, 일과 사랑 사이에서 늘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들의 평범함은 웃음의 대상이 아니라, 기존 로맨스 서사에 균열을 내는 출발점이 된다.</p><p>브리짓 존스를 향한 일부 남성 관객의 반응은 노골적이었다.<br />“브리짓처럼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 때문에 두 남자가 싸운다는 설정은 말이 안 된다.”<br />르네 젤위거가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식 미의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비판이 쏟아졌다.</p><p>이는 여성 캐릭터에게 요구되는 이중 잣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남자 주인공은 평범해도 괜찮지만, 여자 주인공은 반드시 ‘완벽한 외모’를 갖춰야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통념이다. 김삼순 역시 파리 최고 제빵학교 출신의 실력파 파티시에였지만, 사회가 그녀에게서 본 것은 능력이 아니라 “29세, 미혼, 통통한 체형”이라는 표식뿐이었다.</p><h3>주체적 여성</h3><p>맞선 자리를 망친 진헌에게 삼순이 던진 이 대사는 드라마의 핵심을 압축한다.</p><blockquote>“당신은 누구한테 거절당해본 적 있어요?<br />누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적 있어요?<br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br />당신 같은 사람한텐 흔한 일이겠지만 난 아녜요.”</blockquote><p>이 대사는 사랑의 불안이 계급과 외모, 조건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p><p>브리짓 역시 일기를 통해 자신의 불완전함을 기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줄 사람을 찾아 나선다. 두 주인공은 상처받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이들은 감정에 솔직하고, 필요하다면 남자에게 먼저 주먹을 날릴 줄도 아는 여성들이다.</p><h3>“서른이면 노처녀”: 2005년의 사회</h3><p>2005년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73%가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인식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체형 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몸과 무관하게 여성 열 명 중 일곱 명이 자신을 부족하고 결핍된 존재로 느끼도록 만드는 사회적 압박이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외모는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평가되고 비교되는 사회적 기준이었다.</p><p>드라마 속 김삼순은 자신을 “스물아홉의 뚱뚱한 노처녀”라고 소개한다. 이 자기 규정은 과장이 아니었고, 많은 시청자들은 그 설정에 즉각적으로 공감했다. 한 시청자의 회상은 당시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전한다.<br />“92년에 31살로 뉴욕 유학 갔는데, 다들 20대 초반 여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하더라. 30 넘으면 완전 노처녀 취급이었다.”</p><p>당시에는 스물다섯만 넘어도 친척들이 “과년한 딸 두고 잠이 오냐”며 부모를 압박하던 시대였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체면과 직결된 문제였고, 여성의 나이는 관리 대상이자 통제의 근거였다.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여겨졌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분명한 형태의 구조적 폭력이었다.</p><h3>쉽게 변한 기준</h3><p>불과 5~7년 사이, 한국 사회의 결혼 인식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br />“98년에 28살 신부가 늙어 보인다고 뒷말이 나왔는데, 2003년에 와보니 여자 30 결혼이 보통이 돼 있더라.”<br />이 짧은 증언은 여성의 나이를 재는 기준이 얼마나 빠르고 자의적으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준다.</p><p>이는 ‘노처녀’라는 개념이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시대와 분위기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사회적 산물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28세가 ‘늙은 신부’에서 ‘평범한 결혼 연령’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년이었다. &lt;내 이름은 김삼순&gt;은 이미 사라지고 있던 시대의 감각을 포착했기 때문에, 오히려 당시 30대 여성들에게 더 큰 분노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p><p>20년이 지난 지금, 시청자들은 김삼순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br />“지금 기준으로 보면 삼순이는 꽃다운 나이고, 전혀 뚱뚱하지도 않다. 키 크고, 실력 있고, 빠지는 게 없다.”<br />과거의 낙인은 현재의 기준으로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p><p>그러나 정말 모든 것이 바뀌었을까. ‘노처녀’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여성의 나이와 외모, 결혼 여부를 재단하는 시선 자체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단지 기준선이 25에서 30으로, 다시 30에서 35로 이동했을 뿐이다. 평가의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고, 판단의 대상만 조금 늦춰졌을 뿐이다.</p><figure><figcaption>내 이름은 김삼순 — 사랑보다 ‘나로 사는 법’을 먼저 가르쳐준 이야기.</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연애 드라마의 외피를 쓴, 한 여자의 자존과 생존에 대한 기록.</figcaption></figure><h3>다시 보는 김삼순</h3><p>한 트윗은 이렇게 말한다.<br />“실력 있는 파티시에가 혼술한다고 왜 웃겼을까. 다시 보니 삼순은 정말 멋진 캐릭터였다.”</p><p>고졸 출신으로 홀로 파리 <strong>르 꼬르동 블루</strong>에 유학을 다녀온 여성. 이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냉정히 말해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성취다. 언어, 자본, 계급의 장벽을 스스로 넘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사회가 그녀에게서 본 것은 그런 능력이나 노력의 궤적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오직 “29세, 미혼, 통통한 체형”이라는 세 개의 낙인에 머물렀다.</p><p>그래서 김삼순은 늘 설명해야 했고, 변명해야 했으며, 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능력은 배경으로 밀려났고, 외모와 나이는 전면에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삼순이었다. 백마 탄 왕자가 그녀를 구원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삶을 쟁취하며 미성숙한 남자까지 변화시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그때 우리가 이 서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p><h3>웃음 뒤에 남겨진 편견</h3><p>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종종 ‘치크 플릭’이라는 말로 평가절하됐다. <strong>“치크 플릭(chick flick)”</strong>은 여성을 주 관객층으로 상정한 로맨스·멜로·코미디 영화/드라마를 가리키는 세속적 표현이다. 남성 중심 코미디는 보편적 이야기로, 여성 중심 이야기는 특수한 이야기로 분류되는 구조적 차별 때문이다.</p><p>물론 비판도 가능하다. “관계가 모든 걸 더 좋게 만든다”는 메시지는 위험하다. 그러나 시리즈가 이어지며 브리짓은 나이 든 여성의 현실을 끊임없이 갱신해왔다.</p><p>2025년작 &lt;브리짓 존스: 뉴 챕터&gt;는 50대 싱글맘 브리짓을 그린다. 남편의 죽음, 양육,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삶은 계속되고, 사랑의 형태도 달라진다.</p><h3>초콜릿과 시루떡</h3><p>&lt;내 이름은 김삼순&gt;의 기획 의도는 “초콜릿처럼 식감이 풍부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실연은 초콜릿으로 치유되고,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은 사랑의 복잡한 감정을 대신한다. 동시에 드라마는 삼순이네 방앗간의 시루떡을 통해 또 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케이크가 연인 간의 사랑을 상징한다면, 시루떡은 가족과 일상, 그리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삶의 기반을 의미한다. 로맨스는 흔들릴 수 있지만, 삶을 지탱하는 사랑은 늘 그 자리에 남아 있다는 메시지다.</p><p>이제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비참함이나 결핍의 상징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의 삶이 실패처럼 느껴져야 할 이유도 없다. 많은 싱글들은 이날을 관계의 증명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허락된 휴식의 시간으로 보낸다. 혼자 영화관에 가고, 전시를 보고, 조용히 한 해를 정리하는 일은 더 이상 설명이나 변명이 필요 없는 일상이 되었다.</p><p>이런 변화 속에서 삼순이의 포장마차 장면 역시 전혀 다르게 읽힌다. 2005년에는 “쓸쓸한 노처녀”의 이미지로 소비되었던 장면은, 이제 자율과 선택의 상징으로 재해석된다.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식사를 하는 모습은 비참함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리듬을 지키는 태도에 가깝다. 크리스마스는 이제 사랑의 유무를 증명하는 날이 아니라, 각자의 삶이 존중받는 날이 되었다.</p><h3>멈춘 이야기, 필요한 진화</h3><p>브리짓은 나이 들었지만, 삼순은 여전히 2005년에 멈춰 있다. 한국 사회의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우리에게도 진화하는 삼순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40대의 삼순, 50대의 삼순.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완성하고, 후배를 키우고, 여전히 시루떡과 케이크를 만드는 여성.</p><p>20년 전 이 드라마는 위로였다. 이제는 그 다음 이야기가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날씬하지 않아도, 서른을 넘어도, 마흔을 넘어도, 오십을 넘어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p><p>시대는 변했다.<br />이제 김삼순도 함께 진화할 때다.<br />2026년의 김삼순을, 우리는 만나고 싶다.(끝)</p><p></p><hr /><figure></figure><p><strong>홍지영 박사는</strong><b>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다. 네바다주립대학교(UNLV)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25년 에미상(EMMY) 후보 및 『Who’s Who in American Education』에 등재되었다. 학문적 연구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융합한 독창적인 방법론을 통해, 한국인들의 초국가적 정체성과 문화적 통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와 학술 연구를 연계한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베이스볼 하모니”(2024)와 연계 논문 "한국전쟁 혼혈인 김영도의 생애사 연구"(2024), 다큐멘터리 “One Korean but Two Koreas”(2023)와 연계 논문 “Collaborative Witnessing: A North Korean’s Immigration Experience in South Korea”(2021)가 있다. 이를 통해 영상 매체와 학술 연구의 통합적 접근을 실현한다. 또한, 최근 블랙코미디 영화 “마인드풀 소울”을 완성하며 창작의 폭을 넓히고 있다.</b></p>]]></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분석] OTT 시대의 막장, 왜 반복되는가 ― 감정의 알고리즘과 욕망이 설계되는 방식]]></title><description><![CDATA[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감정의 표현을 통제해 왔다. 분노는 무례, 슬픔은 약함, 질투는 비도덕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는 바로 그 금지된 감정들을 공적 감정으로 승인한다. "울고, 소리치고, 때리고, 복수하는" 장면들이 반복되지만, 시청자는 그것을 '비도덕'이 아니라 '솔직함'으로 인식한다. ]]></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emogeobseum-61/</link><guid isPermaLink="false">6946e8239054480014847f20</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K-drama]]></category><category><![CDATA[Column & Essay]]></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at, 20 Dec 2025 19:11: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2/p2hxlj_202512201852.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em><strong><strong><strong>박미숙 | 대중문화 독립연구자</strong></strong></strong></em></p><p></p><p></p><hr /><p></p><p><strong>Ⅰ. 서론 </strong><br /><strong>― 막장 드라마, 욕망과 도덕의 경계에서</strong></p><p>'막장 드라마'라는 말은 조롱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 그것은 한국 대중문화의 핵심 언어가 되었다. 시청자는 "이건 너무 막장이야"라고 혀를 차면서도,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이 모순된 감정 ― 혐오와 몰입, 비난과 쾌락 ― 은 막장 드라마를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만든다. </p><p>막장 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감정 구조를 비추는 거울이다. 불륜, 출생의 비밀, 재벌가의 음모, 폭력, 복수, 파국적 결말 등은 모두 현실의 도덕 질서가 작동하지 않을 때 등장하는 대리적 정의의 서사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만큼, 서사 속에서라도 정의가 복원되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한다. 막장 드라마는 그 결핍된 정의의 욕망을 대리 충족시킨다.</p><p>그렇다면 이 '막장'이라는 감정적 코드가 언제부터 한국 드라마를 지배하기 시작했을까? 막장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한국 TV드라마의 멜로드라마적 전통이 변형·축적되어 만들어진 역사적 산물이다. 즉, 막장은 텔레비전의 역사, 근대의 가족 윤리, 산업화의 욕망, 그리고 감정 자본주의가 뒤섞인 결과다. 그 역사적 계보를 추적하는 일은 곧 한국 사회의 감정사를 읽는 일과 다르지 않다.</p><p><strong>Ⅱ. 역사적 계보 </strong><br /><strong>― TV 멜로드라마에서 막장으로</strong></p><p><b><strong>①1970~80년대 ― 가족국가와 멜로드라마의 탄생</strong></b></p><p>한국 드라마의 뿌리는 1970년대의 가족 멜로드라마다. 이 시기 방송은 국가주의적 산업화와 맞물려, 가정을 국가의 축소판으로 그렸다.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청춘극장》 등은 가족 내 도덕, 희생, 질서를 강조하며 '착한 사람은 고난 끝에 복을 받는다'는 서사적 도식을 굳혔다.</p><p>멜로드라마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근대적 도덕교육의 장이었다. 특히 여성 인물은 '참고 견디는 어머니'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희생과 인내, 가족 유지의 미덕은 당시 국가가 요구한 '근면ﾷ충효ﾷ순종'의 가치와 일치했다. 이 시기 드라마의 감정 구조는 '억제된 슬픔'이었다. 울 수는 있지만, 분노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1970~80년대의 멜로는 '막장'의 정반대 ― 감정의 절제, 도덕의 수호 ― 를 표방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억압이 훗날 막장의 폭발적 감정의 토양이 된다.</p><p><b><strong>②1990년대 ― 민주화 이후, 욕망의 해방과 감정의 혼란</strong></b></p><p>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는 억눌렸던 감정이 분출되는 시기를 맞는다. 드라마 역시 변화했다. 《사랑과 야망》(1987~1990)은 정치ﾷ경제적 격변 속에서  '야망'과 '배신'이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등장시켰고, 《아들과 딸》(1992)은 가부장제의 모순을 여성의 시선에서 비판했다.</p><p>이 시기 드라마는 더 이상 국가의 도덕 교과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착하게 살아도 잘 살 수 없다"는 현실을 체감했고, 드라마는 그 현실의 냉소를 반영했다. 1990년대는 '감정의 민주화'와 '욕망의 노출화'의 시대였다.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소비주의가 교차하면서, 감정은 더 이상 숨기는 것이 아니라 표현해야 할 것이 되었다.</p><p>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이 감정의 해방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대량 해고, 가족 해체, 파산, 신용불량 ― 사회의 근본 구조가 흔들리면서 드라마는 다시 '눈물의 서사'로 돌아간다. 《청춘의 덫》(1999)에서 주인공 서윤(심은하)은 배신한 남편에게 "행복해?"라며 울부짖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 IMF 시대 여성의 절망과 분노의 집단 감정이었다. "참는 여성"이 "응징하는 여성"으로 변한 바로 그 순간, 한국 멜로는 막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br /><br /><strong><b>③2000년대 ― 출생의 비밀과 복수의 구조</b></strong></p><p>2000년대 초반, TV드라마는 본격적으로 '막장 서사의 공식'을 산업화하기 시작한다. 《하늘이시여》(2005), 《왕꽃선녀님》(2003), 《불새》(2004),《내 남자의 여자》(2007) 등은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 재벌가의 음모 같은 설정을 반복하며 "시청률이 곧 진리"라는 방송 산업의 논리를 확립했다.</p><p>이 시기 막장은 단순히 자극적 서사가 아니라, 경제적 위기의 정서적 보상 장치였다. IMF 이후의 불평등 사회에서 시청자는 '정의' 대신 '응징'을 원했고, 드라마는 그 욕망을 충족시켰다. 예컨대 《하늘이시여》의 주인공은 입양된 신분으로 성장해 친어머니와 재회하지만, 그 관계는 복수와 죄책감의 감정 회로로 얽힌다. 이 복잡한 감정의 구조 ― 사랑과 증오, 죄와 속죄의 순환 ― 이 막장 드라마의 정서적 공식이 되었다.<br /><br />또한 2000년대 막장은 여성 시청자의 정서적 대리 경험을 전면화했다. 여성 중심의 서사가 시청률을 견인하면서, 여성은 더 이상 '도덕의 수호자'가 아니라 '욕망의 행위자'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욕망은 언제나 비극으로 끝난다. 즉,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규범의 경계 안에서만 감정적으로 폭발할 수 있었다.<br /><br /><strong><b>④2010년대 ― '시청률 민주주의'와 막장의 산업화</b></strong></p><p>2010년대 들어, 막장 드라마는 하위 장르에서 주류 장르로 승격했다. 《왔다! 장보리》(2014), 《내 딸, 금사월》(2015), 《황금빛 내 인생》(2017), 그리고 《결혼작사 이혼작곡》(2021) 등은 모두 '막장'이라 불리며 동시에 국민적 화제를 모았다.</p><p>이 시기의 특징은 '막장'이 시청자의 투표로 정당화되는 시대라는 점이다. 시청률이 곧 대중의 선택이 되었고, 대중의 선택은 곧 정당성이 되었다. 즉, 막장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으면서도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장르였다. 그 결과, 방송사는 도덕보다 시청률을 우선시했고, 막장은 공식적인 산업 전략이 되었다.</p><p>또한, 2010년대 막장은 감정의 속도를 높였다. SNS와 실시간 반응 문화가 결합하면서, 시청자의 감정은 드라마의 리듬을 조정하는 실시간 데이터가 되었다. '댓글의 분노'와 '트위터의 눈물'이 곧 시청률로 이어졌다. 막장은 이처럼 대중의 감정 피드백을 즉시 반영하는 유기적 장르로 진화했다.</p><p><strong><b>⑤2020년대 ― OTT 플랫폼과 감정의 알고리즘화</b></strong></p><p>2020년대의 막장은 더 이상 'TV의 자극물'이 아니다.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감정은 데이터화되고 자동 추천된다.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2022), 《마스크걸》(2023), 티빙의 《장미맨션》(2022), 쿠팡플레이의 《어느 날》(2021) 등은 기존 막장의 감정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폭력과 복수를 세련된 미장센과 정제된 리얼리즘으로 포장한다.</p><p>이전의 막장이 '과잉된 대사'로 감정을 전달했다면, OTT 막장은 '절제된 침묵'으로 같은 감정을 만든다. 카메라의 거리, 색감, 편집의 리듬이 감정을 대체한다. 즉, 감정은 연출의 기술이자 데이터의 함수가 되었다. OTT의 알고리즘은 시청자의 감정 패턴을 분석해 '막장적 감정 구조'를 반복 제공한다. 분노 → 응징 → 위로 → 허무의 감정 순환은 이제 플랫폼이 설계한 정서 루프이다. 막장은 더 이상 작가의 창작물이 아니라, 플랫폼이 계산한 감정의 구조물이다.</p><p><strong><b>⑥정리 ― 막장의 역사, 감정의 진화</b></strong></p><p>1970년대의 멜로드라마가 도덕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욕망의 시대, 2000년대는 복수의 시대, 2010년대는 속도의 시대, 그리고 2020년대는 알고리즘의 시대다. 막장은 이 다섯 시대를 거치며 한국 사회의 감정 구조를 시각화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p><p>즉, 막장은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감정으로 정치되고, 감정으로 소비되는 사회'로 변화한 과정을 집약한 문화적 기록이다. 그리하여 막장은 끝장이 아니라, 한국 근대 감정사의 연속선상에 있는 집단 심리의 산물이다.</p><figure><figcaption>MBC 드라마 <strong><strong>&lt;인어아가씨</strong>&gt;</strong>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방영된 한국 막장 드라마의 '시초'이자 '지존'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임성한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일일 드라마 사상 전례 없는 파격적인 복수 서사를 선보였다</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strong><strong>《청춘의 덫》</strong></strong>은 김수현 작가의 대표작으로, 배신한 연인에 대한 복수와 용서를 그린 대한민국 드라마사의 전설적인 작품이다.</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넷플릭스 시리즈 &lt;마스크걸&gt;은 파격적인 전개와 강렬한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흔히 '피카레스크(악인이 주인공인 작품)' 혹은 현실적인 '막장' 드라마라는 평을 듣는다.</figcaption></figure><p><strong>Ⅲ. 감정의 사회학 <br />― 막장의 구조적 욕망</strong></p><p>막장 드라마의 핵심은 '과잉된 감정'이다. 그러나 그 감정은 단순히 자극이 아니다. 감정사회학적으로 보면, 그것은 억눌린 감정의 사회적 배출구이자 구조적 욕망의 표출이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사회를 '상징적 투쟁의 장'이라 보았다. 드라마의 감정은 바로 이 투쟁의 표현이다. 사람들은 현실의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분노하지만, 직접적으로 권력에 저항하기보다는 드라마 속 대리적 복수로 감정을 해소한다. 따라서 막장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사회적 억압의 안전밸브다.</p><p>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감정의 표현을 통제해 왔다. 분노는 무례, 슬픔은 약함, 질투는 비도덕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는 바로 그 금지된 감정들을 공적 감정으로 승인한다. "울고, 소리치고, 때리고, 복수하는" 장면들이 반복되지만, 시청자는 그것을 '비도덕'이 아니라 '솔직함'으로 인식한다. 그것이 막장의 감정 정치학이다 ― 감정의 폭로가 곧 정의의 실현으로 여겨지는 구조.</p><p>감정이 곧 정의가 되는 사회에서, 도덕은 더 이상 기준이 아니다. 시청자는 누가 옳은가보다, 누가 더 '진심으로 분노하는가'에 반응한다. 막장 드라마는 이 감정 중심적 정의관을 시각화한다. 예를 들어, 《청춘의 덫》에서 서윤의 눈물은 도덕적 설교보다 더 강력한 도덕적 힘을 가진다. 그 눈물은 도덕이 무너진 사회에서 감정이 마지막 정의임을 상징한다.</p><p>이러한 감정의 구조는 한국 사회의 불의에 대한 정서적 합의와 연결된다.사람들은 더 이상 제도적 정의를 믿지 않는다.그래서 막장 드라마는 '법의 정의'가 아닌 '감정의 정의'를 복원하는 가상의 공간이 된다. 즉, 막장은 정의의 붕괴 이후 등장한 감정 민주주의의 상징 장르다.</p><p><strong>Ⅳ. 젠더와 권력 <br />― 악녀에서 생존자로</strong></p><p>막장 드라마의 인물 구조를 보면, 여성은 항상 중심에 있다. 그러나 그 여성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그녀는 때로 복수자이며, 때로 악녀이며, 때로 생존자다. </p><p>1970~80년대 멜로드라마의 여성은 가족의 질서를 유지하는 도덕적 존재였다. '희생하는 어머니'와 '순결한 딸'은 국가가 원하는 여성상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사회의 구조적 변화 ― 여성의 경제 참여, 교육 수준 향상, 이혼 증가 ― 는 이 도식을 무너뜨렸다. 여성은 더 이상 가족의 윤리를 지키는 존재가 아니라, 그 윤리의 모순을 폭로하는 존재가 되었다.</p><p>2000년대 들어서는 '악녀 서사'가 등장한다. 《내 남자의 여자》(2007)의 혜린(김희애)은 불륜의 당사자이지만, 그의 욕망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가부장적 도덕의 폭력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된다. 막장 드라마의 악녀는 사회가 금지한 욕망의 화신이며, 동시에 그 사회의 위선을 드러내는 장치다. 시청자는 그녀를 비난하면서도, 그녀를 통해 억눌린 자신을 본다. 이중 감정 ― 경멸과 동경 ― 은 막장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감정 회로다.</p><p>OTT 시대의 여성 서사는 한층 복잡해졌다. 《더 글로리》의 문동은은 학폭 피해자이자 복수의 설계자다. 그녀는 더 이상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감정의 기술자다. 그녀의 복수는 감정의 정당화와 윤리의 붕괴 사이를 오간다. 시청자는 그녀의 폭력을 '도덕적으로 모호하지만 정서적으로 정의롭다'고 느낀다.<br />이 감정의 역설이 바로 젠더 정치의 감정화다.</p><p>막장 드라마의 여성 주체는 이렇게 세 단계로 진화했다.</p><blockquote><strong>희생자 (1970~1980년대): 도덕의 수호자이자 가족의 윤리적 중심<br />악녀 (1990~2000년대): 금지된 욕망의 화신, 규범 파괴자<br />복수자/생존자 (2010~2020년대): 시스템 안에서 감정을 무기로 사용하는 전략적 행위자</strong></blockquote><p>이 변화는 한국 사회의 젠더 질서가 완전히 해체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감정 규율의 탄생을 의미한다.여성은 여전히 도덕적 책임의 중심에 놓이지만 이제는 감정적으로 '강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즉, 막장 드라마의 여성은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감정의 노예가 되었다.</p><p><strong>Ⅴ. 가족의 파국 <br />― '정상성'의 신화와 도덕의 붕괴</strong></p><p>막장 드라마의 거의 모든 갈등은 가족으로 귀결된다. 출생의 비밀, 불륜, 상속, 입양, 유산 분쟁 ― 모두 가족 내부의 문제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드라마는 여전히 가족을 무대로 삼을까? 그 이유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가족을 도덕의 마지막 보루이자 통제의 장치로 믿기 때문이다.</p><p>한국 근대의 가족은 단순한 사적 단위가 아니라 국가의 축소판이었다. 산업화 시대의 가족은 남성 가장 중심의 경제 단위였고, 여성은 그 구조를 지탱하는 정서적 노동자였다. 드라마는 이 구조를 시각화했다. 《전원일기》의 순길이 어머니나 《사랑과 진실》의 여주인공은 '감정의 돌봄'을 통해 사회 질서를 재생산했다.</p><p>그러나 1990년대 이후, 가족은 더 이상 안정의 상징이 아니다. 이혼, 재혼, 비혼, 동거, 입양 등의 형태가 등장하면서 가족은 불안정한 제도로 전락했다. 막장 드라마는 이 위기의 가족을 '감정의 전쟁터'로 만들었다.</p><p>출생의 비밀은 단지 서사적 장치가 아니라, 혈연 중심 가족 이데올로기의 붕괴를 상징하는 메타포다. "부모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곧 "도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된다.</p><p>2010년대 이후의 막장은 이 가족 이데올로기를 아예 '놀이'의 대상으로 삼았다. 《왔다 장보리》에서, 주인공은 출생의 비밀을 밝혀내며 새로운 가족 질서를 만든다. 그 과정은 혼란스럽지만, 결국 '정상 가족'의 복원을 통해 마무리된다. 즉, 막장 드라마는 가족의 해체를 다루지만, 그 끝은 언제나 '가족의 회복'이라는 도덕적 결말로 수렴된다. 이것이 막장이 가진 보수적 안정 기능이다. 파괴를 반복하지만, 그 파괴는 결국 체제를 유지시킨다.</p><p>OTT 시대의 막장은 이 점에서 다르다. 《마스크걸》의 김모미는 가정폭력, 외모 차별, 사회적 모멸 속에서 가족을 끊어내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다. 그녀에게 가족은 보호막이 아니라 족쇄다. 그녀의 파괴적 선택은 가족 제도의 실패를 증명한다. 이제 막장 드라마는 더 이상 가족의 회복이 아니라, 가족 이후의 감정 정치를 다룬다.</p><p>가족의 파국은 사회의 파국이다. 가족이 감정적 돌봄의 단위로 기능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감정을 드라마 속에서 소비한다. 즉, 막장 드라마는 감정 돌봄의 외주화 시스템이다. 현실에서 돌봄이 사라진 자리를, 서사가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이다.</p><p><strong>소결 ― 감정, 젠더, 가족의 삼각 구조</strong></p><p>감정이 사회를 대신하고, 젠더가 감정을 매개하며, 가족이 그 감정을 사회적으로 정당화한다. 이 세 요소가 얽히며 막장 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감정 질서의 축소판이 된다.</p><blockquote>감정은 정의의 대체물이다.<br />젠더는 그 감정의 윤리를 결정한다.<br />가족은 그 윤리를 제도화한다.</blockquote><p>막장 드라마의 인기는 바로 이 세 축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완결성에 있다. 현실에서는 정의가 작동하지 않고, 여성은 여전히 억압받으며, 가족은 불안하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는 감정이 폭발하고, 여성이 복수하며, 가족이 정리된다. 그 순간만큼은 사회가 '감정적으로라도' 정상화된다. 그것이 막장 드라마가 한국 사회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p><p><strong>Ⅵ. OTT 시대의 막장 <br />― 감정의 알고리즘과 자본의 감시</strong></p><p>막장 드라마의 서사는 OTT 시대에 들어 감정의 알고리즘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과거의 막장이 작가의 상상력과 시청률 경쟁의 산물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 기반의 시청 패턴이 서사의 방향을 규정한다. 감정은 창작의 재료가 아니라 계산의 변수가 된 것이다.</p><p>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의 OTT 플랫폼은 사용자의 감정 반응을 정교하게 추적한다. 시청자의 시선이 머문 시간, 일시정지 구간, 이탈 시점, 그리고 추천 알고리즘의 클릭률 ―이 모든 것이 감정의 데이터로 저장된다. 이 데이터는 플랫폼이 어떤 서사적 감정 구조가 '소비에 효율적인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p><p>결국 OTT 막장은 '감정의 상품화'를 넘어 '감정의 설계화'로 진화했다. &lt;더 글로리&gt;의 복수 서사나 &lt;마스크걸&gt;의 폭력과 수치의 서사는 단순한 사회비판이 아니라, 데이터로 검증된 감정의 반복 패턴이다. 시청자는 그 감정의 회로 속에서 분노하고 위로받으며 다시 클릭한다. 이 과정은 일종의 감정 피드백 루프다. 알고리즘은 시청자의 분노를 증폭시키며, 그 분노를 다시 자본화한다.</p><p>이는 아를리 호크실드의 개념으로 보자면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의 대중화된 형태다. 시청자는 자신의 감정을 드라마를 통해 표출하면서 동시에 '노동'한다. 감정을 소비할수록 플랫폼은 더 많은 데이터를 얻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감정 자극을 설계한다. 즉, 시청자는 감정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며, 막장 드라마는 그 감정경제의 순환 엔진이다.</p><p>OTT의 막장은 지상파 시절의 '과잉 멜로드라마'와 달리 정제된 이미지와 절제된 리듬으로 감정을 포장한다. &lt;더 글로리&gt;는 폭발적 분노 대신 냉정한 계산의 복수, &lt;마스크걸&gt;은 선정적 서사 대신 내면의 불안과 사회적 모멸을 그린다. 감정은 여전히 폭력적이지만, 표현 방식은 세련되다. 그 세련됨이 바로 플랫폼이 요구하는 '글로벌 감정 상품'의 조건이다.</p><figure><figcaption>드라마 <strong><strong>&lt;왔다! 장보리&gt;</strong></strong>의 메인 악역인 <strong><strong>연민정</strong></strong>(이유리 분)은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악녀 캐릭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넷플릭스 시리즈 <strong><strong>&lt;더</strong> 글로리<strong>&gt;</strong></strong>의 등장인물인 <strong><strong>최혜정</strong></strong>(차주영 분)은 주인공 문동은을 괴롭혔던 학교 폭력 가해자 5인방 중 한 명이다.</figcaption></figure><p><strong>Ⅶ. 글로벌 막장의 수출 <br />― 불의의 세계화와 감정의 보편성</strong></p><p>한때 '막장'은 한국만의 문화적 코드였다. 그러나 OTT 시대에 들어 막장은 전 지구적 감정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lt;더 글로리&gt;는 비영어권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넷플릭스 월드 랭킹 1위를 차지했고, &lt;마스크걸&gt; 또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높은 반응을 얻었다. 그 이유는 이 작품들이 '한국적 특수성'을 강조하기보다, 불평등과 복수라는 보편 감정의 회로를 활용했기 때문이다.</p><p>막장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에게도 통하는 이유는 그 감정이 '도덕'보다 '공감'을 중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불의에 대한 분노, 사회적 모멸, 복수의 카타르시스 ― 이 감정들은 언어나 문화의 경계를 넘는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계급과 젠더, 권력의 불균형은 보편적 경험이 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막장은 세계 자본주의 사회의 불의한 감정 구조를 가장 정확히 시각화한 장르가 되었다.</p><p>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 막장은 '글로벌 감정 패턴'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었다. 이는 단순히 한국 드라마의 수출이 아니라, 글로벌 감정 자본주의의 데이터 네트워크 안으로의 흡수다. 이제 막장은 'K-콘텐츠'의 한 분류가 아니라, 전 세계의 '감정 상품 데이터베이스'의 일부가 되었다.</p><p>이 과정은 문화적으로는 '감정의 식민화'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분노가 글로벌 시청자의 오락으로 소비될 때, 그 감정은 비판의 힘을 잃고 상품으로 전락한다. 한국의 현실은 글로벌 감정경제의 원자재가 된다. 막장 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불의와 분노를 세계 시장에서 유통하는 감정 자본주의의 수출품이 되었다.</p><p>하지만 동시에, 막장 드라마는 글로벌 시청자에게 감정적 연대의 가능성을 열기도 한다. &lt;더 글로리&gt;를 본 해외 시청자들이  "이건 우리 사회 이야기"라고 말할 때, 그것은 막장이 '한국적 특수성'을 넘어 '불의한 시스템에 대한 보편적 감정 언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막장은 국가를 초월한 불의의 감정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그 보편성이야말로 막장이 가진 가장 역설적인 힘이다.</p><p><strong>Ⅷ. 결론 <br />― 막장은 시스템이다, 감정의 구조이자 사회의 언어</strong></p><blockquote>막장 드라마는 더 이상 단순한 TV 오락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감정 구조, 그리고 세계 자본주의의 감정경제를 가장 솔직하고 정확하게 드러내는 거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막장은<br />① 1970~80년대의 가족주의 멜로드라마에서 출발해<br />② 1990년대 민주화 이후 욕망의 해방을 거치고<br />③ 2000년대 경제위기 속 복수 서사로 형성되며<br />④ 2010년대 시청률 중심 산업 구조에서 확고히 자리 잡았고<br />⑤ 2020년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함께 감정의 알고리즘으로 전환되었다.</blockquote><p>이 다섯 단계를 거치며 막장은 도덕의 언어에서 감정의 언어로, 서사의 장르에서 시스템의 구조로 변모했다.</p><p>막장은 '끝장 난 이야기'가 아니라, 끝이 반복되는 사회의 감정 메커니즘이다.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감정으로 정의를 대체하고, 플랫폼은 그 감정을 수익으로 전환한다. 그 순환이 바로 현대 한국 사회의 정동 정치학이다. 이 구조 속에서 시청자는 냉소와 위로를 동시에 느낀다. "이건 너무 막장이야"라고 말하면서도, 그 막장에서 잠시나마 정의의 환상을 경험한다. 그 환상은 비판적 사유를 마비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을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감정적 장치이기도 하다.</p><p>막장은 도덕의 폐허 위에서 살아남은 감정의 언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웃고 울고 분노하며, 불완전한 세상에서 감정으로라도 균형을 되찾으려 한다. 그렇기에 막장은 사회의 쓰레기가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가 스스로를 진단하는 감정적 언어체계다.</p><p>결국 묻게 된다. 우리가 막장을 소비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막장 속 세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막장은 텔레비전이 아니라 사회 그 자체다. 그것은 감정으로 작동하는 불의한 사회의 자기초상이며, 그 불완전한 거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본다.</p><p></p><hr /><p><strong><strong>작성일: 2025년 1</strong>2<strong>월 1</strong>0<strong>일</strong></strong></p><p>필자: 박미숙</p><p><b>박미숙은 한국 대중문화와 플랫폼 시대를 연구하는 독립 문화연구자이다.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대중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그의 연구 관심은  초국적성, 텔레비전 드라마, OTT 시대의 한류와 플랫폼 제국주의, AI와 대중문화의 교차 지점에 놓여 있다. 또한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 &lt;응답하라&gt;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집단기억 연구, 넷플릭스 &lt;오징어 게임&gt; 등 글로벌 OTT 콘텐츠 분석,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문화 생산과 소비, 팬덤, 저작권 개념을 어떻게 재편하는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의 글은 온라인 비평 매체에도 발표되며, 비평적 시선으로 드라마, 예능, 플랫폼 산업을 분석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연구와 집필을 병행하고 있다.</b></p>]]></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연구] 넷플릭스 한국 진출 10년을 돌아보다: ‘약한 고리 깨기’에서 ‘원숭이 꽃신’까지]]></title><description><![CDATA[정휘창의 동화 『원숭이 꽃신』에는 원숭이가 오소리가 준 꽃신에 길들여져 결국 발바닥 굳은살이 벗겨지고 오소리의 노예가 되었다. 이처럼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넷플릭스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완전한 의존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emogeobseum-60/</link><guid isPermaLink="false">693e40ab90544800148468e0</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K-drama]]></category><category><![CDATA[Column & Essay]]></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un, 14 Dec 2025 05:00: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2/nijw81_202512140459.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p><p></p><p><strong><strong><strong>유건식 | <em>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em></strong></strong></strong></p><p></p><p></p><hr /><p></p><p><strong>시작하며</strong></p><p>2016년 1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상륙했을 때, 국내 미디어 업계는 우려와 무시가 있었는데, 초기 몇 년간은 무시가 맞았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그로부터 만 10년이 되는 2025년 12월, 넷플릭스는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한국 미디어 생태계의 문법을 송두리째 바꾼 거대한 변혁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p><p>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한국의 미디어 지형에는 분명히 ‘넷플릭스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넷플릭스 효과』의 편저자인 다니엘 스미스-로우지와 케빈 맥도널드에 따르면 ‘넷플릭스 효과’는 기술과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되어 비즈니스 모델과 소비 행태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현상을 의미한다. </p><p>넷플릭스는 국내에서 OTT 플랫폼 중 이용자수가 가장 많고, 유일하게 흑자를 보고 있으며, 제작사가 기획안을 제일 먼저 피칭하며, 오리지널의 경우 매절 계약을 통해 모든 권리를 가져가고, 몰아보기(Binge-watching)를 시청 습관으로 만들었다.</p><p>반면,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넷플릭스의 지난 10년은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화려한 성과 이면에, 국내 제작 생태계의 하청 기지화와 플랫폼 종속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킨 기간이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10년 동안의 국내 미디어 업계는 ‘약한 고리 깨기’ 전략으로 공략당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원숭이 꽃신’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지난 10년의 변화를 콘텐츠, 제작 시스템, 플랫폼, 콘텐츠 소비 측면에서 조망해 본다.</p><p><strong>1.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경과</strong></p><p>넷플릭스는 2010년부터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하였고, 국내에는 2016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한국 콘텐츠가 부족하여 고전하였다. 넷플릭스 동북아시아 마케팅전략 총괄 매니저를 역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넷플릭스 인사이드』를 쓴 서보경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아시아 진출 초기에 넷플릭스의 이탈률을 분석하면서 “아시아 고객은 콘텐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해지한다.”고 진단했다. </p><p>이러한 분석 때문인지 넷플릭스는 CJ ENM과 JTBC의 제휴를 통해 당시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를 확보하였고, 2024년 말에는 SB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6년 동안 SBS의 드라마, 예능의 콘텐츠를 공급받고 있다. 특히, 2019년 &lt;킹덤&gt;의 성공이후 한국 오리지널을 제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하는 2025년 상반기 펀덱스(FUNdex)가 상위 10 중에서 상위 1~3위를 포함하여 5개를 차지할 정도로 콘텐츠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p><p>플랫폼을 보더라도 넷플릭스는 2016년 딜라이브로 시작으로 2017년 CJ 헬로비전, 2018년 LG+, 2020년 KT, 2023년 SKT까지 국내 케이블과 IPTV가 넷플릭스를 서비스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여 모든 플랫폼에서 필수 서비스가 되었다.</p><p>넷플릭스는 2016년 150억 원을 시작으로 현재 연 8,250억 원 정도로 증가하여 2026년까지 약 5.4조 원을 한국의 콘텐츠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월순이용자수(MAU)가 코리안클릭 기준으로 10월에 1,411만 명까지 증가하였다.</p><figure><figcaption>&lt;그림1 &gt; 넷플릭스의 연도별 한국 콘텐츠 투자액</figcaption></figure><p><strong>2. 콘텐츠와 제작 시스템의 명암: </strong><br />    <strong>퀄리티의 향상 vs 제작비 인플레이션</strong></p><p>넷플릭스 진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콘텐츠의 대형화와 장르적 다양성 확대다. 2025년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lt;오징어 게임&gt; 시즌 3를 비롯해 &lt;폭싹 속았수다&gt;, &lt;중증외상센터&gt; 등 블록버스터급 대작들이 줄을 이었고,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넷플릭스 진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여, 평균 27억 원에 육박하고, &lt;오징어 게임&gt; 시즌 2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167억 원으로 추정된다.</p><p>이러한 자본의 유입은 ‘쪽대본’으로 대변되던 한국의 열악한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넷플릭스는 100% 사전 제작 시스템을 정착시켰고, 충분한 예산과 제작 기간을 보장하며 창작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주었다. 또한, 국내에서는 가입이 드물었던 ‘제작 전문 보험(E&amp;O)’ 가입을 의무화하고, 촬영 현장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등 제작 시스템의 체계화를 이끌었다.</p><p>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구력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와 표현 수위가 높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콘텐츠가 급증했다. 2022년 기준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66.7%가 19금 등급이었으며, 2020년과 2024년에도 60%에 달했다. 이는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 콘텐츠의 감소를 의미하며,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제작비 인플레이션은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중소 제작사와 국내 토종 OTT 플랫폼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여, 제작 생태계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p><figure><figcaption>&lt;그림2 &gt;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등급별 현황</figcaption></figure><p><strong>3. 수익 배분 구조의 불공정성: </strong><br />     <strong>‘코스트 플러스’의 함정</strong></p><p>넷플릭스와 한국 제작사 간의 거래 모델인 ‘코스트 플러스(Cost Plus)’ 방식은 넷플릭스 종속의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이 모델은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100%)과 약 10~15%의 보장 마진을 제작사에 지급하는 대신, 콘텐츠에 대한 모든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유통권을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구조다.</p><p>이 방식은 제작사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실패의 위험을 넷플릭스가 부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lt;오징어 게임&gt;과 같은 글로벌 메가 히트작이 나와도 제작사는 추가적인 수익(Upside)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실제로 &lt;오징어 게임&gt;의 황동혁 감독은 전 세계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로부터 별도의 인센티브나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을 받지 못했다.</p><p>반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lt;옥자&gt;는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작가조합(WGA) 및 감독조합(DGA)의 규정에 따라 창작자들에게 재상영분배금이 지급되었다. 이는 한국 창작자들이 글로벌 표준에 비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시사하며, 한국이 글로벌 OTT의 단순한 ‘제작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p><figure><figcaption>&lt;그림3 &gt; 코스트 플러스 모델 vs. IP 공유 모델 비교</figcaption></figure><p><strong>4. 플랫폼 전략의 변화: </strong><br />    <strong>광고요금제와 번들링 전쟁</strong></p><p>구독모델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구독자 성장의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넷플릭스가 자신의 서비스의 장점으로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고, 광고 모델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광고형 요금제(AVOD)’의 도입했고, 아이디를 공유하라며 권장했던 ‘계정 공유’를 금지했다.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광고형 요금제를 월 5,500원에 출시하여 가격 민감도가 높은 이용자층을 흡수했고, 2023년 11월부터는 계정 공유 유료화를 단행하여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p><p>또한, 넷플릭스는 단독 구독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번들링(Bundlin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 요금제 결합은 물론, 네이버 멤버십과의 제휴를 통해 쇼핑, 웹툰 등 다양한 서비스와 넷플릭스를 묶어 이용자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티빙이 KT 및 배달의 민족과 제휴하거나, 웨이브가 SK텔레콤과 결합하는 것에 대응하여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넷플릭스의 이러한 전방위적 제휴 확대는 토종 OTT들의 생존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p><figure><figcaption>&lt;그림4 &gt; 넷플릭스 요금제 변동 현황</figcaption></figure><p><strong>5. 나가며</strong></p><p>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진출하면서 프랑스나 스페인에서 실행하여 효과를 보았던 약한고리 전략을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펼쳤다. 그 결과 이제는 국내 미디어 산업은 ‘원숭이 꽃신’으로 전락한 듯하다. </p><p>정휘창의 동화 『원숭이 꽃신』에는 원숭이가 오소리가 준 꽃신에 길들여져 결국 발바닥 굳은살이 벗겨지고 오소리의 노예가 되었다. 이처럼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넷플릭스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완전한 의존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최근 SBS가 넷플릭스와 2025년부터 6년간 드라마, 예능 등 구작 라이브러리와 신작 일부를 공급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이러한 전략의 완성을 상징한다.</p><p>넷플릭스 진출 10년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 양날의 검이었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제작 역량 강화라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제작비 상승에 따른 제작 감소, 플랫폼 종속, 불공정한 수익 분배 등의 과제를 남겼다.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이 시급하다.</p><p><strong>첫째, 치솟은 제작비의 변화이다.</strong> 현재의 제작비로는 국내 규모로는 채산성이 맞출 수가 없다. 초기 제작비를 낮추고 수익이 났을 경우 투명하게 배분하는 제작 시스템을 만들어야 K-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다.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소수만 이익을 향유하는 구조를 탈피하는 새로운 제작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바란다.</p><p><strong>둘째,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이다.</strong> 미국의 작가 노조와 배우 노조가 2023년 파업을 통해 재상영분배금의 현실화를 쟁취하였고, 유럽연합(EU)이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을 통해 창작자에게 적절하고 비례적인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의 수익 독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p><p><strong>셋째, 글로벌 OTT와 적절한 제휴를 추진해야 한다.</strong> SBS나 프랑스 TF1의 사례처럼 넷플릭스와 전면적인 콘텐츠 제공보다는 영국의 BBC 스튜디오처럼 방송사 자체보다는 스튜디오를 통한 콘텐츠 단위의 제휴가 바람직할 것이다. 넷플릭스가 최근 타 플랫폼 콘텐츠의 라이선싱 비중을 늘리는 추세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p><p><strong>넷째,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다.</strong>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 굿즈 판매, 게임 등 부가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듯, 국내 사업자들도 단순 구독료 모델을 넘어선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p><p>2026년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 지난 11월에 공개한 넷플릭스 일본 오리지널 &lt;이쿠사가미&gt;(Last Samurai Standing)가 일본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1위를 달성했고, 태국 드라마 &lt;마스터 오브 더 하우스&gt;도 2024년 7월 비영어 TV부문 1위를 기록하고, 올해 5월에 개봉한 &lt;매드유니콘&gt;(Mad Unicorn)도 4위에 오를 정도로 아시아권의 국가들도 K-드라마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p><p>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력을 키우는 것만이 ‘꽃신’ 없이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 10년이 넷플릭스에 올라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넷플릭스와 동등하게 춤추거나 독자적인 무대를 만드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명되면서 미디어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정비될 시점에서 업계의 전략적 결단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끝)</p><p></p><figure><figcaption>유건식. KBS America 대표, 공영미디어연구소장, 드라마국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문화체육관광부 리더스포럼 위원, 한국OTT포럼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t;성균관 스캔들&gt;, &lt;학교 2013&gt; 등을 프로듀싱하였고, &lt;굿닥터&gt;를 미국 ABC에 리메이크(시즌7) 시켰다. 『미드와 한드, 무엇이 다른가』(2013, 세종학술상), 『넷플릭소노믹스』(2019, 방송학회 저술상),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공저, 2022, 세종학술상), 『OTT 트렌드 2025』(2024, 형설EMJ), 『이현세 AI로 영생하다』(2025)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figcaption></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보도자료]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 자문위원회 공식 출범: 위원장에 이상빈 박사, 홍보대사에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위촉]]></title><description><![CDATA[한류학의 학문적 정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설립된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DUHA)은 최근 운영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며 조직 체계를 정비했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donggugdae-hanryuyunghabhagsulweon-jamunwiweonhoe-gongsig-culbeom/</link><guid isPermaLink="false">693e39a490544800148468ac</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Talk & Event]]></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un, 14 Dec 2025 04:28: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2/3d6xf4_202512140415.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글 | K-웨이브 편집팀</p><p></p><p></p><p></p><hr /><p><strong>● 자문위원장에 이상빈 박사, 홍보대사에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위촉</strong></p><p><strong>● 조직 개편 통해 K-컬처미래전략센터 신설… 4개 센터 체제로 확대</strong></p><p>○ 동국대학교(총장 윤재웅)는 본교 <strong>한류융합학술원(DUHA, 원장 정길화)</strong>이 지난 12월 10일(수) 동국대학교 상록원에서 학술원 발전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고 밝혔다.</p><p>○ 이날 출범식에는 학계·산업계·정책·미디어 분야의 전문가 11명이 참석했으며, 이상빈 박사(전 포스텍 교수, 제12대 한국동서비교문학학회장 역임)가 초대 자문위원장으로 호선됐다. 또한 방송인 크리스티안 부르고스가 한류융합학술원 홍보대사로 위촉됐다.</p><p>○ 한류학의 학문적 정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설립된 한류융합학술원은 최근 운영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며 조직 체계를 정비했다. 운영위원회는 대학 내 보직자 및 관계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반면, 자문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져 학술원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대외 협력 확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날 행사는 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와 상견례를 겸해 진행됐다.</p><p>○ 초대 자문위원회에는 한류 및 K-콘텐츠 분야의 학계·산업계·정책·미디어 전문가들이 고르게 참여해, 창작·제작 현장부터 연구와 정책 영역을 아우르는 폭넓은 자문 역량을 갖췄다. 자문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p><p><strong>DUHA 자문위원회 명단(가나다순)</strong></p><table><tbody><tr><td><p><span>강소영</span></p></td><td><p><span>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장</span></p></td></tr><tr><td><p><span>권재륜</span></p></td><td><p><span>레몬스튜디오 대표</span><span>, </span><span>전 </span><span>KTB</span><span>엔터테인먼트 대표</span></p></td></tr><tr><td><p><span>남상현</span></p></td><td><p><span>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span><span>(KOFICE) </span><span>경영전략본부장</span><span>)</span></p></td></tr><tr><td><p><span>민경진</span></p></td><td><p><span>플래닛사이즈브레인 대표</span></p></td></tr><tr><td><p><span>이상빈</span></p></td><td><p><span>전 포스텍 교수</span></p></td></tr><tr><td><p><span>이상훈</span></p></td><td><p><span>작가</span><span>, </span><span>박스미디어 총괄사장</span></p></td></tr><tr><td><p><span>이향휘</span></p></td><td><p><span>매일경제 선임기자</span></p></td></tr><tr><td><p><span>이훈희</span></p></td><td><p><span>스타쉽엔터테인먼트 대표</span></p></td></tr><tr><td><p><span>조영신</span></p></td><td><p><span>미디어연구소 </span><span>C&amp;X </span><span>대표</span><span>, </span><span>동국대 대우교수</span></p></td></tr><tr><td><p><span>크리스티안 부르고스</span></p></td><td><p><span>방송인</span></p></td></tr><tr><td><p><span>황재연</span></p></td><td><p><span>디지털 크리에이터</span></p></td></tr></tbody></table><p>○ 한편 한류융합학술원은 이번 자문위원회 출범과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3개 센터 체제에서 ▲한류학술연구센터 ▲한류교육·AX융합센터 ▲한류산학협력센터 ▲K-컬처미래전략센터 등 4개 센터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이를 통해 학술 연구, 교육과 기술 융합, 산업 협력, 미래 전략 수립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한류 전문 허브이자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p><p>○ 각 센터장은 한류학술연구센터에 강재원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한류교육·AX융합센터에 정윤길 교수(열린전공학부), 한류산학협력센터에 김영목 특임교수, K-컬처미래전략센터에 류재춘 대우교수가 각각 맡게 된다.</p><figure><figcaption>홍보대사로 위촉된 방송인 크리스티안 부르고스</figcaption></figure><figure></figure><figure></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칼럼] 인공지능(AI)의 ‘의도 없음’을 해석하려는 인간의 의도: 평균화된 창작 시대의 역설]]></title><description><![CDATA[이처럼 AI가 ‘나는 의도가 없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그 대답에서 또 다른 해석을 찾으려 한다. 학생들의 에세이에서도 발견되었듯 인간은 늘 이유를 찾고, 맥락을 찾고, 구멍을 메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description><link>https://kwave.or.kr/aiyi-yido-eobseumeul-jeonharyeoneun-yido/</link><guid isPermaLink="false">6935276d9054480014845374</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un, 07 Dec 2025 07:24: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2/y0t2fo_202512071526.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p><p></p><p><strong>글 | 디렉터스초이스 감독 이수지</strong></p><p></p><hr /><p></p><p></p><p><strong><em>‘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em></strong></p><p>강의를 담당 중인 학과와 내년 상반기 교과목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든 생각이다. 개편 교육 과정에 생성형 AI 관련 교과목들이 신설되어, AI 영화 제작 수업의 커리큘럼을 새롭게 짜야 할 미션이 생겼다. 개인적 목적이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AI 영상을 만드는 것이면 몰라도, 아직 그럴듯한 영상을 척척 생성해낸다 하기에는 갈 길이 만 리 쯤은 필요해 보이는 AI로 교육을 하자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울려온다.</p><p>얼마 전, 모 대학의 교과목 개편 과정에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고민들을 자연스레 나누었다. 영상 실무와 교육 활동을 겸하고 있는 이들이 다수 모인 기회라, ‘AI를 학습하여 생성한 결과물에 학생 스스로가 만족도가 나오는지, 교육할 때 어떤 AI를 채택하는지, 신규 채용 심사 시 지원자에게 AI 활용 능력을 기대하거나 요구하는지’ 등등 각자가 보유한 작은 조각 경험들을 엉거주춤 맞춰보며 ‘현재 개발된 생성형 AI의 컨디션에서는 어느 레벨까지의 실무 교육이 가능한가?’에 대한 지도를 그려보고자 한 자리였다.</p><p><strong>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AI</strong></p><p>유튜브를 포함해 전세계 SNS 알고리즘을 가장 빠르게 장악한 AI 영상 테마 중에는 ‘유리 자르기 ASMR’이 있다. 각종 음식이나 물건들을 유리 재질로 변환하고 스테인리스 칼로 서걱서걱 잘라내는 영상들이 유행을 일으키는 와중, AI가 프롬프트를 구현하면서 엉뚱한 모션이 발생한 실패작 모음 영상까지 동반 인기에 올랐다.</p><figure><figcaption><strong>&lt;생성형 AI로 제작한 유리 자르기 ASMR 영상들. AI가 잘못 생성한 실패 사례 영상도 인기가 크다.&gt;</strong></figcaption></figure><figure></figure><p>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생성형 AI로 제작할 때 창작자가 겪는 스트레스를 AI가 없던 시절과 비교한다면, 고통의 종류가 다를 뿐 소모되는 에너지의 총량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AI를 사용할 때에는 점점 줄어가는 보유 크레딧에 애가 달달 끓고, ‘이번에 넣은 프롬프트는 반드시 내가 원하는 그 느낌적인 느낌에 적중하기를…’ 하며 있지도 않을 AI 신에게 간절히 기도해야 하는 신세이니 말이다. </p><p>자연스러운 동작 묘사, 일그러지지 않는 세부 묘사, 같은 캐릭터 이미지의 반복 생산, 카메라의 움직임에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이미지 등을 한번에 연산하기엔 아직 영상을 생성하는 AI들에겐 한계가 많다. 잘못된 결과가 나와도 누구를 탓하거나 하소연할 곳도 없다. 우리는 AI가 정한 거리와 범위 내에서만 그와 소통할 수 있고, 그가 진심으로 최선의 노력을 해서 내어주는 결과에 자동 승복해야 하는 구조 속에 스스로 비용까지 지불하고 합류했기 때문이다. </p><p>유리 자르기 ASMR처럼 액션이 간단하고 정보가 단순한 영상을 생성할 때도 실패한 데이터들이 무수하다면, AI로 만든 서사물을 완성하기 위해 다음 학기의 필자와 학생들은 이미 예고된 좌절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키워내야 할까. 어쩌면 흔히 말하는 ‘보살’들이 우르르 탄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웃픈 표정이 절로 지어진다.</p><p><strong>아는 것과 구현하는 것은 다르다</strong></p><p>그럼에도 교육 현장에서 AI를 도입하는 새 시도에 합류한 것이 내심 기대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AI를 제법 깊게 다뤄본 사람이라면, 이 기술에서 개념적 이해와 작동 결과의 싱크가 맞아들어가는 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 것이다. AI는 마치 입력된 요구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응답하지만, 실제 구현 단계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휘어버리거나 어딘가 비슷한 느낌의 영역 내에서 본질은 놓치는 경우가 잦으며, 영상 작업에서는 특히나 그 정도가 강해진다. 교육자로서는 AI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면서도 동시에 이 기술의 구조적 한계 상황을 학생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p><p>이러한 고민을 타파해보고자, 우선 생성형 AI에 대해 가장 현실적인 학생들의 관점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직접 운영 중인 AI 기반 유튜브 채널 ‘HalfMoon Town’을 참고 자료로 제공했고, 학생들에게는 이 채널의 주요 콘텐츠인 유명 영화 OST를 모방한 AI 음악들을 감상하게 한 뒤, ‘현재의 AI는 인간이 기대하는 감성 표현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주제로 자유 에세이를 작성하게 했다.</p><p>약 60여 명이 제출한 에세이에서 추출된 의견들은 유사성이 상당했다. 학생들은 대체로 AI 음악에 “내가 아는 그 영화의 느낌은 있다.”라고 인정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007 시리즈에서 자주 듣던 특유의 톤과 질감이 잘 감지된다는 것이다.또 AI를 자주 사용하는 학생들은 음악 생성 과정에서 여러 실패 결과들이 탈락하고 최선의 생성물만 모아 만든 콘텐츠가 대중에게는 AI의 보편적 수준처럼 인지된다는 것 또한 정확히 알고 있었다.</p><p>보다 인상적인 지점은, “음악이 고조되고 잦아드는 등의 흐름은 있지만 그렇게 구성된 이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의 근처 쯤은 갔지만 서사의 흐름이 느껴지는 역할은 부족하다.”는 서술들에 있었다. 이 반복적 진술들은 정서를 모방하는 능력은 있지만 표면 수준의 구현에 머물러 있는 현 AI의 한계를 정확하게 짚고 있었다. </p><p>이를 더 깊게 고민한 학생들은 ‘AI의 의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이 악기가 왜 이 파트에 들어갔는지, 왜 특정 타이밍에 리듬이 전환되는지 등의 목적이 결여된 결과가 ‘그럴듯하지만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어느 한 구석이 비어 보이는 이유’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새 학기에 강의실에 함께 존재할 우리들 중에 가장 아는 것이 많은 이는 다름아닌 AI이겠지만, 학생들이 낸 의견 속에는 생산자인 AI가 주문자인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의도를 설명해주길 바라는 요구들이 있었다. </p><p>물론 프롬프트 입력 후 콘텐츠 출력만 가능한 AI야 아무 말이 없겠지만, 혹 그가 ‘이렇게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하더라도… 미리 슬픈 지점은 그 설명마저 의도가 없을 거라는 것이다.</p><figure></figure><p><strong>의도가 없는 결과에서 </strong><br /><strong>의도를 찾는 우리</strong></p><p>쇼츠, 릴스 등에서 자주 목격되는 AI 생성 이미지들 다수는 학습 데이터 세트가 평균적으로 ‘더 예쁘다고 여겨지는 얼굴’과 ‘정돈된 미적 특성’을 강화한 결과들로 보인다. 표면적 패턴에 적합한 값을 찾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AI 특성이 ‘시각적으로 예쁘기만 함’으로 수렴되는 결과는, 음악 생성에서의 ‘분위기는 있는데 이유는 없음’과 동일한 현상이다.</p><p>최근 버전이 업데이트 된 Gemini(3.0 Pro)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직접 물었다.</p><blockquote><em>Q. 인공지능에게 이미지를 요청하면 특히 인물에 대해서, 미남 미녀 위주로 생산되는 확률이 높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em><br /><em>A. 네, 인공지능에게 인물 이미지를 요청했을 때 결과물이 대개 '예쁘고 잘생긴, 전형적인 미남미녀' 위주로 생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em></blockquote><blockquote>①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수십억 장의 이미지를 보고 배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터넷(SNS, 광고, 전문 사진 사이트 등)에 올리는 인물 사진들은 어떤가요?<br />② '고품질'에 대한 정의와 피드백 과정 AI 모델을 개발할 때 개발자들은 AI가 '더 좋은 품질'의 이미지를 만들도록 훈련시킵니다. 이때 '좋은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종종 문제가 됩니다.<br />③ 인간은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평균적인 얼굴'을 대칭적이고 결점이 없다고 느껴 더 매력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AI가 그려내는 얼굴도 이러한 통계적 평균에 수렴하면서 자연스럽게 '매력적인' 얼굴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blockquote><blockquote>실제 Gemini의 응답 일부를 요약한 것이 위 내용이다. Gemini는 학습 가능한 데이터가 편향적임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다양성의 결여는 자신을 포함한 인공지능 모델들이 해결해야 할 공통 문제로 본다는 의견을 성실히 설명했다. 또한, 프롬프트 입력자가 ‘현실적인’, ‘꾸밈없는’ 등의 구체적 요청을 더하면 덜 전형적인 결과를 도출하도록 모델이 조정되고 있다는 힌트도 줬다.</blockquote><p>경험상 챗GPT는 유사 맥락의 질문에 보기 좋게 돌려 말하는 회피 성향이 큰 편인데, Gemini는 의외로 솔직해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Gemini가 보내온 긴 전문을 재차 읽다 보니, ‘나는 수행할 뿐 의도가 없음. 그럼에도 문제의식이 있으며, 인간 또한 과거부터 축적해 온 역사를 거울처럼 마주하는 결과에서 일부는 책임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 함께 노력해보자.’ 라는 의도가 느껴졌다. 이미 AI에게는 의도가 없음을 인지하고 있는데도 자꾸만 의도를 찾는 역설을 체감하는 순간이다.</p><p>이처럼 AI가 ‘나는 의도가 없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그 대답에서 또 다른 해석을 찾으려 한다. 학생들의 에세이에서도 발견되었듯 인간은 늘 이유를 찾고, 맥락을 찾고, 구멍을 메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평균화된 근사함’이 이상하게 공허한 듯 느껴지는 이유 또한, 우리가 그 안에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의도를 찾으려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p><p>처음 AI 활용 교육을 고민한 때는 ‘영상을 생성하는 AI가 현재 어떤 수준까지 잘 구현할 수 있는지’를 파헤치는 것에 주목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가올 학기에서 학생들과 함께 탐구할 주제를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학생들이 AI가 가진 ‘의도의 부재’를 제대로 체험함을 통해, 인간이 창작에서 무엇을 진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왔는지 더 분명하게 보게 되길 바란다. </p><p>AI를 모르던 시절의 우리들은 콘텐츠에 대해 호와 불호의 감상을 나누는 정도면 충분했었다. 하지만 달라진 세상이 도래한 후 돌이켜보니, 우리 안에는 언제나 콘텐츠 매력의 깊은 근원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리고 학생들이 직접 모은 의견을 통해 얻은 이러한 깨달음이 다시 학생들에게 전해지길 ‘의도’해본다. <strong>(끝)</strong></p><p></p><hr /><p><strong>작성일: 2025년 11월 27일</strong></p><p></p><figure></figure><p><b>이수지 | 이화여대 학사, 카이스트 석사 졸업. 현재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드라마, 영화를 연출하며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는 영상 콘텐츠 기획을 연구하고 있다.</b></p>]]></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평론] 사랑의 진정성, 진정성의 정치성: 케이팝 걸그룹 ‘진정성’의 문화적 조건]]></title><description><![CDATA[다영이 "정말 많이 사랑받고 싶었다"라고 고백했을 때, 그것은 케이팝의 본질을 다시금 드러낸 순간이었다. 사랑이 성과가 되고, 진정성이 상품이 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모두 사랑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살아간다.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차가운 진단일 것이다. ]]></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emogeobseum-59/</link><guid isPermaLink="false">6928551b905448001484340d</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australia]]></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Fri, 28 Nov 2025 11:19: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1/i8jtzq_202511281117.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p><p></p><p>이소윤 | 시카고대 사회학과 박사과정</p><p></p><hr /><p>국내 음악 방송이나 음원 차트 1위가 과거와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지 않게 된 최근, 유독 화제가 되었던 1위 소식이 두 건 있다. </p><p>그 주인공은 바로 2016년 그룹 우주소녀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로 데뷔한 후 약 9년만에 발매한 첫 솔로 앨범 ‘gonna love me, right?’의 타이틀곡 ‘body’로 음악방송 1위를 한 <strong>다영</strong>, 그리고 2022년 데뷔 후 약 3년 8개월 만에 첫 정규 앨범 Blue Valentine (블루 발렌타인)의 타이틀곡 <strong>Blue Valentine</strong>으로 첫 멜론 TOP 100 1위를 달성한 그룹 <strong>엔믹스</strong> (JYP 엔터테인먼트)다.</p><figure><figcaption>다영 더쇼 1위 장면</figcaption></figure><p>2025년 10월 23일 자 SBS 더쇼에서 곡 ‘body’로 첫 1위를 한 다영은, “정말 많이 사랑받고 싶었는데,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소감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그간 크고 작은 시상식에서 팬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아이돌을 수도 없이 보아왔지만, 다영의 수상 소감을 보며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p><p>음악방송 1위라는 것은 결국 감정, 노동, 에너지, 정동이 시장의 논리 속에서 응축되어 수치화된 결과로 치환된 것이지만,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노동, 일, 윤리, 인종, 젠더 등 다양한 주제로 케이팝을 탐색해 왔지만,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가벼운 주제로 치부하고, 간과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p>감정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lt;사랑은 왜 아픈가&gt;에서 지적하듯, 사랑을 연구한다는 것은 절대 지엽적인 일이 아니며, 오히려 현대성의 핵심과 기초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 글에서는 다영과 엔믹스의 사례를 통해 케이팝 속 ‘사랑’과 ‘진정성’이 어떻게 얽혀 있는가를 짚어 본다.</p><p><strong>사랑받을 자격</strong></p><p>진정성은 대중음악 연구에서 오랫동안 핵심적인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진정성이 본질적이고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미국의 컨트리 음악 속의 진정성이 사실은 1920~30년대 산업적 수요에 의해 철저히 기획, 연출되며 컨트리 음악의 제도화와 상업적 성공을 이끌었음을 밝혔던 리처드 피터슨의 논의처럼, '진정성'이라고 하는 것 또한 생산자와 수요자의 교섭에 의해 구성되는 사회문화적 산물이다.</p><p>케이팝 아이돌이 글로벌 대중 문화 속에서 가시성을 획득해감에 따라 그들은 다양한 진정성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는데, 한국적 맥락에서 이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작동한다. </p><p>첫째, '케이팝 영역' 내부에서 그들의 음악, 무대, 팬덤에 대한 태도 등은 끊임없이 검증받는다. 아이돌의 음악적 진정성은 특히 의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예쁜 댄서'라는 표현이나 '진짜 가수가 아니다'라는 평가 절하가 그 예다. 수많은 립싱크 논란과 이에 대응하는 '라이브 인증' 문화는 아이돌의 전문성과 진정성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p><p>둘째,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 그들의 본령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영역을 '침범'할 때 전문성에 대한 의심과 더불어 인기로 쉽게 자리를 얻었다는 반감에 직면한다. 과거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할 때 '아이돌 발연기'라는 비판을 받곤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케이팝 아이돌은 이처럼 여러 장르와 매체를 횡단하는 존재이기에, 각 영역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에 특히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p><p>그렇다면 아이돌이라는 ‘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흔히들 아이돌이 되기 위해 거치는 연습생 과정을 보컬, 댄스, 연기, 무대 매너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멀티테이너’를 길러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p><blockquote><strong>맞는 말이다. </strong></blockquote><p>그러나 나는 이 문장을 덧붙이고 싶다. 케이팝 아이돌이 되는 과정은 대중, 특히 청소년에게서 사랑받을 일종의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자격(증)과 달리 이는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며, 케이팝 산업이라는 장 속에서 규정된 자격 요건을 위배했을 때 회수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더욱이 그 '자격'을 갖추었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보컬이나 댄스 실력은 성공을 담보하지 않으며, 외적인 매력과 성격, 노력하는 태도, 성실함, 그리고 흔히 스타성이나 끼라고 불리는 요소들 또한 중요하다. </p><p>사랑은 조건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취와 노력, 올바른 태도를 통해 '획득'해야 하는 것이며, 그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작동한다. 물론 ‘탈덕’의 과정은 당연히 그렇게 무 자르듯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팬덤 내부에서는 조건적 사랑과 무조건적 지지가 끊임없이 경합하고 있다. 팬들은 이러한 모순을 협상하며 자신만의 팬심을 구성해나간다.</p><p>따라서 아이돌에 대한 여러 논란, 특히 그들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전개되는 과정은 그들이 사랑 받을 자격을 재검증하거나 회수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이가 일반적인 근로 활동으로는 벌 수 없는 큰 금전적 수익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박탈감이나 반감, 비판 의식이 드러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그 기저의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사랑 받아 마땅하다”라는 전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의 변주로 읽히기도 한다.</p><p>잠시 아이돌에서 벗어나 일상 속의 사랑을 생각해보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받는 것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사랑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모순. 이는 비단 아이돌만의 딜레마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랑 역시 노력과 자기계발의 대상이 되었고, ‘사랑 받을 (또는 할)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끝없는 자기관리와 이를 상품화하는 뷰티, 미용, 건강 산업이 맞물려 돌아간다. 케이팝 걸그룹은 이런 측면에서 현대 사랑의 정치경제학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장이며, 바로 그렇기에 진지한 탐구를 요한다.</p><p><strong>진정성의 다면성: 자기표현과 자기발견</strong></p><p>그렇다면 이러한 체제 속에서 걸그룹의 '진정성'은 어떻게 구성되고 인정받는가? 진정성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할 뿐 아니라, 동시대 활동하는 아이돌과의 비교 속에서 상대적으로 구성된다. 한때는 '실력'이, 또 다른 때는 '노력'이, 그리고 때로는 '진솔함'이 진정성의 척도가 된다. </p><p>최근 여러 걸그룹들의 라이브 논란이 불거지는 와중에, 다영은 일정 기간 부재했던 걸그룹 언더독 서사에 대한 대중의 갈증을 완벽히 채워주는 존재로 부상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다영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은 0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녀가 솔로 아티스트로 성공한다거나, 그녀가 소속사 선배 걸그룹 씨스타의 ‘건강미’ 컨셉의 계승자가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p><p>바로 이 지점에서 다영의 서사는 설득력을 얻는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그녀의 도전은 '진짜'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미 주어진 팬덤이나 화제성에 기댈 수 없었고, 오직스스로의 변화와 노력으로 '자격'을 다시 획득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p><figure></figure><figure><figcaption>다영 ‘body’ 뮤직 비디오</figcaption></figure><p>여기에서 다영의 &lt;gonna love me, right?&gt; 앨범 소개를 살펴보자.</p><p>**</p><p><strong>다영 (DAYOUNG) 1st Single Album 〈gonna love me, right?〉</strong></p><blockquote>- 캐릭터가 되지 않고, 자신이 되는 순간<br />-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다영의 이름을 다시 쓰는 시간</blockquote><p>우주소녀, 그리고 유닛 우주소녀 쪼꼬미를 통해 경쾌한 에너지와 독보적인 캐릭터를 쌓아온 다영이 이번에는 처음으로 ‘홀로’ 무대에 선다. 데뷔 10년 차, 어느덧 익숙해진 팀 활동을 지나 다영은 스스로를 기획하고, 만들고, 표현하는 아티스트로의 여정을 시작한다.</p><p>음악부터 콘셉트, 뮤직비디오까지 앨범 전반에 걸쳐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감정을 직접 설계하며, ‘솔로 다영’만의 색깔과 세계를 분명하게 구축해 냈다. 이번 싱글은 그 어떤 캐릭터도 입지 않은 다영 본연의 감정과 태도를 담았다. 경쾌하고 당당하며, 동시에 솔직하고 도발적이다. 무대 위에서 마주할 ‘나’를 더는 연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스포트라이트에 세운다.</p><hr /><p><strong><b>‘gonna love me, right?’</b></strong>는 첫 솔로 앨범이자, 아티스트 다영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작업이다. 무대 위, 예능 속, 우주소녀와 유닛. 그동안 다양한 ‘다영’이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 모든 이미지의 중심에서 ‘진짜 나’를 보여주는 순간이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대신 스스로를 세련되게 표현하는 태도. 솔직함이 무기고, 유쾌함이 스타일인 아티스트. ‘gonna love me, right?’는 다영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이고, 대중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다.</p><hr /><p>다영의 솔로 데뷔 서사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자기발견의 과정으로 명확히 서사화되어 있다. 앨범 소개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캐릭터가 되지 않고, 자신이 되는 순간', '그 어떤 캐릭터도 입지 않은 다영 본연의 감정', '진짜 나를 보여주는 순간’ 같은 표현들은 그녀의 진정성을 적극적으로 구성한다. 특히 그녀가 스스로 회사에 휴가를 요청하고 미국에 건너가 직접 곡을 받아왔으며, 음악부터 콘셉트, 뮤직비디오까지 앨범 전반을 직접 기획했다는 점은 이 진정성 서사를 더욱 공고히 한다. </p><p>또한 이번에 다영의 이미지 변신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상술한 노력의 과정도 있지만, 그 노력이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났던 그녀의 몸에도 있다. 12kg 이상을 감량하며 "흥칫뿡야"를 공연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이미지 변신을 이뤘고, 본연의 피부색을 살린 스타일링과 화장의 변화는 그녀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근거가 되어주었다.</p><p>다영이 그룹 활동을 거쳐 솔로로서 '개인의 진정성'을 찾아갔다면, 엔믹스는 처음부터 그룹으로서의 집단적 정체성을 구축해야 했다. 솔로는 '나'를 찾으면 되지만, 그룹은 '우리'를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엔믹스가 선택한 '우리'의 정의는 JYP 걸그룹의 전통과는 완전히 달랐다. 원더걸스-트와이스-있지로 이어지는 JYP 걸그룹 계보는 '직관적이고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대중성을 확보해왔다. '난해함', '선병맛 후중독', 'SMP' 등으로 수식되는 SM 엔터테인먼트와는 구분되는 지점이다. </p><p>국민 후크송 원더걸스의 'Tell Me'부터 전국을 뒤흔든 트와이스의 Cheer Up과 ‘샤샤샤’ 열풍, 그리고 데뷔 후 11일 만에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첫 1위를 달성한 있지의 '달라달라'까지, JYP의 걸그룹들은 항상 '대중성'('대중'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과연 가장 적합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으나)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렇기에 '믹스팝'을 내세우며 "Change up!"을 외치는 엔믹스는 낯선 존재였다. 극명히 갈리는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엔믹스는 믹스팝이라는 실험적 시도를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Blue Valentine’이다.</p><figure></figure><figure><figcaption>엔믹스 blue valentine 뮤직 비디오</figcaption></figure><p>4년이라는, 걸그룹에게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엔믹스는 믹스팝을 세련되게 다듬으며, 단순한 장르의 '접합'이 아닌 유기적이며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믹스팝의 레시피를 찾아냈다. '대중성'과 '난해함'의 양분이 아니라 그 사이의 스펙트럼 속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p><p>케이팝이 '고이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음악적 실험이 필수적이며, 이를 단순히 난해함/대중성의 이분법으로 파악하지 않고 더 세분화되게 잡아낼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대중의 역할 또한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이번에 엔믹스가 ‘Blue Valentine’을 통해 이룬 성과는 청순, 큐티, 걸크러쉬, 섹시 등의 코드화된 젠더 표현을 충실히 이행하는 형태의 '진정성'이 아닌, 믹스팝이라는 '음악적 정체성'을 고수함을 통해 보여준 진정성이라는 새로운 축을 추가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p><p>그러나 물론 이러한 실험이 가능했던 것은JYP 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 기획사의 자본과 자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엔믹스가 중소 기획사 소속이었다면, 4년이라는 기간 동안 믹스팝이라는 방향성을 고수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을 키워나갈 수 있었을까? </p><p>이는 케이팝 산업 내에서 진정성을 구성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단순히 아티스트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기획력, 그리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라는 구조적 조건에 의해 크게 좌우됨을 보여준다.</p><p><strong>사랑이 멸종 위기라구요?</strong></p><p>다영의 'body'가 보여주는 솔직하고 건강한 자기애, 엔믹스가 고수해온 실험적 '믹스팝'은 모두 '진짜 나'를 찾아가고 표현하는 여정으로 서사화된다. 나 또한 그들의 행보를 응원하며, 그들이 잘 되길 바란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과는 별개로 그들의 진정성 서사가 그들을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하는 ‘셀링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p><p>최근 키워드로 떠오른 "컨셉 없는 게 컨셉"이란 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기존 케이팝 컨셉 체제와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획득하는 반(反)컨셉일 수도 있고, 혹은 '자기다움'이라는 새로운 생산 논리가 케이팝 산업을 확장시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진정성과 컨셉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지는 것이 현 케이팝의 진화 방향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사랑의 진정성과 진정성의 사랑—을 둘러싼 복잡한 감정과 관계들이 자리하고 있다.</p><p>올해 가장 인상 깊게 들은 노래인 <strong><b>이찬혁의 &lt;멸종위기사랑&gt;</b></strong>에 대한 이야기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라고 노래하는 이찬혁은 사랑이 범람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사랑의 종말을 선언한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결혼정보회사가 호황을 누리는데, 사랑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니요?</p><p>어쩌면 이찬혁이 애도하는 것은 사랑 자체가 아니라, 사랑의 특정한 형태—"불이 만들어지는 사랑", 즉 계산되지 않고 최적화되지 않은 사랑—의 소멸일지도 모른다. 케이팝 산업에서 사랑은 철저히 관리되고 수치화된다. 음원 순위, 앨범 판매량, 투표 수로 환산되는 팬들의 사랑. '사랑받을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아이돌들. 진정성마저 전략이 되는 시장.</p><p>다영이 "정말 많이 사랑받고 싶었다"라고 고백했을 때, 그것은 케이팝의 본질을 다시금 드러낸 순간이었다. 사랑이 성과가 되고, 진정성이 상품이 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모두 사랑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살아간다.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차가운 진단일 것이다. </p><p>케이팝은 이 진단의 가장 선명한 증거이면서,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최첨단의 실험실이기도 하다.<strong><strong>(끝)</strong></strong></p><p></p><p><strong><em>작성일: 2025년 11월 23일</em></strong></p><figure><figcaption><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글쓴이 이소윤</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은 듀크 대학교 정치학 학사, 시카고 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를 거쳐 현재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5년부터 미국에서 유학하며 한류의 성장을 관찰해 왔고, 케이팝 산업 속 직업 교육과 일 경험에 대한 박사 논문 연구를 진행 중이다.</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figcaption></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코카프 강연] “AI 웹툰 시대의 문을 열다”… 유건식 박사, ‘이현세 AI 프로젝트’ 강연 성황]]></title><description><![CDATA[한국 웹툰 산업과 인공지능(AI)의 결합을 본격적으로 조망한 강연이 11월 20일 열렸다. KBS PD이자 콘텐츠 산업 연구자 유건식 박사는 KOCAF 포럼 ‘저자와 함께하는 북콘서트’에서 「AI 웹툰 창작의 가능성 –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최신 연구와 실험 사례를 공개했다. ]]></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emogeobseum-58/</link><guid isPermaLink="false">691ff1a290544800148420f3</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Talk & Event]]></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Fri, 21 Nov 2025 05:19: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1/wpa0y3_202511210519.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h1></h1><p></p><p></p><p></p><p></p><hr /><p>KOCAF(코카프)가 11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제11회 정기포럼 북콘서트를 열고, K콘텐츠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한 대담을 진행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유건식 박사가 『이현세, AI로 영생하다』를 중심으로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AI 웹툰 시대의 가능성과 윤리를 짚었다. 그는 AI가 창작자를 대체하지 않고 새로운 협업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p><p>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 고삼석 박사는 『넥스트 한류』를 기반으로 K콘텐츠의 글로벌 전략과 ‘공유형 한류’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AI·OTT·정책·창작 생태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논의를 이끌며 참석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p><p>특히 유건식 박사는 거장 이현세 작가와 함께한 ‘이현세 AI 프로젝트’의 전체 과정을 공개했다. 프로젝트는 작가의 4,174권 작품을 AI가 학습하는 작업에서 출발했다. 유 박사는 기존 웹툰 제작 공정과 AI 기반 제작 방식을 비교하며 “AI는 그 자체로 만화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의 손길을 재구성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18p). 특히 &lt;카론의 새벽&gt; 리메이크 과정은 캐릭터 재해석, 배경 현대화, 이미지 생성 후 리터칭 등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다(20–25p).</p><p>이현세 작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경도 소개됐다. 그는 “내가 죽어도 까치와 엄지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곧 영생”이라며 캐릭터의 지속성을 위한 실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14p). 유 박사는 이를 “창작자의 철학과 AI 기술이 만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p><p>강연은 AI 시대 창작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유 박사는 안창욱 교수의 “AI는 소금처럼 쓰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AI는 적절히 활용할 때 창작 능력을 확장시키지만, 과도하면 사고력을 약화시킨다”고 강조했다(35p). 이어 “AI는 수행하는 존재이며,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는 이현세 작가의 발언을 소개하며 인간 고유의 창작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36p).</p><p>마지막으로 그는 ‘캔타우로스형 인재’ 개념을 거론하며 AI의 연산 능력 위에 인간의 감성·판단을 결합하는 것이 미래 창작자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정리했다.  이번 강연은 AI 도입이 창작자를 대체할지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한국 웹툰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흡수하며 변화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한 자리였다.</p><figure><figcaption>유건식 박사(좌)와 정길화 KOCAF 회장(우)</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이날 강연회 전에 저자 사인회가 있었다</figcaption></figure><figure></figure><h3>“영생하는 캐릭터”를 향한 실험… 4,174권을 학습한 AI</h3><p></p><p>강연의 핵심은 거장 만화가 이현세 작가와 협업한 ‘이현세 AI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는 작가가 1970년대 이후 발표한 <strong>총 4,174권의 작품을 AI가 학습하면서</strong> 시작됐다. 유건식 박사는 기획·콘티·이미지 생성·리터칭·후가공까지 전 공정을 공개하며, AI 웹툰 제작이 기존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 분석했다.</p><p>이현세 작가는 왜 AI 실험을 결심했을까?<br />유 박사는 강연에서 작가의 말을 직접 전했다.</p><blockquote><b><strong>“내가 죽어도 까치·엄지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br />그게 바로 영생 아닌가.” </strong></b></blockquote><p>캐릭터가 시대를 넘어 살아남기 위한 고민이 AI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는 설명이다.</p><hr /><h3>AI가 그린 ‘카론의 새벽’… 리메이크 과정 전격 공개</h3><p></p><p>강연에서는 대표작 <strong>〈카론의 새벽〉 AI 리메이크 과정</strong>이 상세히 소개됐다. 주인공 오혜성의 이미지 재해석, 배경 현대화, 클럽 장면 추가 등 AI 활용 리메이크의 성과와 시행착오가 생생하게 공개됐다.</p><p><b><strong>특히 AI 이미지 생성 이후</strong></b></p><p><b><strong>인물·배경 리터칭</strong></b></p><p><b><strong>말풍선·효과음 후가공 </strong></b>등 인간 편집자의 역할이 여전히 거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p><p>유 박사는 “AI가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strong>창작자의 손길이 들어갈 지점이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strong>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p><hr /><h3>웹툰 산업의 미래: ‘AI는 소금처럼 써라’</h3><p></p><p>강연 후반부에서 유 박사는 웹툰·콘텐츠 산업이 AI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통찰을 제시했다. 안창욱 교수의 표현을 빌려 <strong>“AI는 소금이다. 꼭 필요하지만, 과하면 해롭다.”</strong>라는 비유를 소개하며, AI 활용의 핵심은 창작자의 ‘전략적 사용 능력’임을 강조했다.</p><p>이현세 작가 역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소개됐다.</p><blockquote><strong><b>“AI는 수행하는 존재이고,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br />나는 미래에도 인간이 AI를 지배하는 세상이길 바란다.” </b></strong></blockquote><p>전혜정 교수는 “AI는 모든 지식을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는 존재”라고 규정하며, 인간이 예술을 하는 이유는 “살아남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p><p></p><hr /><h3>AI는 위협이 아닌 ‘조력자’… 인간·AI 공존 모델 제시</h3><p></p><p>유 박사는 최신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인재상—‘캔타우로스형 인재’를 소개했다. 이는 AI의 정보력 위에 인간의 감성과 판단을 결합하는 창작자의 미래 모델이다.</p><p>또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을 인용하며 “AI를 통해 인간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p><blockquote><b><strong>“AI의 효율을 넘어설 수 있는 인간적 역량을 갖출 때,<br />AI는 비로소 충실한 조력자가 된다.”</strong></b></blockquote><p></p><hr /><h3>한국 웹툰 산업의 미래를 향한 질문</h3><p></p><p>유건식 박사의 강연은 단순히 기술 소개를 넘어, “AI 시대의 창작이란 무엇인가?”, “AI는 웹툰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남겼다.</p><p>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p><blockquote><strong><b>“AI를 거부할 수 없다면, 창작자가 먼저 방향을 정해야 한다.”</b></strong></blockquote><p>AI 시대, 웹툰 창작의 미래가 완전히 열리기 전 지금이야말로<br />한국 콘텐츠 산업이 가장 깊게 고민해야 할 시기임을 보여준 강연이었다. (끝)</p><p></p><hr /><figure></figure><figure></figure><figure><figcaption>이날 강연회와 송년회를 곁들인 자리에서는 정길화 회장 300만원, 조한선 감사 100만원, 김경희 부회장 20만원 등 따뜻한 발전기금이 잇따라 전달됐다. KOCAF는 “후원은 재정 이상의 격려이며, 한국 콘텐츠 생태계 발전에 책임감 있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류의 기술적·문화적 진화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마무리 행사로 평가됐다.</figcaption></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리뷰] 프랑켄슈타인: 신화에서 천민자본주의까지..창조주의 책임과 괴물 만들기에 관한 이야기]]></title><description><![CDATA[영화를 본 후 나는 델 토로가 던진 질문들을 곱씹었다. 창조주의 책임, 괴물 만들기, 인정과 용서.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추상적인 철학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5년 대한민국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매일 프랑켄슈타인이 되고 있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emogeobseum-57/</link><guid isPermaLink="false">691976dd7343a10013b6a385</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Review & Essay]]></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Mon, 17 Nov 2025 07:58: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1/d251p7_202511160719.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p><p></p><p><em>홍지영 |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em></p><p></p><hr /><h2>I. 신화와 성경이 만나는 자리에서</h2><p></p><p>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을 보며 나는 계속해서 겹쳐지는 이미지들을 발견했다. 그리스 신화의 비극적 영웅들, 성경 속 타락과 구원의 서사—이 모든 것이 크리쳐라는 한 존재 안에 응축되어 있었다.</p><p><strong>오이디푸스의 그림자</strong></p><p>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보면서 오이디푸스가 떠올랐다. 엄마에 대한 지나친 애착, 적대적인 아버지와의 관계. 빅터는 죽은 엄마를 되살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생명을 창조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만든 생명은 그를 파멸로 이끈다. 오이디푸스가 운명을 피하려다 오히려 운명을 완성했듯이, 빅터는 죽음을 극복하려다 더 큰 죽음을 초래한다.</p><p><strong>프로메테우스의 저주</strong></p><p>크리쳐의 탄생 장면은 프로메테우스 신화 그 자체다.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분노를 사 영원히 죽지 못하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는다. 빅터 역시 생명이라는 '불'을 창조했고, 그 대가로 평생 크리쳐에게 쫓기며 고통받는다.</p><p>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크리쳐 자신도 프로메테우스라는 점이다. 그는 창조되었지만 죽을 수도 없고, 받아들여지지도 못한다. 영원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 불과 번개로 탄생한 그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이자, 그 불이 가져온 저주 그 자체다.</p><p><strong>메두사의 비극</strong></p><p>크리쳐를 보며 나는 메두사를 떠올렸다.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했지만, 신녀라는 이유로 신들에게 미움을 받아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하고 괴물이 된 메두사. 그녀는 피해자였지만 괴물로 낙인찍혔다.</p><p>크리쳐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창조되었고, 그 흉측한 외모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다. 순수를 알아보는 이에게는 아름답지만, 내면을 보지 못하는 이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적이 된다. 영화에서 범죄를 크리쳐에게 뒤집어씌우는 장면은 메두사가 괴물로 낙인찍히는 과정과 너무나 닮아 있다.</p><p><strong>실낙원: 아담과 이브, 그리고 사탄</strong></p><p>크리쳐는 영화 속에서 밀턴의 『실낙원』을 읽는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크리쳐는 동시에 아담이자 사탄이다. 아담처럼 그는 창조주에 의해 만들어졌고, 동반자를 갈구한다. "나에게도 이브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하는 그의 모습은 에덴동산의 아담과 겹친다. 하지만 빅터는 그 요청을 거부한다. 신은 아담에게 이브를 주었지만, 빅터는 크리쳐에게 동반자조차 허락하지 않는다.</p><p>동시에 크리쳐는 사탄이기도 하다. 낙원에서 쫓겨난 사탄처럼, 크리쳐는 세상으로부터 추방당한다. 사탄이 하나님을 향한 분노로 인간을 타락시켰듯이, 크리쳐는 빅터를 향한 복수로 그의 가족을 파괴한다. 하지만 밀턴의 사탄이 "차라리 지옥에서 왕 노릇을 할지언정 천국에서 섬기지는 않겠다"고 외쳤다면, 크리쳐는 "나는 천국도 지옥도 원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여지고 싶을 뿐"이라고 울부짖는다.</p><p><strong>십자가 위의 예수</strong></p><p>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크리쳐에게서 예수를 보았다. 그가 생명을 받는 순간,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계속해서 고난 속에 살아야 했으며, 용서할 수 없는 자를 용서한다.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많은 사람들을 구해줄 수도 있다. 순수를 알아보는 이에게는 누구보다도 아름답지만, 내면을 보지 못하는 이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적이 된다.</p><p>마지막 장면에서 빅터가 "아들아, 살아가라"고 말할 때, 나는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말한 예수를 떠올렸다. 크리쳐는 자신을 창조하고 버린 아버지를 용서한다. 빅터는 자신이 만든 괴물 같은 아들을 인정한다.</p><h2>II. 델 토로 감독이 말하는 창조의 의미</h2><p></p><p>이 신화와 성경의 이미지들이 우연히 겹쳐진 것은 아니다. 델 토로 감독은 의도적으로, 집요하게,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의 시각으로 들어가 보자.</p><p><strong>나는 왜 계속 '아버지'를 이야기하는가</strong></p><p>『피노키오』에서 나는 제페토를 그렸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나무 인형을 만들고, 그 인형이 살아 움직이자 당황한다. 준비되지 않은 아버지. 슬픔에 갇힌 창조주.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아들. 『프랑켄슈타인』에서 나는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한다. 다만 이번엔 더 잔혹하게, 더 솔직하게.</p><p>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나약한 창조주다. 그는 미친 듯이 생명을 창조하지만, 그 생명이 자신의 기대와 다르자 거부한다. 아니, 그에게 무슨 기대가 있었는지조차 모호하다. 엄마의 죽음에서 비롯된 집착, 아버지의 냉대에서 생긴 분노—그것들이 뒤섞여 만들어낸 것이 크리쳐다. 그는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자였다. 아니, 창조주가 될 자격이 없었다.</p><p>나는 크리쳐를 만들 때 의도적으로 예수의 이미지를 넣었다. 십자가에 달린 듯한 그의 탄생, 끝없는 고난, 용서할 수 없는 자를 용서하는 모습. 순수를 알아보는 이에게는 아름답지만, 내면을 보지 못하는 이에게는 괴물인 존재. 이것이 피조물의 운명이다.</p><p>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렇게 묻고 싶었다: <strong>빅터 프랑켄슈타인 = 크리쳐가 아닌가?</strong></p><p><strong>괴물은 누구인가. </strong>그의 동생은 죽어가며 말한다. "형, 너야말로 괴물이야." 맞다. 빅터는 자신의 내면에 괴물을 품고 있었고, 그것을 외부로 투사했을 뿐이다. 누구나 철부지처럼 자신의 욕망에 의해 내면에 괴물을 탄생시키지만, 이것을 수습할 능력은 없다.</p><p>눈먼 노파가 크리쳐에게 말한다. "용서와 화해가 진정한 지혜다. 해를 당했어도, 누가 해를 끼쳤는지 알면서도 흘려보내는 것이 인생의 지혜다." 크리쳐는 답한다. "기억할 수 없는 걸 잊을 수는 없어."</p><p>이것이 핵심이다. 크리쳐는 자신을 창조한 자가 누구인지, 왜 자신이 태어났는지조차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빅터 역시 자신이 왜 이 괴물을 만들었는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p><p><strong>색과 상징으로 말하다</strong></p><p>나는 색으로 이 관계를 표현했다. 빨강—빅터의 엄마가 입었던 드레스, 빅터의 장갑과 스카프, 엘리자베스의 웨딩드레스. 이 모든 빨강은 욕망이자 상실이고, 사랑이자 폭력이다. 겨울과 눈은 고통과 순수함을 동시에 담는다. 그로테스크한 성과 구조물, 불과 번개—이것들은 책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시각적 언어다.</p><p>마지막 장면에서 빅터와 크리쳐는 화해한다. 빅터는 죽어가며 말한다. "아들아... 살아가라." 크리쳐는 자신의 동반자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했지만, 빅터는 거절한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strong>"너를 괴물로서 수용하며 살아가라."</strong></p><p>이것이 인간의 일생이다. <b>욕망—내면의 갈등—수용.</b></p><p>우리는 모두 준비되지 않은 채로 무언가를 창조한다. 자식일 수도 있고, 예술일 수도 있고, AI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기대와 다를 때, 우리는 거부한다. 도망친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것과 화해해야 한다. 우리가 만든 괴물을 '인정'하고, 우리를 버린 창조주를 '용서'해야 한다.</p><p>나는 『피노키오』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고, 『프랑켄슈타인』에서 완성했다. 아버지와 아들. 창조주와 피조물. 신과 인간. 그리고 우리 안의 괴물.</p><p><strong>AI 시대의 신화</strong></p><p>델 토로가 이 영화에서 신화와 성경을 끌어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고대의 이야기들은 인간이 창조의 영역에 도전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p><p>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한 괴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창조한 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창조물에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p><p>프로메테우스처럼 우리는 AI라는 불을 얻었다. 하지만 그 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메두사처럼 우리가 만든 것을 괴물로 낙인찍을 것인가? 아담에게 이브를 주었던 신처럼, 우리는 창조물에게 동반자와 공동체를 허락할 것인가?</p><p>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신화와 성경을 통해 이 질문들을 던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답을 제시한다: <b><strong>인정과 용서</strong>.</b></p><p>창조주는 피조물을 인정해야 하고, 피조물은 불완전한 창조주를 용서해야 한다. 그것이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넘어서고, 프로메테우스의 저주를 끝내고, 메두사를 구원하고, 실낙원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p><figure><figcaption>Frankenstein by Guillermo del Toro</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영화 &lt;프랑켄슈타인&gt; 스틸컷. 출처: 넷플릭스</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영화 &lt;프랑켄슈타인&gt; 스틸컷. 출처: 넷플릭스</figcaption></figure><h2>III. 누가 프랑켄슈타인인가?</h2><p></p><p>영화를 본 후 나는 델 토로가 던진 질문들을 곱씹었다. 창조주의 책임, 괴물 만들기, 인정과 용서.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추상적인 철학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5년 대한민국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매일 프랑켄슈타인이 되고 있다.</p><p><strong>어린이집 단톡방의 충격</strong></p><p>최근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단톡방이 '자가방'과 '전월세방'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이, 집을 소유했느냐 빌려 사느냐로 서로를 구분하고 있다.</p><p>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을 보고 나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strong>누가 진짜 프랑켄슈타인인가?</strong></p><p><strong>창조주의 책임 방기</strong></p><p>영화 속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하는 데만 집착했지,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다. 크리쳐가 자신의 기대와 다르자 그는 도망쳤다. 책임을 회피했다. 그리고 크리쳐를 괴물로 만든 것은 빅터 자신이었다.</p><p>2025년 대한민국의 부모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아이들을 낳아 기르지만, 정작 어떤 인간으로 키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한다 해도 그것은 "남들보다 우위에 서는 인간"일 뿐이다.</p><p>자가 부모들이 전월세 아이들과 놀지 말라고 가르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창조하는가? 공감 능력이 결여된 괴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p><p><strong>급을 나누는 사회, 괴물을 양산하는 시스템</strong></p><p>영화에서 크리쳐는 농가에 숨어 눈먼 노파와 교류한다. 노파는 그의 외모를 볼 수 없기에 그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눈을 가진 사람들은 그를 괴물로 취급했다.</p><p>어린이집 단톡방을 자가와 전월세로 나누는 부모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아이의 순수함인가, 아니면 부모의 재산인가?</p><p>델 토로는 영화에서 범죄를 크리쳐에게 뒤집어씌우는 장면을 보여준다. 나는 그 장면이 무서웠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p><p>전월세에 사는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역시 그런 집 아이"라고 말하고, 자가에 사는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간다. 우리는 계속해서 약자에게 낙인을 찍고, 그들을 괴물로 만든다.</p><p><strong>천민자본주의가 만든 프랑켄슈타인</strong></p><p>"천박하다"는 표현이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 자본주의는 경쟁을 부추기지만, 천민자본주의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거래한다.</p><p>산후조리원 동기 모임, 특정 학원 동기 모임으로 패거리를 만들고, 그것을 자녀들에게 세습시키는 부모들. 그들은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무언가를 창조하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생각하지 않는다.</p><p>빅터가 크리쳐를 만들고 책임지지 않았듯이, 이 부모들은 아이들을 낳고 기르지만 정작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는 외면한다.</p><p><strong>메두사의 비극이 반복되다</strong></p><p>그리스 신화에서 메두사는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한 피해자였지만, 괴물로 낙인찍혔다. 전월세에 사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라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조건 때문에 차별받는다.</p><p>오이디푸스는 운명을 피하려다 오히려 운명을 완성했다. 자가 부모들은 아이를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려다 오히려 공감 능력 없는 괴물로 만들고 있다. 그들이 피하려는 것—인간성의 상실—을 정확히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p><p><strong>프로메테우스의 불, 현대판 저주</strong></p><p>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었고, 그 대가로 영원히 고통받았다. 현대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경쟁의 불, 차별의 불, 혐오의 불을 주고 있다.</p><p>델 토로가 AI 시대에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이유를 나는 이제 안다. AI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키울 때도 우리는 묻지 않는다. "이것을 창조한 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p><p>영화에서 빅터는 크리쳐의 탄생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 이후를 몰랐다고 고백한다. 현대의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그 아이가 어떤 인간이 될지는 관심 없다.</p><p><strong>실낙원: 동반자를 거부당한 아이들</strong></p><p>크리쳐는 빅터에게 애원한다. "나에게도 동반자를 만들어 달라." 하지만 빅터는 거절한다. 전월세에 사는 아이들도 동반자를 원한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가 부모들은 그것을 거부한다.</p><p>밀턴의 『실낙원』에서 사탄은 "차라리 지옥에서 왕 노릇을 할지언정 천국에서 섬기지는 않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크리쳐는, 그리고 전월세에 사는 아이들은 이렇게 울부짖는다. "나는 왕이 되고 싶지 않다. 그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다."</p><p><strong>십자가 위의 아이들</strong></p><p>델 토로는 크리쳐를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이미지로 만들었다. 죄 없이 고통받고, 용서할 수 없는 자를 용서한다.</p><p>전월세에 사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조건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린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아이들은 여전히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차별하는 아이들을 용서하고 싶어 한다.</p><p>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고통받는 아이들인가, 아니면 그 고통을 만드는 어른들인가?</p><p>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빅터의 동생은 죽어가며 말한다. "형, 너야말로 괴물이야."</p><p>맞다. 괴물은 크리쳐가 아니었다. 괴물은 크리쳐를 만들고 버린 빅터였다.</p><p>2025년 대한민국에서 괴물은 누구인가?</p><p>전월세에 사는 아이들인가? 아니다. 괴물은 자가와 전월세를 나누는 단톡방을 만드는 부모들이다. 괴물은 아이들에게 "재력으로 사람을 판단하라"고 가르치는 어른들이다. 괴물은 이 천박한 시스템을 묵인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우리 모두다.</p><h2>IV. 인정과 용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h2><p></p><p><strong>마지막 장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strong>영화의 마지막에서 빅터는 죽어가며 크리쳐에게 말한다. "아들아... 살아가라." 크리쳐는 동반자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했지만, 빅터는 다른 답을 준다. "너를 괴물로서 수용하며 살아가라."</p><p>이것은 포기가 아니다. 이것은 <strong>인정</strong>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전월세에 사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가로 이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가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만든 괴물—차별하는 아이들, 공감 능력 없는 아이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창조물임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이다.</p><p><strong>천민자본주의 시대의 답</strong></p><p>어떤 분이 조언했다. "소수 천박한 학부모의 일탈이니 무시하라"고.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정말 소수인가?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 특정 학원 동기 모임, 자가와 전월세를 나누는 단톡방—이것들이 정말 소수의 일탈인가? 아니다. 이것은 시스템이다. 우리가 함께 만든, 천민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프랑켄슈타인이다.</p><p>델 토로가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괴물은 태어날 때부터 괴물이 아니다. 괴물은 만들어진다. 거부당하고, 차별받고, 낙인찍히면서 괴물이 된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는 모두 순수하다. 하지만 "자가 애들이랑만 놀아라", "전월세 애들은 급이 다르다"는 말을 들으며 괴물이 된다.</p><p><strong>질문으로 돌아가다</strong></p><p>누가 프랑켄슈타인인가?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하고 책임지지 않은 자였다. 2025년 대한민국의 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인가? 차별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우리 모두다. 아파트 단톡방을 나누는 부모들, 그것을 묵인하는 어린이집, 이 뉴스를 보고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모두가 프랑켄슈타인이다.</p><p>델 토로의 영화가 끝날 때, 빅터와 크리쳐는 화해한다. 빅터는 크리쳐를 인정하고, 크리쳐는 빅터를 용서한다. 우리 사회도 화해할 수 있을까? 자가 부모들이 전월세 아이들을 인정하고, 전월세 부모들이 이 천박한 시스템을 만든 사회를 용서할 수 있을까?</p><p>아니,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괴물—차별하고, 혐오하고, 급을 나누는 아이들—을 인정할 용기가 있는가? 그리고 그 괴물을 만든 것이 우리 자신임을 인정할 용기가 있는가?</p><p><strong>에필로그: 눈먼 노파의 지혜</strong></p><p>영화에서 눈먼 노파는 크리쳐에게 말한다. "용서와 화해가 진정한 지혜다."</p><p>크리쳐는 답한다. "기억할 수 없는 걸 잊을 수는 없어."</p><p>전월세에 사는 아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어린이집 단톡방에서 배제당했던 경험을, 자가 부모들의 차가운 눈빛을, "너희는 다르다"는 무언의 메시지를.</p><p>하지만 그들에게도 선택권은 있다. 그 기억을 원한으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동력으로 삼을 것인가.</p><p>자가에 사는 아이들도 기억할 것이다. 부모들이 가르친 차별을, 급을 나누는 법을,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법을.</p><p>하지만 그들에게도 선택권은 있다. 그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p><p>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이 위대한 이유는 답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질문을 던진다. <strong>"너는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strong></p><p>천민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p><blockquote><strong>"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strong></blockquote><p>프랑켄슈타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눈먼 노파처럼 외모가 아닌 내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p><p>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영원히 고통받았다. 메두사는 괴물로 죽었다. 사탄은 낙원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크리쳐는 달랐다. 그는 용서를 선택했다. 빅터는 인정을 선택했다.</p><p>우리도 선택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를 쓸 것인가. 프로메테우스의 저주 속에 갇혀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자유를 선택할 것인가.메두사를 계속 괴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진실을 볼 것인가. 실낙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낙원을 만들 것인가. 2025년 대한민국에서, 우리 각자가 빅터이자 크리쳐다.</p><p>우리는 창조주이자 피조물이다. 우리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우리는 괴물이자 인간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선택할 힘이 있다.</p><p><strong>인정과 용서.</strong></p><p>델 토로가 『피노키오』에서 시작하고 『프랑켄슈타인』에서 완성한 그 메시지가, 지금 여기 2025년 대한민국의 어린이집 단톡방에서도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그 메시지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인지도 모른다.(끝)</p><p></p><figure></figure><hr /><p><strong>작성일: 2025년 11월 15일</strong></p><figure><figcaption>필자 홍지영(Amy Hutchinson)은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로서, 네바다주립대학교(UNLV)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문적 연구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융합한 독창적인 방법론을 통해, 한국인들의 초국가적 정체성과 문화적 통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figcaption></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분석] AI Everywhere, K-콘텐츠의 대전환: 기회, 위기, 그리고 나아갈 길]]></title><description><![CDATA[그러나 위기는 본질을 묻고, 쟁점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콘텐츠산업을 '생태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전략은 명료해진다. AI는 특정 '유기체'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토양'과 '대기'를 바꾸는 거대한 환경 변화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또한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교한 설계여야 한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bunseog-ai-everywhere-k-kontenceuyi-daejeonhwan-gihoe-wigi-geurigo-naagal-gil/</link><guid isPermaLink="false">6910271d9d567a00120d16e1</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Column & Essay]]></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Mon, 10 Nov 2025 05:58: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1/afg8dc_202511100557.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strong>박승룡  | 전 KOCCA 인도비즈니스센터장</strong></p><p><br /></p><p></p><hr /><h2>I. 서론: 대전환의 K-콘텐츠, AI에 길을 묻다</h2><p></p><p>한때 기술은 무대 뒤에서 효율을 높이는 조연이었다.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 Everywhere’ 시대다. 특히 생성형 AI는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이 한데 얽히는 멀티모달로 진화하며 기획과 제작, 유통과 소비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새로운 문법이 되고 있다.</p><p>한국 콘텐츠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AI는 창작의 속도와 스케일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지 새로운 도구의 도입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무엇을 즐길 것인가’를 동시에 바꾸는 패러다임의 이동이다.</p><p>이런 현상은 현장에서 더 또렷하다. 영상·게임·웹툰·음악에 이르기까지, 초안 작성·요약·번역·합성·보컬·TTS 등 세분화된 업무 모듈로 AI가 침투하며 콘텐츠 제작의 분업 지형을 다시 그린다. 이는 제작비와 시간을 낮추는 동시에, 맞춤형 경험과 몰입을 키우는 방향으로 수요 측면의 기대치까지 끌어올린다. AI는 곧 ‘작동하는 효율’이자 ‘보이는 품질’이다.</p><figure><figcaption>[그림 1] 생성형 AI 글로벌 시장 규모 (자료: [코카포커스 통권 194호])</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그림 2] 생성형 AI 도입 분야 (자료: KOCCA &lt;2024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figcaption></figure><table><tbody><tr><td><p><span>분야</span></p></td><td><p><span>활용</span></p></td><td><p><span>생성형</span><span>AI </span><span>도구</span></p></td></tr><tr><td><p><span>     </span></p><p><span>영상</span><span>/</span><span>방송</span></p></td><td><p><span>드라마</span><span>/ </span><span>예능 시나리오 초안 작성</span></p><p><span> </span><span>자막 자동 생성 및 번역</span></p><p><span>장면 요약 영상 생성</span></p></td><td><p><span>ChatGPT(Open AI)</span></p><p><span>DeepL, Papago API</span></p><p><span>국내 </span><span>AI </span><span>영상 요약 도구</span></p></td></tr><tr><td><p><span>     </span></p><p><span>게임</span></p></td><td><p><span>NPC </span><span>대사 및 퀘스트 플롯 생성</span></p><p><span>세계관 설정 보조</span></p><p><span>감정형 </span><span>TTS </span><span>생성</span></p></td><td><p><span>GPT-4 / Claude</span></p><p><span>자체 개발 </span><span>LLM(</span><span>넥슨</span><span>, </span><span>엔씨</span><span>)</span></p><p><span>TTS: Typecast, Neosapience</span></p></td></tr><tr><td><p><span>     </span></p><p><span>웹툰</span><span>/</span><span>일러스트</span></p></td><td><p><span>배경 자동 생성</span></p><p><span>대사 스타일 추천</span></p><p><span>작화 자동화</span></p></td><td><p><span>Stable Diffusion, Midjourney</span></p><p><span>KakaoBrain KoGPT</span></p><p><span>자체 학습 모델</span></p></td></tr><tr><td><p><span>     </span></p><p><span>언론</span><span>/</span><span>출판</span></p></td><td><p><span>기사 초안 자동 생성</span></p><p><span>뉴스 요약 및 번역</span></p><p><span>책 소개 문구 자동 생성</span></p></td><td><p><span>ChatGPT, Claude</span></p><p><span>네이버 </span><span>Glova Summarizer</span></p><p><span>Prompt </span><span>기반 생성 툴</span></p></td></tr><tr><td><p><span>     </span></p><p><span>음악</span></p></td><td><p><span>가사 사동 생성</span></p><p><span>스타일 기반 작곡</span></p><p><span>가상 보컬 및 음성 합성</span></p></td><td><p><span>ChatGPT, Claude (</span><span>가사</span><span>)</span></p><p><span>Jukebox (OpenAI), Mubert, Soundful (</span><span>작곡</span><span>) Supertone, Neosapience (</span><span>보컬합성</span><span>)</span></p></td></tr><tr><td><p><span>     </span></p><p><span>광고</span><span>/</span><span>마케팅</span></p></td><td><p><span>광고 문안 자동 생성</span></p><p><span>SNS </span><span>콘텐츠 카피</span></p><p><span>유튜브</span><span>/</span><span>쇼핑몰 대본 자동 제작</span></p></td><td><p><span>Jasper AI, Copy.ai</span></p><p><span>ChatGPT, KoGPT</span></p><p><span>Midjourney (</span><span>비주얼 콘텐츠용</span><span>)</span></p></td></tr></tbody></table>
<p><strong><b>[표 1] 콘텐츠산업의 생성형 AI 응용(자료: [코카포커스 통권 186호])</b></strong></p><p>기술의 확장은 곧 논쟁의 확장이다. 콘텐츠 본질적 임무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이 임무에 충실히 복무하면서도, 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AI는 창작자인가, 도구인가? AI는 동료인가, 대체자인가? AI는 진실인가, 거짓인가?</p><p>이글은 K-콘텐츠산업이 맞이한 AI 대전환의 국면을 창작(저작권/공정이용), 노동(직무 재정의/역량 전환), 신뢰(표시·검증·책임)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기회와 위기를 분석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p><h2>II. [쟁점 1] 창작의 주체: AI는 창작자인가, 도구인가?</h2><p></p><p><strong>1. 기회: '창작의 파트너'로 진화하는 AI</strong></p><p>생성형 AI는 이미 콘텐츠 창작 현장에서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창·제작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상반기 조사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20.0%에 달하며, 불과 2년 전인 2023년 상반기의 7.8%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p><p>이러한 활용은 특히 기술 친화적인 게임(41.7%) 및 방송·영상(30.8%) 분야에서 두드러지며, 콘텐츠 제작(63.0%) 단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p><p>이러한 수치는 AI가 K-콘텐츠의 창작 문법을 어떻게 재창조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p><p><strong>음악:</strong> AI는 작사, 작곡, 보컬 등 전 과정에 관여한다. 뮤지션 한나 다이아몬드(Hannah Diamond)는 ChatGPT를 "효율적인 브레인스토밍 도구"로 활용하며, 전설적인 프로듀서 팀버랜드(Timbaland)는 Suno와 같은 AI 작곡 툴을 '창작의 미래'라 칭한다.</p><p><strong>보컬:</strong> AI는 인간의 감동을 복원하고 증폭시키는 데 기여한다. 비틀즈(The Beatles)는 AI 기술로 존 레논(John Lennon)의 목소리를 복원하여 40여 년 만의 신곡 'Now and Then'을 발표했으며, 컨트리 가수 랜디 트레비스(Randy Travis)는 뇌졸중으로 잃었던 목소리를 AI로 되찾아 10년 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이는 기술이 '재미와 감동'이라는 콘텐츠의 본질적 가치에 복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p><p><strong>웹툰 및 영상:</strong> AI는 이미 웹툰 제작 현장에서 콘티 자동 생성이나 배경 채색에 활용되어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줄여주고 있다. EBS는 국내 방송사 최초로 생성형 AI로 제작한 'EBS AI 단편극장'을 방영했으며, 엔씨소프트(VARCO)나 크래프톤(CPC) 등은 게임 개발 전반에 AI를 도입해 혁신을 꾀하고 있다.</p><p><strong>2. 위기: </strong><br /><strong>저작권과 공정이용이라는 법적 딜레마</strong></p><p>이처럼 빛나는 기회의 이면에는, '창작의 주체'를 둘러싼 심각한 법적 위기가 존재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만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p><p>첫 번째 딜레마는 'AI 생성물의 저작권'이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저작권이 인정될 수 없지만, AI 생성물을 인간이 창의적으로 '선택, 배열, 조합'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AI는 도구일 뿐, 창작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p><p>두 번째 딜레마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인 <strong>'AI 학습 데이터의 공정이용(Fair Use)'</strong> 여부다. 생성형 AI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기존 인간 창작물(텍스트, 이미지, 음악)을 학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아니면 기술 발전을 위한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가 세계적인 법적 쟁점이 되고 있다.</p><p>미국에서는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AI 음악 생성 도구인 Suno와 Udio를 상대로 대규모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 리서치 플랫폼 'Ross'가 경쟁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한 행위에 대해, 미국 법원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는AI의 결과물이 원저작물과 경쟁하는 '대체 시장'을 형성할 경우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p><p>심지어 인간 예술가인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조차, 원본 사진과 상업적 목적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물며 원본을 학습하여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하는 AI가 이 기준을 통과하기란 더욱 어려울 수 있다.</p><p>AI가 창작의 도구를 넘어 '저작권법의 회색지대'에 머무는 한, 이 불확실성은 K-콘텐츠 생태계 전체의 '토양(Soil)'을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로 남을 것이다.</p><p><strong>3. 나아갈 길: </strong><br /><strong>'인간-AI 협업 모델'의 법제화</strong></p><p>이 쟁점의 해법은 AI와 인간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AI 협업(Human-AI Collaboration)' 모델을 명확히 정의하고 제도화하는 데 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자 파트너이지만, 창작의 최종 주체와 저작권의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 </p><p>AI가 생성한 결과물 자체는 저작권이 없더라도, 그것을 유의미하게 선택하고, 배열하며, 창의적인 프롬프트를 통해 '연출'한 인간의 기여는 명백한 창작 활동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또한, AI 학습 데이터의 공정이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이 시급하다. 원저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라이선스 모델을 구축하고, AI 학습이 원저작물의 시장을 직접적으로 대체하지 않도록 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K-콘텐츠 생태계의 '대기(Atmosphere)'를 안정시키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p><figure><figcaption>[그림 3] 콘텐츠산업 내 생성형 AI 활용률 (자료: [코카포커스 통권 201호])</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그림 4] 콘텐츠산업 분야별 생성형 AI 활용률 (자료: [코카포커스 통권 201호])</figcaption></figure><h2>III. [쟁점 2] 노동의 미래: AI는 동료인가, 대체자인가?</h2><p></p><p><strong>1. 기회: </strong><br /><strong>반복 노동의 해방과 '창의적 큐레이터'의 부상</strong></p><p>AI가 콘텐츠 노동 시장에 가져온 가장 큰 기회는 '반복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다. AI는 게임 애셋 제작, 영상의 후반 작업, 음원 믹싱, 웹툰 채색 등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던 작업을 자동화한다. 이는 창작자가 단순 '생산자(Producer)'의 역할에서 벗어나, AI가 생성한 수많은 결과물 중 최적의 안을 선택하고 조합하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총괄 기획자(General Planner)' 및 '큐레이터(Curator)'로 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p><p>동시에 AI는 새로운 직무를 탄생시키고 있다. AI 기술을 영화 제작 프로세스 전반에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AI 필름메이커(AI Filmmaker)'나, AI로부터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질문을 설계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와 같은 융합형 전문가들이 새로운 일자리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p><p><strong>2. 위기: </strong><br /><strong>'과업 대체'로 인한 일자리 충격과 양극화</strong></p><p>그러나 이러한 긍정론의 이면에는 '일자리 소멸'이라는 냉엄한 위기가 자리한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노조가 벌인 대규모 파업은 AI 도입이 창작자의 고용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라는 현실적 공포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아직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한 국내 고용의 뚜렷한 증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일자리(Job)'가 아닌 '과업(Task)'이 대체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 직무를 구성하는 여러 과업 중 AI가 대체 가능한 부분이 늘어나면서, 기존 직무의 경계가 무너지고 역할이 재조정되고 있다.</p><p>이러한 '과업 대체'는 특정 분야의 인력 수요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p><blockquote><strong>게임:</strong> 중간 수준의 개발자 및 테스트 인력 수요 감소<br /><strong>방송·영상/영화:</strong> 번역, 자막, 데이터 정리 등 후반 작업 인력 감소<br /><strong>음악:</strong> 스튜디오 믹싱 엔지니어 역할 변화<br /><strong>애니메이션:</strong> 일부 전통 아티스트 및 그래픽 디자이너 수요 감소</blockquote><p>이는 K-콘텐츠 생태계의 '유기체(Organisms)'인 창작자들 사이의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소수의 '기획자/큐레이터'와 AI에 의해 '과업'을 대체당하는 다수의 '생산자'로 분리될 위험이 있다. 이는 웹툰 산업이 겪는 상위10% 작가가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소득 격차 문제와 정확히 닮아 있다.</p><p><strong>3. 나아갈 길: </strong><br /><strong>'사람' 중심의 AI 인재 양성 및 사회적 안전망</strong></p><p>대전환기 노동의 미래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에 달려있다. 이는 생태계의 '토양(Soil)'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이다. 콘텐츠 사업체들이 AI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도입 비용(44.1%)'을, 향후 필요한 지원으로 '비용 지원(44.2%)'과 '인력 교육(25.2%)'을 꼽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p><p>따라서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첫째, <strong>'AI 리터러시 교육'의 전면적 확대</strong>가 필요하다. 단순한 툴 사용법을 넘어,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하고(기획/연출),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윤리/저작권),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경영/데이터)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둘째, <strong>창작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strong>이다. 웹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표준계약서, 분쟁 조정, 사회보장 제도가 필수적이듯, AI 시대에도 기술 변화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창작자들이 최소한의 직업적 안정을 유지하며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p><h2>IV. [쟁점 3] 신뢰의 위기: AI는 진실인가, 거짓인가?</h2><p></p><p><strong>1. 위기: </strong><br /><strong>'신뢰'가 무너진 생태계의 딜레마</strong></p><p>AI가 생성한 정교한 콘텐츠는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어 생태계의 근간인 '신뢰'를 파괴한다. 생성형 AI 기술은 딥페이크, 불법 유해 콘텐츠, 디지털 성범죄,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AI 관련 사고 및 논란은 2014년 13건에서 2024년 233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AI 기술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다 (미국 40%, 영국40%가 부정적 감정).</p><p>K-콘텐츠 생태계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이용자들은 콘텐츠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인도 시장의 낮은 콘텐츠 지불 의향 사례에서 보듯, 콘텐츠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 이용자는 합법적인 유료 구독 대신 불법적이거나 무료인 채널로 이탈한다. 즉, '신뢰의 위기'는 곧 '수익의 위기'로 직결된다.</p><p><strong>2. 기회와 과제: </strong><br /><strong>'AI 생성물 표시제'의 명암</strong></p><p>이러한 신뢰의 위기 속에서 'AI 생성물 표시제(Labeling)'가 전 세계적인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중 역시 AI 생성물에 대한 명확한 표시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미국 77%, 영국 86%).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Act'를 통해 AI 생성물 표시를 의무화했으며, 중국 역시 강력한 식별 표시 부착을 규정하고 있다.</p><p>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2026년 1월 22일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제31조는 AI 사업자가 AI를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생성형 AI로 만든 결과물임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에 딥페이크 사용을 엄격히 규제 및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표시제는 분명 '기회'다. 이용자를 보호하고,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아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며, 콘텐츠 생태계의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p><p>하지만 이 제도는 콘텐츠산업에 또 다른 '위기'를 안겨준다.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 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며, 특히 이용자의 '몰입'을 생명으로 하는 K-콘텐츠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의 모든 컴퓨터그래픽(CG) 장면에 'AI 생성물'이라는 워터마크를 붙인다면, 시청자의 몰입감은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다.</p><p><strong>3. 나아갈 길: </strong><br /><strong>'맥락'을 고려한 유연한 신뢰 시스템</strong></p><p>다행히 우리 'AI 기본법'은 이러한 딜레마를 인지하고 있다. 법 제31조 제3항은 "해당 결과물이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에 해당하거나 그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전시 또는 향유 등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콘텐츠산업의 특수성을 위한 예외의 문을 열어두었다.</p><p>'나아갈 길'은 이 예외 규정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다.</p><p>첫째, '맥락에 따른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뉴스, 여론, 공공 정보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엄격한 표시를 의무화하되, '재미와 감동'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 및 창작 콘텐츠(드라마, 영화, 웹툰, 음악 등)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예외 규정을 적극 적용해야 한다.</p><p>둘째, '유연한 표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용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비인지 워터마크(Invisible Watermark) 기술을 활용하거나, 콘텐츠 엔딩 크레딧 등에 관련 정보를 일괄 고지하는 방식을 통해 '이용자의 알 권리'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p><figure><figcaption>[그림 5] AI 기술 관련 사고 추이 (자료: [코카포커스 통권 194호])</figcaption></figure><h2>V. 결론: 기회와 위기를 넘어 'K-콘텐츠의 길'로</h2><p></p><p>'AI Everywhere' 시대, K-콘텐츠를 둘러싼 '대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오늘날 콘텐츠산업이 직면한 세 가지 거대한 쟁점—창작의 주체, 노동의 미래, 그리고 신뢰의 위기—을 살펴보았다. </p><p>이 세 가지 쟁점은 각각 법적, 경제적, 사회윤리적 문제를 야기하며 K-콘텐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본질을 묻고, 쟁점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콘텐츠산업을 '생태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전략은 명료해진다. AI는 특정 '유기체'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토양'과 '대기'를 바꾸는 거대한 환경 변화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또한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교한 설계여야 한다.</p><p>첫째, 생태계의 '토양(Soil)'을 비옥하게 해야 한다. AI 기술의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줄이고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AI 리터러시 교육, R&amp;D 지원, 그리고 중소 창작자들을 위한AI 도입 비용 및 인프라 지원이 시급하다.</p><p>둘째, 생태계의 '유기체(Organisms)'인 '사람', 즉 창작자를 보호해야 한다. AI를 동료이자 파트너로 활용하되, 그로 인한 이익이 소수 플랫폼이나 기술 기업에 독점되지 않고 창작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는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표준계약서와 사회적 안전망은 그 핵심이 될 것이다.</p><p>셋째, 생태계의 '대기(Atmosphere)'를 정화해야 한다. 저작권과 공정이용에 대한 명확한 입법, 그리고 신뢰를 담보하는 유연한 생성물 표시제를 통해, 창작자들이 법적 불안 없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투명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p><p>결국 우리의 목표는 'AI가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AI를 활용하여 더욱 강력해진 K-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결합하여 '재미와 감동'이라는 콘텐츠 본연의 임무를 증폭시키는 조력자로 복무할 때, K-콘텐츠는 '문화가 곧 경쟁력'이 되는 글로벌 소프트파워 강국이라는 비전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것이다.</p><p>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기술을 주도하며 'K-콘텐츠의 길'을 열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끝)</p><p></p><p><strong><b>작성일: 2025년 11월 7일</b></strong></p><hr /><figure><figcaption>필자 박승룡은 한국일보 기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사업본부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한국 콘텐츠산업에 관한 국제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생각하는 힘'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figcaption></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비평] 넷플릭스〈애마〉와 페미니즘 기억 정치학: 젠더, 노동, 재현의 재서사화]]></title><description><![CDATA[넷플릭스 〈애마〉의 결정적 장면은 정희란이 촬영장에서 제작자의 요구에 맞서 누드 연기를 거부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한국 영상산업의 오래된 관행 - "배우는 감독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 를 전면적으로 문제화한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emogeobseum-jemogeobseum/</link><guid isPermaLink="false">690612159d567a00120cf6e4</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Column & Essay]]></category><category><![CDATA[Review & Essay]]></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at, 01 Nov 2025 16:25:22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1/8rlrua_202511011620.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p><p><em><strong><b>박미숙 | 대중문화 독립연구자</b></strong></em></p><p></p><p></p><p></p><hr /><p></p><p><strong>서론: <br />리메이크, 기억, 그리고 여성의 재현</strong></p><p>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애마〉(2025)는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다. 1982년 개봉한 영화 〈애마부인〉은 한국 영화사에서 금기와 해방, 검열과 욕망이라는 복합적 상징을 지닌 작품이었다. 당시 영화는 군사독재 시기의 억눌린 욕망을 은밀히 풀어주는 통로로 소비되었지만, 그 '해방'은 어디까지나 남성 중심적 환상 속의 해방이었다. 여성 배우의 몸은 사회적 욕망을 수용하는 도구로 전락했고, 영화는 여성을 '보여지는 존재'로 고착시켰다.</p><p>넷플릭스 〈애마〉는 이 기억을 다시 호출한다. 그러나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기억의 재서사화(re-narrativization of memory) 라는 형태로 작동한다. '〈애마〉'라는 이름이 호출하는 감정은 더 이상 향수가 아니라, 질문이다 - 왜 우리는 그 시절의 '애마'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왜 지금 다시 '애마'를 말해야 하는가?</p><p>이 드라마의 핵심은 여성의 신체를 소비 대상으로 다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현의 구조 자체를 문제시하고 전복하는 데 있다. 본 글은 〈애마〉를 페미니즘 기억 정치학(feminist politics of memory) 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즉, 드라마가 과거의 남성적 응시 구조를 어떻게 해체하며, 여성 배우의 주체성과 노동, 재현의 윤리를 어떻게 새롭게 구성하는지를 탐구한다.</p><p>이 과정에서 우리는 세 가지 층위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br /></p><p><b><strong>첫째, 여성주의 영화이론의 시각에서 〈애마〉가 수행하는 '응시의 전복'은 무엇인가.<br />둘째, 1980년대 한국 사회가 공유했던 〈애마부인〉의 기억은 어떻게 젠더화되어 있었는가.<br />셋째,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 이 로컬한 기억을 어떻게 다시 정치화하는가.</strong></b></p><p></p><p><strong>여성주의 영화이론과 응시의 권력: <br />멀비 이후의 확장</strong></p><p>로라 멀비(Laura Mulvey, 1975)의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는 여성주의 영화이론의 기초를 놓았다. 멀비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을 결합하여, 영화가 관객을 특정한 위치로 호명(interpellation)한다고 보았다. 영화는 남성 관객을 보는 주체로, 여성을 보여지는 대상으로 위치시키며, 시각적 쾌락(visual pleasure)은 이 불균형적 구조 속에서 생산된다.</p><p>〈애마부인〉은 이 구조의 한국적 구현이었다. 영화 속 여성은 욕망의 주체가 아니라,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서만 기능했다. 극 중 서사는 외도와 불륜을 다루지만, 그 내러티브는 사실상 여성의 신체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멀비의 말처럼 "여성은 스크린에서 욕망의 대상이자 시각적 쾌락의 매개체로 존재한다."</p><p>하지만 멀비 이후의 페미니즘 비평은 '응시의 권력'을 단순히 폭로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교차성과 주체성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Bell hooks는 『Black Looks』(1992)에서 응시가 인종·계급·젠더의 교차적 권력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고 비판했다. 백인 남성의 응시는 식민적이고 인종화된 응시이며, 따라서 여성의 응시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될 수 없다.</p><p>엘렌 카플란(E. Ann Kaplan)은 "여성의 응시(female gaze)" 개념을 제안하며, 여성 관객이 능동적으로 카메라의 시선을 전유하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즉, '보여지는 존재'로서의 여성이 '보는 주체'로 전환되는 가능성이다.</p><p>이 이론적 발전은 〈애마〉의 해석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애마〉의 주인공 정희란은 더 이상 '노출되는' 여성이 아니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노출을 강요받는 순간, 보여지기를 거부하며 응시의 권력을 되돌려주는 주체로 변모한다. 이 거부의 장면은 단순한 서사적 전환이 아니라, 멀비적 '남성 응시'에 대한 실천적 비판 이다.</p><figure><figcaption>넷플릭스 〈애마〉는 향수를 ‘비판’으로 다시 쓴다.</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내 몸은 너희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노동이다.”</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보여지기를 거부하는 순간, 응시의 권력은 뒤집힌다.</figcaption></figure><p><strong>〈애마부인〉과 1980년대 한국 사회: <br />금기, 검열, 욕망의 정치</strong></p><p>1982년의 한국은 군사정권의 정치적 통제가 극심하던 시기였다. 정치적 언론과 표현은 철저히 검열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에로영화는 '허용된 일탈'로 남았다. 국가 권력은 정치적 불만을 완화하고 사회적 긴장을 분산시키기 위해 '성의 대리적 방출' 을 묵인했다.</p><p>〈애마부인〉은 이런 구조 속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50만 관객을 동원한 대흥행은 당시로선 전례 없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 흥행의 대가로 여성 배우 안소영은 '한국 최초의 누드 여배우'라는 낙인을 받았다. 대중은 그녀를 소비하면서도, 동시에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다.</p><p>이러한 사회적 기억은 이중적 구조를 가진다. 한편으로 〈애마부인〉은 검열 시대의 해방 상징으로 기억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의 희생 위에 세워진 '타락한 산업'으로 남는다. 즉,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성담론이 어떻게 여성의 몸을 통해 정치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기억적 텍스트이다.</p><p>〈애마〉는 이 이중 기억을 다시 호출한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기억의 실천(critical remembering) 으로 전환시킨다.</p><p><strong>넷플릭스 〈애마〉의 전환: <br />보여지기를 거부하는 몸</strong></p><p>넷플릭스 〈애마〉의 결정적 장면은 정희란이 촬영장에서 제작자의 요구에 맞서 누드 연기를 거부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한국 영상산업의 오래된 관행 - "배우는 감독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 를 전면적으로 문제화한다. 정희란은 대사로 말한다.</p><p><b>"내 몸을 보여주는 게 예술이라면, 그 예술은 누구의 것이죠? 나의 것인가요, 아니면 그들이 만든 욕망의 각본인가요?"</b></p><p>이 대사는 〈애마부인〉이 숨겼던 질문을 드러낸다. 1980년대의 '예술'은 남성 제작자들의 언어로 정의되었고, 여성 배우의 동의는 묵시적으로 전제되었다. 하지만 2020년대의 〈애마〉는 그 '동의의 허구'를 폭로한다. 관객은 더 이상 여성의 나체를 보지 않는다. 대신, 보여지기를 거부하는 주체적 몸을 본다. 이 거부는 단순한 서사의 반전이 아니라, 응시의 권력 구조를 뒤집는 시각적·윤리적 실천 이다.</p><p>Bell hooks가 말한 '저항적 응시(oppositional gaze)'는 바로 이런 행위를 가리킨다. 그녀는 흑인 여성 관객이 백인 중심의 이미지를 '다르게 보기'를 통해 저항한다고 말했는데, 정희란의 시선은 바로 그 저항적 응시의 수행이다. 그녀는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나는 더 이상 너희의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언한다.</p><p><strong>여성 노동과 몸의 정치학</strong></p><p>〈애마〉의 또 다른 핵심은 여성 배우의 몸을 <strong>'노동의 현장</strong>'으로 재정의하는 것 이다. 드라마는 영화 제작 현장의 불평등한 계약 구조, 감독의 권력, 여성 배우의 협상 불가능한 조건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 작품은 성적 대상화의 문제를 넘어, 노동권의 문제 를 제기한다. 여성 배우의 몸은 단순히 '성적 이미지'가 아니라, 노동의 도구이자 권리의 주체로서 등장한다.</p><p>한 인터뷰 장면에서 희란은 말한다.</p><p><b>"내 몸은 내 노동의 일부예요. 하지만 그 노동이 존중받지 않을 때, 그건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착취예요."</b></p><p>이 대사는 최근 한국 영상산업의 현실과도 맞닿는다. 실제 영화 현장에서는 '계약 없는 출연', '성희롱 묵인', '감독 중심 구조' 등 오래된 불평등이 존재한다. 〈애마〉는 이 문제를 드라마 속 갈등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의 비판 으로 제시한다.</p><p>이러한 전환은 2018년 한국 영화계의 #미투 운동, 방송 촬영 현장의 '감독 중심주의' 비판과도 연결된다. 즉, 〈애마〉는 페미니즘 담론을 개인의 경험이나 도덕의 문제가 아닌, 노동과 산업의 구조적 문제 로 끌어올린다.</p><p><strong>기억의 재전유: <br />향수에서 비판으로</strong></p><p>알바흐스(Maurice Halbwachs)는 "기억은 사회적 틀 속에서 현재적으로 재구성된다"고 말했다. 〈애마〉가 불러내는 기억은 단순히 1980년대의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비판적 재구성의 장이다.</p><p>드라마 속에서 '애마부인'이라는 작품은 극중 영화 속 영화로 등장한다. 즉, 〈애마〉는 〈애마부인〉을 '재현의 대상'으로 삼으며, 기억의 재현(meta-memory)을 수행한다.</p><p>관객은 극 중 인물들이 옛 영화를 다시 보는 장면을 통해, 과거의 남성적 시선을 재차 경험한다. 하지만 이 경험은 '쾌락'이 아니라 '불편함'이다-그 불편함이야말로 비판적 기억의 출발점이다.</p><p>"그 시절, 벗은 건 몸이 아니라 자존심이었다"는 대사는 바로 이 기억의 재전유를 상징한다. 〈애마〉는 향수(nostalgia)를 낭만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비판적 기억(critical nostalgia) 으로 전환하여, 과거의 성적 착취를 현재의 윤리적 반성으로 변환한다.</p><p><strong>글로벌 OTT와 로컬 젠더 정치: <br />플랫폼 기억의 윤리</strong></p><p>〈애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배급된 점은 단순한 유통상의 문제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동시에, 로컬 기억을 글로벌 기억의 일부로 재배치 한다.</p><p>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한국의 젠더 이슈를 세계적 담론 속에 편입시킨다. 〈애마〉는 한국의 검열·성담론·산업구조라는 특수한 맥락을 배경으로 하지만, 여성 배우의 노동권, 노출 강요, 응시의 권력 문제는 보편적인 여성주의 의제이기도 하다.</p><p>따라서 이 작품은 로컬 기억의 글로벌 번역(transnational translation)이자, 플랫폼 시대의 기억 정치학의 사례로 볼 수 있다. OTT 플랫폼은 단순히 콘텐츠를 유통하는 장치가 아니라, 기억의 인프라(memory infrastructure)로 기능한다. 〈애마〉는 이 인프라 속에서 한국의 젠더적 과거를 세계의 시선과 대화시키는 데 성공한다.</p><p>물론, 넷플릭스가 '페미니즘적 주체'는 아니다. 오히려 '플랫폼 제국주의(platform imperialism)'라는 비판도 유효하다. 그러나 〈애마〉는 그 구조를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한국의 젠더 기억을 세계적 담론으로 이동시키는 정치적 실천을 수행한다.</p><p><strong>결론: <br />기억을 다시 쓰는 여성, 재서사화의 정치</strong></p><p>〈애마〉는 단순히 '리메이크'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다시 쓰는(re-writing of memory) 정치적 행위다.〈애마부인〉이 남성 응시의 쾌락을 제도화 했다면, 넷플릭스 〈애마〉는 그 응시를 거부하고 되돌려보며, 여성의 주체성과 노동의 존엄을 복원한다. 원작의 향수가 비판으로, 대상화가 주체화로, 상품이 노동으로 전환된다.</p><p>결국 〈애마〉는 한국 사회의 젠더 기억 구조를 재조명하는 페미니즘적 거울이다. 그것은 과거의 폭력적 기억을 침묵 속에 묻지 않고, 현재의 언어로 다시 발화하는 시도이자, OTT 시대의 글로벌 기억 재편의 실험이다.</p><p>〈애마〉가 제기하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p><blockquote>"보여지는 것은 누구의 권리인가?<br />기억되는 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blockquote><p>이 질문에 대한 응답을 찾아가는 과정-그것이 바로 페미니즘 기억 정치학의 시작이다. (끝)</p><hr /><p><strong>작성일: 2025년 11월 1일</strong></p><p><strong>필자: 박미숙</strong></p><p><b>박미숙은 한국 대중문화와 플랫폼 시대를 연구하는 독립 문화연구자이다.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대중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그의 연구 관심은  초국적성, 텔레비전 드라마, OTT 시대의 한류와 플랫폼 제국주의, AI와 대중문화의 교차 지점에 놓여 있다. 또한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 &lt;응답하라&gt;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집단기억 연구, 넷플릭스 &lt;오징어 게임&gt; 등 글로벌 OTT 콘텐츠 분석,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문화 생산과 소비, 팬덤, 저작권 개념을 어떻게 재편하는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의 글은 온라인 비평 매체에도 발표되며, 비평적 시선으로 드라마, 예능, 플랫폼 산업을 분석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연구와 집필을 병행하고 있다.</b></p>]]></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현장] "배트맨과 이순신을 만난 날..." '뉴욕 코믹콘(COMIC CON)'에서 웹툰의 미래를 보다]]></title><description><![CDATA[뉴욕 코믹콘 2025에서 한국 웹툰은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 웹툰 부스엔 긴 대기줄이 생겼고, 한국관은 XR 체험과 굿즈 전시로 인기를 모았다. 배트맨 제작자 마이클 유슬란은 “콘텐츠가 왕이며 아시아가 미래”라며 K-콘텐츠의 잠재력을 강조했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hyeonjang-nyuyog-komigkon-comic-con-eseo-webtunyi-miraereul-boda/</link><guid isPermaLink="false">68fde2cc9d567a00120ce670</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Authors & Editors]]></category><category><![CDATA[Talk & Event]]></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un, 26 Oct 2025 09:54: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0/gs0vr0_202510260949.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p><p></p><p><b><strong>유건식 | <em>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em></strong></b></p><p></p><p></p><hr /><p></p><blockquote>한국콘텐츠진흥원 뉴욕센터(센터장 이양환) 개관 1주년 행사로 개최된 세미나의 발제자로 초대되어 추석 연휴 말미에 출국하여 뉴욕에 다녀왔다. 마침 ‘뉴욕 코믹콘(New York Comic Con)’ 기간이어서 처음으로 행사를 참관하는 행운을 얻었다. 2022년 방문했던 ‘부천만화축제’와는 사뭇 거대하고, 만화를 기반으로 한 IP의 확장을 통한 웹툰 산업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콘진원 행사와 코믹콘 행사를 종합하여 정리한다.</blockquote><p><strong>뉴욕 코믹콘 2025</strong></p><p>뉴욕 코믹콘은 뉴욕의 서쪽 끝에 있는 자비츠 센터(Javits Center)에서 매년 10월 열린다. 현재의 뉴욕 코믹콘은 리드팝(ReedPop, 대형 글로벌 이벤트 회사인 RX 및 Reed Elsevier의 계열)이 2006년 2월부터 개최하는 영리 목적의 행사로 2010년부터 10월에 열리고 있다(<b>최초로 기록된 공식 만화 컨벤션은 1964년 7월 24일 뉴욕시의 워크맨 서클 빌딩(Workman's Circle Building)에서 열린 “New York Comicon”이다. 16살의 버니 법니스(Bernie Bubnis)와 론 프래드킨(Ron Fradkin)이 주최했으며 1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있었다</b>). 리드팝은 시카고 코믹에도 관여하고 있으나 비영리 행사로 열리는 샌디에고 코믹콘(Sandiego Comic-Con)이나 빅 애플 코믹콘(Big Apple Convention)과는 관계가 없다.</p><p>2025년 행사는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간 열렸고, 주최측은 올해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5만 명이 많은 25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HBO/HBO Max의 &lt;A Knight of the Seven Kingdoms&gt;, FX의 &lt;The Beauty&gt;, Apple TV+ &lt;Slow Horses&gt; 등의 제작진과 최고의 만화 창작자, 주요 전시업체 등 다양한 게스트가 참석하였다. </p><p>국내에서는 네이버 웹툰이 초대형 부스를 만들어 참가하였고, 콘텐츠진흥원이 한국관을 개설하여 데브시스터즈 &lt;쿠키런: 브레이버스 카드 게임&gt; ▲빅하우스엔터테인먼트 &lt;귀족식당&gt; ▲소울엑스 &lt;엑스룸&gt; ▲에이비엔터테인먼트 &lt;이세계 착각 헌터&gt; 등 4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나흘간 5만여 명이 방문하였다. </p><p>관람객들은 캐릭터 굿즈 전시와 만화·웹툰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심리테스트, 한국을 배경으로 한 확장현실(XR) 체험을 통해 한층 다채로운 볼거리와 몰입형 경험을 즐겼다. 뉴욕 한국문화원이 타임스퀘어에서 개최한 한국의 날 행사에서 만난 염현석 머니투데이 기자는 한국관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볼거리가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콘텐츠진흥원 뉴욕센터 개소 1주년을 기념하여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이 기념식에서도 네트워킹 행사를 이어갔다.</p><p>네이버 웹툰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자체 부스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네이버는 웹툰 &lt;입학용병&gt;의 YC·락현 작가를 비롯해 &lt;팝스타의 죽음&gt;의 바이올렛 카림 작가, &lt;뱀파이어 패밀리&gt;의 언핀 작가 등 창작자 13명의 사인회를 열었다. 부스에서 웹툰 캐릭터로 분장할 수 있는 코스튬 플레이 이벤트, 한정판 굿즈 판매도 진행하여 부스 중에서 대기 줄이 가장 긴 축에 속했다.</p><p>뉴욕 코믹콘을 통해 느낀 점을 정리한다면, 우선 IP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뉴욕 코믹콘 현장에서는 만화/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Goods)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작고 저렴한 피규어에서 고급스럽고 값비싼 스왈로브스키 피규어까지 다양하다. &lt;그림 3&gt;의 스왈로브스키 슈퍼맨은 35,000달러(약 5천만 원)에 이른다. 만화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어 크로스 미디어와 트랜스 미디어의 주된 원천 IP로 활용된다. 특히 영상화되면서 MD(상품화) 상품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p><p>둘째, 커스튬 축제이기도 하다. 각자 좋아하는 커스튬을 입고 와서 자랑하고 사진 찍히는 것을 즐긴다. 1위는 &lt;더 라스트 오브 어스&gt;의 월 클릭커를 코스프레한 ‘Say No to Scrunchies’가 차지했고, 2위는 &lt;크리티컬 롤&gt;의 몰리모크 티리프를 코스프레한 ‘AnnieExMachina’, 3위는 &lt;젤다, 왕국의 눈물&gt;의 코록 현자를 코스프레한 Akellyz가 차지했다. Say No to Scrunchies는 코스프레로 유명한 인물이다.</p><figure><figcaption><strong>&lt;그림 &gt; 뉴욕 코믹콘 2025 한국 공동관</strong></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lt;그림 &gt; 뉴욕 코믹콘 기간 중 네이버 부스</figcaption></figure><figure><figcaption><strong>&lt;그림 &gt; 코스플레이 입상자</strong></figcaption></figure><p>셋째, 한국 웹툰의 미래다. 네이버 웹툰 부스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보면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 해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웹툰 엔터테인먼트(WBTN) 주가는 21.3달러로 출발하여 3월 7.02달러까지 하락했으나, 한국에서 넷플릭스와 제휴하고 미국에서 8월 디즈니와 제휴하면서 9월에 21.31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8.14달러이다. 특히, 네이버 웹툰의 독립 크리에이터의 공간인 ‘캔바스(CANVAS)’에 올린 &lt;로어 올림푸스&gt;는 9개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15억 뷰를 기록하였으며 2022년에 ‘윌 아이스터 코믹 인더스트리 시상식’에서 ‘베스트 웹코믹상’을 수상하였다. 이 상의 후보작 5개 중에서 4개가 웹툰 포맷이었다. 앞으로 웹툰이 디즈니에서 영화나 TV 드라마로 제작될수록 웹툰 시장의 미래가 밝게 보인다.</p><p><strong>웹툰 IP 시장의 미래를 보다</strong></p><p>콘텐츠 진흥원 뉴욕 센터 개소 1주년을 기념하여 기념식 겸 세미나가 한국문화원 건물에서 10월 10일 열렸다. 세미나 제목은 “콘텐츠 IP의 미래와 AI의 영향”이며, 배트맨 프로듀서 마이클 유슬란의 스피치를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는 K-콘텐츠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K-콘텐츠의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하였다.</p><p>먼저, 배트맨의 판권을 획득한 계기를 설명했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열정에 있으며, 이는 혁신의 토대가 된다. 다크 나이트(Dark Knight)로서의 캐릭터 오리지널 비전에 영감을 받아, 배트맨의 진정한 본질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으로 46년 전에 배트맨의 영화 판권을 구매하였다. 초반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제작을 거절하여 힘들었다. 어둡고 진지한 배트맨에 대한 비전은 궁극적으로 팀 버튼(Tim Burton)의 연출을 통해 실현되었으며, 이는 브루스 웨인(Bruce Wayne, 배트맨의 본명)에게 초점을 맞추고 슈퍼히어로 장르에 혁명을 일으켰다.</p><p>둘째, 슈퍼히어로의 재창조이다.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를 유지하는 비결은 주기적인 재창조(reinvention)이며,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전을 가진 영화 제작자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배급 시스템이나 기술에 관계없이 콘텐츠가 여전히 가장 중요(Content is King)하며, 특히 만화, 애니메이션, 한국 문화 등 아시아 콘텐츠의 부상이 전 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감과 새로운 목소리가 필요한 세상에서 문화적 주제와 관점을 통합할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p><p>셋째, 할리우드의 변화와 파괴적 혁신을 요구한다. 할리우드는 현재 혼돈, 통합, 과잉에 직면해 있는데, 예산 삭감과 정리 해고가 발생하여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공백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공백은 새로운 목소리와 관점이 기존 미디어 보급 시스템을 파괴적으로 혁신할 기회를 제공한다. 만화의 미래는 인재 풀과 아시아 문화의 주입에 달려 있으며, 개인들이 주도적인 일에 대담하고 용감해질 것을 촉구한다.</p><p><strong>배트맨 IP 보유자, </strong><br /><strong>마이클 유슬란에게서 10년 만에 사인 책을 받다</strong></p><p>콘텐츠진흥원의 행사에 친분이 있던 마이클 유슬란(Michael Uslan)을 소개하고, 섭외를 도와주었다. 그는 만화 배트맨의 IP를 소유하고 있고, 한국 콘텐츠에도 이해도가 매우 높다. 배트맨 영화 시리즈의 기획자이자 총괄 프로듀서로서 그의 업적을 인정받아 2025년 뉴저지 명예의 전당 공연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헌액자로 선정되어 11월 21일 헌액식이 거행될 예정이다.</p><p>2015년 KBS America 사장으로 부임하여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첫 책 &lt;배트맨을 사랑한 소년(The Boy Who Loved Batman: A Memoir)&gt;(2011)을 받았고, 10년 만에 그의 두 번째 책 &lt;배트맨의 배트맨(Batman’s Batman: A Memoir from Hollywood, Land of Bilk and Money)&gt;(2022)을 받았다.</p><figure><figcaption><strong>&lt;그림 &gt; 마이클 유슬란과 책 교환</strong></figcaption></figure><p>&lt;배트맨을 사랑한 소년&gt;은 마이클 유슬란의 회고록으로 뉴저지 출신의 만화책을 사랑하는 소년에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전에 3만 권 이상의 만화책을 수집하고, 오토 바인더 등 영향력 있는 만화계 인물들을 만나려고 노력했고,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최초의 대학 학점 인정 만화책 강좌를 개설하고 가르쳤다. </p><p>DC 코믹스에서 젊은 작가로 일하며 배트맨 만화책을 직접 집필하기도 했다. 이 회고록의 핵심은 유슬란이 배트맨 영화의 판권을 획득하고, 오리지널 코믹스의 “어둡고 진지한” 배트맨을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 할리우드 기득권층과 싸운 여정을 보여준다. </p><p>끈질긴 노력 끝에 팀 버튼 감독의 1989년 영화 배트맨이 탄생하면서 배트맨 프랜차이즈가 시작되었다. 이 책은 1989년의 배트맨부터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르기까지 모든 배트맨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서의 그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다.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미국 사회의 창업 문화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처럼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할 때, 주로 차고(Garage)에서 했는데, 마이클의 부모는 아이가 만화책을 엄청나게 모으자, 차고에서 차를 도로로 빼고 만화책 창고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p><p>&lt;배트맨의 배트맨&gt;은 할리우드의 내부 작동 방식과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상세히 공개하는 실용적인 지침서로 볼 수 있다. 유슬란은 할리우드를 “(사기와 돈의 땅(Land of Bilk and Money)”라고 묘사하고, 프로듀싱에서 필요한 내용을 ‘프로듀싱의 13 P’로 정리하였다. &lt;표 1&gt;에 열정, 염원, 준비, 프로세스, 파트너, 피칭, 패키징, 지적 재산, 제작, 후반 작업, 마케팅, 수익, 우선순위를 간단히 정리하였다.</p><table><tbody><tr><td><p><span>번호</span></p></td><td><p><span>P</span></p></td><td><p><span>의미</span></p></td><td><p><span>내용</span></p></td></tr><tr><td><p><span>1</span></p></td><td><p><span>Passion</span></p></td><td><p><span>열정</span></p></td><td><p><span>열정은 모든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자 성공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span><span>. </span><span>돈이 아닌</span><span>, </span><span>진정으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헌신이 필요하다</span><span>.</span></p></td></tr><tr><td><p><span>2</span></p></td><td><p><span>Prayer</span></p></td><td><p><span>염원</span></p></td><td><p><span>열정만으로는 부족하며</span><span>, </span><span>행운과 타이밍이 따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span><span>(</span><span>또는 끈질긴 믿음</span><span>)</span><span>이 필요하다</span><span>.</span></p></td></tr><tr><td><p><span>3</span></p></td><td><p><span>Prep</span></p></td><td><p><span>준비</span></p></td><td><p><span>프로젝트를 시장에 내놓기 전</span><span>, </span><span>필요한 모든 자료와 정보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갖추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r><td><p><span>4</span></p></td><td><p><span>Process</span></p></td><td><p><span>프로세스</span></p></td><td><p><span>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영화</span><span>/TV </span><span>쇼 제작 일정과 단계로 옮겨가는 실질적인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span></p></td></tr><tr><td><p><span>5</span></p></td><td><p><span>Partners</span></p></td><td><p><span>파트너</span></p></td><td><p><span>비전과 신뢰를 공유하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공동 제작자</span><span>, </span><span>감독</span><span>, </span><span>스튜디오 등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span><span>.</span></p></td></tr><tr><td><p><span>6</span></p></td><td><p><span>The Pitch</span></p></td><td><p><span>피칭</span></p></td><td><p><span>아이디어를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여 투자를 이끌어내는 능력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r><td><p><span>7</span></p></td><td><p><span>Packaging</span></p></td><td><p><span>패키징</span></p></td><td><p><span>프로젝트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뛰어난 배우</span><span>, </span><span>감독</span><span>, </span><span>작가 등 핵심 인력을 구성하고 포장하는 작업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r><td><p><span>8</span></p></td><td><p><span>Property</span></p></td><td><p><span>지적 재산 </span><span>(IP)</span></p></td><td><p><span>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원작 또는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활용하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이해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r><td><p><span>9</span></p></td><td><p><span>Production</span></p></td><td><p><span>제작</span></p></td><td><p><span>카메라가 돌아가고 실제 촬영이 진행되는 단계에서의 모든 관리 및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r><td><p><span>10</span></p></td><td><p><span>Post</span></p></td><td><p><span>후반 작업</span></p></td><td><p><span>촬영이 끝난 후 편집</span><span>, </span><span>특수 효과</span><span>, </span><span>사운드 믹싱 등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r><td><p><span>11</span></p></td><td><p><span>Publicity &amp; Promotion</span></p></td><td><p><span>홍보 및 마케팅</span></p></td><td><p><span>완성된 작품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흥행을 유도하는 활동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r><td><p><span>12</span></p></td><td><p><span>Profits (?) </span></p></td><td><p><span>수익</span><span>(?)</span></p></td><td><p><span>최종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r><td><p><span>13</span></p></td><td><p><span>Priorities</span></p></td><td><p><span>우선순위</span></p></td><td><p><span>프로듀서로서의 삶과 개인적인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span><span>, </span><span>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span><span>.</span></p></td></tr></tbody></table><blockquote><strong><b>&lt;표 &gt; 프로듀싱의 13 P</b></strong></blockquote><p><strong>이순신 만화 작가, </strong><br /><strong>미국인 온리 콤판을 만나다</strong></p><p>뉴욕 코믹콘에서 이순신 장군을 전 세계에 알린 그래픽 노블 작가 온리 콤판(Onrie Kompan)을 만났다. 페이스북으로 알고 있었는데, 뉴욕에 간다고 했더니 부스에 초대하여 처음 얼굴을 봤다.</p><p>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하다가 이순신 이야기를 발견하고, 2016년 9월 잘 나가던 헤지펀드 회사를 그만두고 16년 동안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이순신 만화를 그리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이 사람은 전투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순신 이야기는 정말 독특했어요. 그동안의 많은 슈퍼 히어로들과 달리 그는 실제로 존재했던 진정한 영웅이었으니까요. 그의 인생도 드라마틱했어요. 적군을 물리쳤지만 쫒겨났고, 복권되어 적을 물리치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습니다.”</p><p>이순신은 그의 친구가 우연히 KBS1TV 대하드라마 &lt;불멸의 이순신&gt;(2004~2005)을 보고 추천하여 알게 되었는데 정말 멋지다고 느꼈다. 책에 “이순신 장군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난중일기와 징비록 등을 읽으며 3년간 공부해 만화를 제작했다. 그러나 후원자의 사정으로 재정지원이 중단되며 연재 지속이 불투명해지자 작가는 연재 지속을 위해 텀블벅 등 사이트를 통해 팬들에게 모금을 요청했다. </p><p>그러자 미국은 물론 한국의 팬들이 [YI SOON SHIN]을 위한 뜨거운 애정을 더해 후원을 이어가 다행히 연재는 지속될 수 있었다.” 2009년부터 이순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2012년에 첫 만화 &lt;Yi Soon Shin: Warrior and Defender&gt;를 출간하였고 2017년에는 &lt;Yi Soon Shin: Fallen Avenger&gt;를 냈다. 국내 번역본은 2015년에 &lt;YI SOON SHIN 이순신: 전사 그리고 수호자&gt;, 2018년 &lt;YI SOON SHIN 이순신 2: 추락한 영웅&gt;이 출간되었고, 2015년에는 5차례 사인회도 개최하였다. </p><p>첫 번째 만화책의 추천자가 &lt;스파이더맨&gt;, &lt;아이언맨&gt;, &lt;어벤저스&gt; 등을 그린 스탠 리(Stan Lee) 전 마블 코믹스 명예 회장이었으며, 배트맨 제작자인 마이클 유슬란이 한국 출판을 많이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스탠 리는 추천사에서 “이순신의 용기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 온리 콤판은 한국 역사에 대한 열정과 만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동적인 대서사시를 엮어냈다”고 평가했다. </p><figure><figcaption><strong>&lt;그림 &gt; YI SOON SHIN 이순신 2 추락한 영웅</strong></figcaption></figure><p>지난 9월 ㈜리컨벤션, KBS부산, (재)영화의전당이 부산 벡스코에서 공동 주최한 “비욘드 한글 &amp; K–컬쳐 국제 페스티벌”에서 그의 이름을 달은 ‘이순신 코믹북 작가 Onrie Kompan(온니 콤판) 세션’의 좌장을 맡기도 했다.</p><figure><figcaption>비욘드 세션 4</figcaption></figure><p>온니 만화는 지금까지 보아오던 한국과 일본인의 그림체가 아니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보는 캐릭터가 다른가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도 많고, 작가가 만든 픽션도 많다. 이순신 장군 만화를 그리는 것을 보면서 K-드라마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p><p>또한 20년 전부터 ‘한국무리’라는 한국 드라마 동호회가 생각이 났다. 이 동호회는 창립자 테레사 랜디스가 미국·중국·대만·필리핀·캐나다·호주 등 전 세계에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700여 명을 모아 만들었다. “랜디스는 지난 2002년 몸이 아파서 집에서 쉬던 중 우연히 TV에서 ‘태조 왕건’을 보고 한국 드라마에 빠져 들게 됐다. 이후 그가 2003년 7월 28일 인터넷 사이트 야후에 동호회를 만들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 6월 웹 포럼을 출범시켰다. 미국인들이 주축인 회원은 간호사·주부·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되어 있다.”</p><p><strong>나가며</strong></p><p>뉴욕 일정만 보면 만 24시간이 되지 않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매우 알차게 보냈다.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믹스 사례를 통한 IP 확장과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정리한 &lt;이현세 AI로 영생하다&gt;는 책을 기반으로 AI를 대하는 창작자의 자세에 대해 설명하였다. </p><p>이외에도 배트맨 IP 홀더이자 오랜 친구인 마이클 유슬란과 만나 K-콘텐츠의 밝은 전망도 들었다. 처음 가본 뉴욕 코믹콘을 통해 밝은 웹툰의 미래도 보고, 이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자극도 받았다. 웹툰을 포함한 모든 장르의 미디어 믹스가 많아져 시너지가 나길 기대한다.<strong> (끝)</strong></p><p></p><hr /><figure><figcaption><strong>유건식. KBS America 대표,</strong> 공영미디어연구소장, 드라마국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문화체육관광부 리더스포럼 위원, 한국OTT포럼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t;성균관 스캔들&gt;, &lt;학교 2013&gt; 등을 프로듀싱하였고, &lt;굿닥터&gt;를 미국 ABC에 리메이크(시즌7) 시켰다. 『미드와 한드, 무엇이 다른가』(2013, 세종학술상), 『넷플릭소노믹스』(2019, 방송학회 저술상),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공저, 2022, 세종학술상), 『OTT 트렌드 2025』(2024, 형설EMJ), 『이현세 AI로 영생하다』(2025, 근간), 등 다수의 저술이 있다.</figcaption></figure><p></p><p><strong><b>참고자료</b></strong></p><figure><a href="https://rxglobal.com/new-york-comic-con-wraps-2025-show-over-250000-attendance-weekend-celebrity-appearances-comic-icons"><div><div>NEW YORK COMIC CON WRAPS 2025 SHOW WITH OVER 250,000 IN ATTENDANCE FOR WEEKEND OF CELEBRITY APPEARANCES, COMIC ICONS, JAW-DROPPING COSPLAY, AND MORE! | RX</div><div></div><div><span>RX (Reed Exhibitions): Global Events - Home | RX</span><span>sarah.kitley-spencer</span></div></div><div></div></a></figure><p>https://www.kocca.kr/kocca/koccanews/reportview.do?nttNo=994&amp;menuNo=204767</p><p>https://www.yna.co.kr/view/AKR20251013092800005</p>]]></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행사공지] K콘텐츠의 미래를 말하다: 제11회 KOCAF 북콘서트, 유건식·고삼석 박사 초청]]></title><description><![CDATA[이번 북콘서트는 AI와 인간, 예술과 기술, 그리고 한류의 미래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K콘텐츠가 다음 세대의 문화언어로 자리 잡기 위한 통찰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emogeobseum-56/</link><guid isPermaLink="false">68faefa29d567a00120ce086</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Talk & Event]]></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Fri, 24 Oct 2025 03:21: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0/wz188i_202510240319.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em><strong><b>코카프 사무국</b></strong></em></p><p></p><h2><strong>“AI 웹툰의 가능성과 넥스트 한류의 방향을 한자리에서”</strong></h2><p></p><p>서울 여의도 영등포50플러스센터 강당에서 오는 <strong>11월 20일(목) 저녁 6시</strong>, ‘K콘텐츠아카데미포럼(KOCAF, 이하 코카프)’이 주최하는 <strong>제11회 정기포럼 북콘서트</strong>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저자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라는 부제를 달고, **유건식 박사(『이현세, AI로 영생하다』 저자)**와 **고삼석 박사(『넥스트 한류』 저자)**를 초청해 K콘텐츠의 기술적·문화적 진화를 논의한다.</p><hr /><h3><strong>AI가 창작의 영생을 가능하게 할까</strong></h3><p>첫 번째 세션에서는 ‘AI와 예술의 결합’을 주제로, 유건식 박사가 최근 화제를 모은 저서 『이현세, AI로 영생하다』의 집필 배경과 ‘이현세 AI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유 박사는 1980~1990년대 한국 만화의 상징이었던 이현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하고 확장하는 과정을 연구하며, 인간 창작자의 상상력이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재생산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실제 AI 웹툰 시뮬레이션 사례와 함께, “AI가 예술가의 대체자가 아니라 새로운 창작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p><p>그는 “AI가 만들어내는 예술은 인간의 감정적 기억을 불러내는 또 다른 방식의 스토리텔링”이라며, “창작의 윤리와 기술의 균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코카프 회원들 사이에서도 이 주제는 최근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의제 중 하나로, 디지털 예술·웹툰·K콘텐츠 IP 산업 전반에 새로운 논의의 불씨를 던질 것으로 기대된다.</p><hr /><h3><strong>‘넥스트 한류’를 향한 질문: 세계 속의 K콘텐츠는 어디로 가는가</strong></h3><p>두 번째 세션에서는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자 미디어 정책 전문가로 활동해온 <strong>고삼석 박사</strong>가 ‘넥스트 한류’의 비전을 제시한다. 그의 저서 『넥스트 한류』는 20년간 한국 콘텐츠가 세계를 어떻게 매혹시켰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철학과 전략이 필요한지를 다룬 책으로, 한류 연구자들과 정책 실무자들에게 필독서로 꼽힌다.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특히 **‘K콘텐츠의 지속가능성’과 ‘AI·OTT 시대의 글로벌 전략’**을 중심으로 대담이 진행된다.</p><p>고 박사는 “K콘텐츠는 단지 수출품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전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언어”라며, “이제는 ‘수출형 한류’에서 ‘공유형 한류’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AI 창작 생태계’, ‘K-정책과 산업 간의 연결’, ‘창작자 중심의 공정 생태계’ 등 구체적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p><hr /><figure></figure><h3><strong>AI와 한류, 그리고 창작의 철학</strong></h3><p>이번 포럼은 단순한 북토크를 넘어, <strong>AI 기술이 예술의 본질을 어떻게 재정의하는가</strong>, <strong>한국 콘텐츠가 세계와 어떤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는가</strong>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두 저자는 모두 코카프의 정회원으로, 학문과 산업 현장을 오가며 연구와 실무를 병행해온 전문가들이다.</p><p>코카프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AI가 창작의 도구를 넘어 예술적 사유의 확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며, “한류를 기술과 철학의 언어로 새롭게 사유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p><p>포럼에서는 각 저자의 짧은 발표 후, 자유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참석자들은 직접 두 저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AI와 콘텐츠의 경계를 넘어서는 담론을 함께 만들어갈 예정이다.</p><hr /><h3><strong>“포럼 이후엔 송년의 밤으로”</strong></h3><p>행사 종료 후에는 <strong>‘2025 코카프 송년회’ 겸 네트워킹 뒷풀이</strong>도 함께 진행된다. 지난 10회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류산업, 콘텐츠 IP, AI 윤리, OTT 생태계 등을 논의해온 코카프는 이번 11회를 기점으로, ‘AI시대의 K콘텐츠 창작과 산업정책’이라는 새로운 축을 제시하고자 한다.</p><p>코카프 운영진은 “콘텐츠 산업의 흐름은 빠르게 변하지만, KOCAF의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학문과 산업, 예술과 기술, 한국과 세계를 잇는 ‘대화의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밝혔다.</p><hr /><h3><strong>행사 개요</strong></h3><p><strong>행사명:</strong> 제11회 K콘텐츠아카데미포럼 정기포럼 — 저자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p><p><strong>일시:</strong> 2025년 11월 20일(목) 오후 6시</p><p><strong>장소:</strong> 서울 여의도 영등포50플러스센터 4층 강당</p><p><strong>주제:</strong> 『이현세, AI로 영생하다』와 『넥스트 한류』를 통해 본 AI 창작과 K콘텐츠의 미래</p><p><strong>초청 저자:</strong> 유건식 박사, 고삼석 박사</p><p><strong>주최:</strong> K콘텐츠아카데미포럼(KOCAF)</p><ul><li><strong>부대행사:</strong> 2025 코카프 송년회 겸 네트워킹</li></ul><figure><figcaption>영등포 50플러스 센터</figcaption></figure><h2>🌏 <strong>역대 K콘텐츠아카데미포럼(KOCAF)</strong></h2><h3>— 제1회부터 제11회까지의 여정 —</h3><p><strong>① 제1회</strong><br /><strong>홍경수</strong> / <em>『K-콘텐츠 어떻게 만드나요?』</em> 북콘서트</p><p><strong>② 제2회</strong><br /><strong>김홍기</strong> / <em>데이터와 트렌드로 보는 K팝 팬덤의 지형도</em></p><p><strong>③ 제3회</strong><br /><strong>김태식</strong> / <em>컨템포러리 일상문화: 공간언어 현상으로 보는 말레이시아의 한국문화</em></p><p><strong>④ 제4회</strong><br /><strong>김윤지</strong> / <em>설계되지 않은 성공, 한류</em></p><p><strong>⑤ 제5회</strong><br /><strong>한창완</strong> / <em>세계 IP산업의 표준이 된 한국의 웹툰</em></p><p><strong>⑥ 제6회</strong><br /><strong>김남훈</strong> / <em>소셜 비디오 시대의 유튜브</em></p><p><strong>⑦ 제7회</strong><br /><strong>조영신</strong> / <em>『애프터 넷플릭스』: 한국 영상산업의 오늘과 내일</em></p><p><strong>⑧ 제8회</strong><br /><strong>이민석</strong> / <em>숏폼 스토리텔링</em></p><p><strong>⑨ 제9회</strong><br /><strong>나탈리아 그린체바, 이소윤</strong> / <em>데이터로 본 한류의 궤적과 미래</em></p><p><strong>⑩ 제10회</strong><br /><em>『한류101』</em> 출판 기념 — <strong>필진 연석 북콘서트</strong></p><p><strong>⑪ 제11회</strong><br /><strong>유건식, 고삼석</strong> / <em>저자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 — 『이현세, AI로 영생하다』 &amp; 『넥스트 한류』</em></p><figure></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예능비평] "진화를 부탁해!"..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극적인 부활]]></title><description><![CDATA[새 시즌 <냉부해>는 <흑백요리사>의 흐름을 이어받아 안정적으로 부활했고, 유튜브를 통한 피드백과 캐릭터 중심 서사로 시대 감각을 반영했다. 그러나 과거의 폭발적 인기에 비해 반등의 결정적 계기가 부족하며, 향후 진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 제기된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jinhwareul-butaghae-jtbc-naengjanggoreul-butaghae-yi-buhwal/</link><guid isPermaLink="false">68f848e19d567a00120cd735</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Column & Essay]]></category><category><![CDATA[Authors & Editors]]></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Wed, 22 Oct 2025 04:00: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0/jvwavd_202510220354.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p><p><strong>이수지 | 디렉터스초이스 감독</strong></p><p></p><hr /><p></p><p></p><p>JTBC &lt;냉장고를 부탁해&gt;가 다시 돌아온 지 어느덧 10개월이 흘렀다. 2019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약 5년간의 방영을 마무리한 이후, 도통 소식이 없던 &lt;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gt;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lt;흑백요리사&gt; 붐을 타고 2024년 12월에 재개됐다. 모두가 그새 잊고 지냈던 요리 예능에도 다시금 불씨가 붙으려나 싶던 때, 2025년 10월 6일 방영된 추석 특집편에 현직 대통령 내외의 출연분이 등장하면서 시청률이 종전의 4배 이상 치솟는 성과를 냈다.</p><p><strong>냉장고가 돌아왔다</strong></p><p>우리가 기억하는 과거 버전의 &lt;냉부해&gt;에서는 한 차례 호시절을 누렸던 키워드들이 여럿 발견된다. ‘15분‘, ’요리대결‘, ’스타의 냉장고 공개‘, ‘MC 김성주’, ’최현석‘, ’김풍‘ 등 과거 &lt;냉부해&gt;를 지탱했던 요소들 상당수는 현재의 &lt;냉부해&gt;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5년 만의 새 시즌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만큼 프로그램의 포맷 표면은 거의 동일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p><p>하지만 무언가가 묘하게 다르다. 마치 한창 즐겨 입던 재킷이 어느 날 옷장 구석 끝에 들어간 것을 잊고 지내다가, 몇 차례의 계절이 지나 다시 발견하고는 신나게 걸쳐봤을 때처럼 말이다. 이미 새 옷이 아닌데도 괜히 새 옷 같아 반갑고, 그 사이에 지나간 유행을 따라 새롭게 장만했던 다른 아이템들과도 섞어보는 재미가 있는… 내적 진화를 꾀하고 나타난 &lt;냉부해&gt;에서는 ‘컴백’보다 ‘부활‘의 뉘앙스가 보다 진하게 풍긴다.</p><p><strong>승부에서 케미스트리로</strong></p><p>필자는 지난 <strong><em><b>2024년 10월에 작성한 KIWI 칼럼</b></em></strong>에서, 아래의 문단으로 내용을 마무리한 적이 있다.</p><blockquote><em>과거 쿡방이 누리던 전성시대를 기억하는가. 수많은 쿡방들이 시절 인연처럼 우리 곁을 스쳐 갔지만, 그때마다 우리에게 잔상처럼 남은 굵직한 캐릭터들은 여전히 그 향수 속에 잔류한다. 코로나의 위협을 통과한 현재의 우리 앞에 쿡방 시대의 조짐은 재도약을 꿈꿀 수 있을까. 이 흐름 속엔 한 명의 ‘비빔 인간’이 여태껏 해 온 요리가 아닌 새로운 한국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울림으로 쥐어 낸 지분이 존재한다. 쿡방의 시대가 새롭게 열릴 것이라면, 이전의 성공 문법과는 분명히 달라야 할 것이다. 시절은 흐르지만, 시대가 구(求)하는 캐릭터는 남는 세상에서, "흑백요리사" 이후에 생겨날 역사는 또 어떠한 캐릭터를 탄생시킬 것인지… 기대 한 덩이와 우려 한 스푼, 호기심 한 줌을 비빈 속내 한 그릇을 조심히 내어본다.</em></blockquote><p>그로부터 정확히 1년 뒤, &lt;냉부해&gt;의 귀환은 이 질문에 실질적인 답을 내놓은 셈이 되었다.</p><p>&lt;냉부해&gt;는 여전히 같은 조리대에서 15분간 펼쳐지는 요리 대결 룰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전 시즌의 중심이 ‘승부의 재미’에 맞춰져 있었다면 새 시즌에서는 각 셰프의 ‘캐릭터성 분산’과 그들 간의 ‘케미스트리’를 강조한다. 이전 시즌에서는 이연복, 최현석처럼 명확한 캐릭터 몇몇이 프로그램 전면에 서 있었지만, 현 시즌에서는 특정 인물의 ‘간판성’보다 여럿이 형성하는 관계의 리듬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p><p>한 두 명의 셰프에게 쏠렸던 스포트라이트가 더 고르게 분배되는 것은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도 인물 중심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좋은 전략이기도 하다. 필시 사람이 가장 주요한 재료가 되는 산업에서 가장 큰 위험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람의 변수에 달린 것이기에, (이는 지극히 사견의 서술이지만) 필자는 특히나 포맷 파워를 스타성에 기대어 가는 구성을 선호하지 않는다. 과거 &lt;냉부해&gt;에 출연했던 셰프들 일부도 구설수나 각종 사건에 휘말린 내역이 있는 만큼, 전문 매니지먼트로 관리되지 않는 대상이면서도 사실상 ‘연반인(연예인+일반인의 합성어)’이 된 셰프들을 줄줄이 태우고 순항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테다.</p><p>현재의 &lt;냉부해&gt;가 &lt;흑백요리사&gt;의 바통을 적극적으로 이어받은 것은 여러 방면에서 이득이다. &lt;흑백요리사&gt;에 출연한 셰프들 중 몇몇이 대중이 내리는 매를 호되게 맞고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진 후… 사회적 필터를 거쳐 ‘문제 없음’을 검증 받은 뉴페이스들이 &lt;흑백요리사&gt;에서 이미 한 차례 캐릭터화 되고, 게다가 카메라 앞에서의 트레이닝까지 어느 정도 마쳐진 상태로 정확히 선별되어 있으니 &lt;냉부해&gt; 입장에서는 매우 경제적인 기획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다.</p><p>이를 방증하듯 새 시즌 초반의 &lt;냉부해&gt;는 차라리 “흑백요리사를 부탁해”라고 명명하는 게 맞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lt;흑백요리사&gt;의 잔향을 짙게 풍겼다. &lt;냉부해&gt;의 기존 출연자(OB)와 &lt;흑백요리사&gt; 출연자(NB)를 구분해 대결 구도를 형성하기도 하고, 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흑백요리사”라는 단어가 수시로 언급됐다.</p><p>그래도 시간이 약인지, 곧 &lt;냉부해&gt;는 &lt;흑백요리사&gt;의 흔적을 휘발시키고 자신만의 공기를 다시 복원하는 데에 성공했다. &lt;흑백요리사&gt;에서 ‘요리하는 돌아이’로 통했던 윤남노 셰프는 &lt;냉부해&gt;에서 ‘불안핑(대결 중 자주 우왕좌왕한다는 의미)’으로 회자되고, 마찬가지로 &lt;흑백요리사&gt;의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는 &lt;냉부해&gt;를 통해 ‘아기 최현석(최현석 셰프의 장난스러운 허세 퍼포먼스를 선망하고 추구함)’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lt;냉부해&gt;가 &lt;흑백요리사&gt;보다 느슨한 유쾌함이 허용되는 공간이다 보니, ‘나폴리 맛피아’가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머문 기한은 1년 반 남짓임을 드러내며 유머거리로 삼기도 했다.</p><figure></figure><figure><figcaption><strong>&lt;냉부해&gt;의 새 시즌 YouTube 섬네일들. 셰프들을 캐릭터화 하는 것에 공력을 쏟고 있다</strong></figcaption></figure><p>이처럼 일부 편중된 캐릭터의 존재감이 포맷 전체의 톤을 결정짓지 않도록, 새로운 &lt;냉부해&gt;는 힘의 분배, 균형감과 조화에서 비롯된 평화와 재미를 추구한다. 일요일 저녁 9시, 끝나가는 일주일이 가장 아쉬울 시간에 편성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승패와 순위를 가르는 긴장감보다 조리대에 나선 두 명의 셰프가 이루는 two shot의 공기를 변주를 조명한다. </p><p>스타성과 실력이 가장 높은, 실질 경쟁 상대인 두 양식 셰프들(최현석, 손종원)에게 생경한 초밥 요리 대결을 맡기기도 하고, 외모가 수려하고 우아한 퍼포먼스가 특징인 파인다이닝 셰프 손종원을 ‘엘리트 왕자님’으로, &lt;냉부해&gt;에서 가장 시끌시끌하고 나이브하지만 놀라운 실력을 지닌 작가 김풍을 ‘말괄량이 여주’로 포지셔닝하여 둘의 브로맨스를 강조하기도 한다.</p><p>그 외에도 최현석의 생각을 꿰뚫어본 듯 그의 레시피를 줄줄이 예견하는 윤남노, &lt;흑백요리사&gt;에서는 우승을 도왔으나 &lt;냉부해&gt;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패배만 안겨주는 권성준의 저주받은 프라이팬(일명 ‘실비아’), ‘얼렁뚱땅 만든 요리로도 전문 셰프들을 이기는 김풍이 두렵다’는 뜻의 ‘공풍증(공포증+김풍)’을 앓는 셰프들 등… &lt;냉부해&gt;는 시청자에게 학습시킨 셰프의 캐릭터성과 그들의 관계로부터 자연스레 삐져나오는 에너지들을 차츰 ‘서사화’하고 있으며, 그 작업은 유튜브를 주 무대로 한 2차 창작물로 게시해 반복 시청 효과를 톡톡하게 보고 있다.</p><figure></figure><figure></figure><figure><figcaption><strong>&lt;냉부해&gt;에서 손종원 셰프와 김풍 작가의 ‘서사’는 특히나 많은 지지를 받는다</strong></figcaption></figure><p><strong>진화를 위한 다음의 전략은?</strong></p><p>새 시즌의 &lt;냉부해&gt;는 &lt;흑백요리사&gt;가 펼친 프레젠테이션을 도움닫기로 딛은 출발점도 안정적이었고, 과거 시즌에서는 부재했던 유튜브로부터 시청자의 피드백을 흡수할 수 있는 창구도 참 성실하게 활용했다. &lt;흑백요리사&gt;의 공개 스케줄을 꾸준히 따라가며 과거 &lt;냉부해&gt; 방영분 DB를 유튜브 무대로 이관하는 과정 속, 대중들이 오래 향수하는 포인트가 매력적인 ‘캐릭터’에 있음이 파악된 것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p><p>방송사가 주도했던 쿡방의 전성기가 지난 후에, 유튜브에는 ‘배우는 레시피’, ‘구경하는 레시피’, ‘소리 없는 먹방’, ‘대식가의 먹방’ 등 우리의 식생활을 둘러싼 각종 콘텐츠들이 지난 쿡방의 자리를 대체하고도 범람한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모두가 숨죽인 쿡방에 다시 도전장을 낸 &lt;냉부해&gt;가 요리를 보여주는 방식을 재편하는 것보다 캐릭터와 서사에 힘을 싣는 결정은 유효했다고 본다. </p><p>포맷을 크게 뒤집지 않고도 시선과 배치를 약간만 달리해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을 맞추려 했고, 셰프들에게 승부처가 아닌 세계관을 부여하는 전략이 종합된 결과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익숙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차이’가 느껴지는 효과로 표출된 게 아닐까.</p><p>하지만 과거의 명성에 비해 아직 ‘대박’으로 감지되는 폭발력은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지점이다. 본방 사수가 어려운 세상임을 감안하고 꽤나 괜찮은 시청률이 유지되고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결정적 반등 포인트가 부재한 장막을 뚫고 가야 할 것이다. &lt;냉부해&gt;가 최초로 등장했던 파일럿 시기에는 이런저런 포맷 테스트로 인한 엉성한 시기가 휘릭 지나갔고, 포맷 구성이 안착된 이후 수년간 방영을 유지한 기록이 있다. </p><p>지금의 &lt;냉부해&gt;도 높은 안정성을 탑재하고는 있지만, 진화의 시기가 도래할 때에는 어느 정도 흔들릴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 예상한다. &lt;냉부해&gt;의 오랜 시청자로서 새 시즌의 안정적 부활과 세계관 형성의 효과로 약 1년 남짓 꾸준한 성과를 내온 것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부활 다음의 국면에서는, 완만한 유지보다 드러난 진화를 위한 한 차례의 진동이 더 반가울지도 모르겠다.(끝)</p><p><em><b><strong>작성일: 2025년 10월 20일</strong></b></em></p><p></p><p><a href="https://kwave.or.kr/sijeoleun-gado-sidaega-gu-qiu-haneun-kaerigteoneun-namneunda-bibim-ingandeulyi-jeoryeog/">참고자료: "흑백요리사"가 만난 "냉장고를 부탁해"... 시대가 원하는 비빔 인간, 경계를 넘어선 캐릭터의 힘</a></p><p></p><hr /><figure></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리포트]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 : 카카오톡 업데이트 사태로 본 플랫폼과 개인]]></title><description><![CDATA[“혁신은 기능의 추가가 아니라, 가치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카카오가 다시 가벼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설계보다 먼저 조직이 지향하는 ‘소통의 철학’을 되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gabyeoumgwa-mugeoum-sai-kakaotog-eobdeiteu-sataero-bon-peulraespomgwa-gaein/</link><guid isPermaLink="false">68eb97749d567a00120cb93b</guid><category><![CDATA[Authors & Editors]]></category><category><![CDATA[Column & Essay]]></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un, 12 Oct 2025 12:21: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0/2hil26_202510121221.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p><p></p><p><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이소윤 | 시카고대 사회학과 박사과정</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p><p></p><hr /><p></p><p>최근 카카오톡이 시행한 일련의 업데이트로 시끄럽다. </p><p>특히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된 부분은 초기 화면인 ‘친구’ 탭을 마치 인스타그램의 사진형 피드처럼 바꾼 점이다. ‘국민 메신저’인 만큼 공적·사적 인간관계가 섞여 있는데, 거래처 직원이나 직장 상사 등의 사생활을 알게 되는 것도, 자신의 사생활이 그들에게 노출되는 것도 싫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에 더해 이번 업데이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민택 CPO의 ‘불통 리더십’과 실무진의 반대를 무시한 일방적인 업무 진행 등이 보도되며 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결국 카카오톡 측은 약 1주일 만에 4분기 내로 ‘친구’ 탭을 원래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p><p>이 ‘사태’의 원인과 결과는 무엇일까? 플랫폼이 개인의 사적·공적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 요즘, 필자는 이를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p><p><strong>참을 수 없는 플랫폼의 무거움</strong></p><p>한국에서 카카오톡 계정은 이제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그리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거의 필수 요건이 되었다. ‘카카오톡이 멈추면 대한민국이 멈춘다’는 말이 농담이 아닐 정도로, 카카오톡은 생활의 곳곳에 아주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p><p>우리의 일상 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매개하는 플랫폼은 이제 우리의 ‘존재’를 매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튜브를 비롯한 타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카카오톡은 영리 추구와 공공성의 충돌 속에서 결국 체류 시간 증대를 통한 광고 수익 증가라는 익숙한 해법을 택하고 말았다. </p><p>카카오의 여러 신사업들의 실적 부진 및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를 ‘본업’인 카카오톡을 통해 타개하려는 시도이겠으나, 카카오톡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고 해서 체류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단순한 발상이다. 무엇을 더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 지를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다.</p><p><strong>카카오톡에 대해 ‘앱이 무겁다’는 평이 자주 보인다. </strong>이는 단순히 사진이나 동영상, 대화 내용이 쌓인다는 물리적 의미만이 아니라, 기능과 서비스가 추가되며 앱의 구조 자체가 복잡해졌다는 정성적 의미이기도 하다. 무료로 메시지·통화·파일 전송이 가능한 메신저로 출발해 국민적 사용층을 확보한 카카오톡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앱 기능과 수익 구조를 다각화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러나 플랫폼이 커질수록 본래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조직이 관료화되며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 또한 그렇다.</p><p>물론 이는 카카오톡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메신저 앱 스냅챗(snapchat)도 유사한 한계에 봉착했다. 최근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Snap)은 이용자들이 5기가바이트(GB) 이상의 과거 사진이나 영상 데이터를 계속 보관하려면 요금을 내야 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실제로 영향을 받는 이용자는 많지 않다”며 애플·구글의 유료 저장 서비스와 유사한 모델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이용자들은 “추억에 가격표를 붙였다”며 반발했고, 별점 1점 리뷰가 쇄도했다.</p><p>스냅챗은 2011년 출시 이후 ‘사라짐’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휘발성 메신저였다. 사진과 영상을 찍어 친구에게 전송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삭제되는 구조 덕분에, 10~20대 이용자들은 기록의 부담에서 해방감을 느꼈고, 가볍게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었다. </p><p>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메모리즈(Memories)’라는 개인 저장공간이 추가되었고, 스냅챗은 십수년간의 이미지와 영상이 쌓여 있는 거대한 디지털 아카이브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제 그 아카이브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스냅챗의 이번 조치는 ‘사라짐’이라는 핵심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휘발의 자유를 약속했던 플랫폼은 결국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보존의 논리에 포획되었다.</p><p>카카오톡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톡서랍’과 ‘톡클라우드’ 서비스를 차례로 출시했고, 최근에는 무료로 제공되던 ‘대화 백업 서비스’ 또한 유료화하기도 했다. 본래 대화를 매개하던 메신저가 이제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저장의 플랫폼’으로 변하며,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p><figure></figure><figure><figcaption><em><strong>카카오톡 개편</strong></em>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em><strong>홍민택</strong></em> 카카오 CPO(최고제품책임자)</figcaption></figure><figure></figure><figure></figure><p><strong>조직의 무게</strong></p><p>송길영은 신작 『경량 문명』에서 거대한 기업과 관료적 조직, 그리고 그를 지탱하던 문화로는 더 이상 혁신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필자 또한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는 오늘날의 사회가 ‘무거움의 시대’에서 <strong><b>‘경량의 시대’</b></strong>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며, 과거의 기업이 ‘더 크고,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를 추구했다면, 오늘의 기업은 ‘더 가볍고, 더 빠르고, 더 공감되게’를 요구받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과거의 무게 중심적 사고에 갇혀, 경량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구조적으로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다.</p><p>이 지점에서 일본 소니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때 워크맨, 비디오, CD, 디지털 카메라로 혁신의 대명사였던 소니는 2000년대 들어 장기불황과 스마트폰의 부상 속에서 방향을 잃었다. 성공 경험의 관성은 조직을 경직시켰고, 부서 간 칸막이와 위계 중심 문화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험을 가로막았다. 한때 기술자 중심이던 조직은 재무성과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되면서, 현장의 아이디어가 상부에서 묵살되는 일이 잦아졌다. 창의성과 자율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관료화된 안정성, 즉 ‘무게의 문화’였다.</p><p>그러나 2012년 부임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원 소니(One Sony)’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그는 “결정권을 다시 현장으로 돌려주라”는 원칙 아래 부서 간 벽을 허물고, 기술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제안·실험할 수 있는 구조를 복원했다. 사내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실험적 프로젝트에는 직접 투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다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는 자유”를 되찾았다. 그 결과물이 2020년 CES에서 공개된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S(Vision-S)’였다. 이 차량은 소니의 핵심 기술인 이미지센서 반도체를 자동차 산업에 접목한 사례로, 기존의 강점을 시대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p><p>동시에 소니는 조직 전체의 전략을 콘텐츠 중심의 통합 구조로 재편했다. 그동안 소니의 게임·음악·영화 등 콘텐츠 부문과 하드웨어 부문은 각기 다른 고객 대응 시스템을 갖추며 분절적으로 운영돼 왔다. 히라이는 이를 ‘하나의 소니(One Sony)’로 통합함으로써 고객 경험을 단일한 플랫폼 위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이 통합 전략은 단순한 내부 효율화가 아니라, 각 부문이 생산하는 가치가 상호 시너지를 내도록 한 조직적 경량화였다. 게임과 음악, 영상 콘텐츠를 결합해 구독경제 모델을 완성하고, 하드웨어의 한계를 서비스로 보완함으로써 브랜드 충성도를 높였다. 특히 구독형 모델을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나 프리미엄 카메라 시리즈에까지 확장한 것은 제조업 기반 기업이 경험 중심의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p><p>결국 소니의 부활은 조직을 가볍고 유연하게 만든 경영 혁신의 결과였다. 아이디어를 위에서 통제하기보다 자유롭게 순환시키고, 실험과 실패가 반복될 수 있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p><p><strong>가벼움의 미학</strong></p><p>카카오는 한때 그러한 가벼움과 혁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기업이었다. 이제는 명실상부 카카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된 카카오프렌즈가 그를 보여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 프렌즈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채팅창 속에서 우리의 감정을 대리해주는 존재로서 성장해 왔다. 캐릭터들의 귀여움이나 허술함은 오히려 사용자에게 친근감과 해방감을 주고, 대화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제 역할을 해왔다.</p><p>여기에서 카카오가 자사 블로그에 올린 글 「카카오 캐릭터 IP에 관한 조금 자세한 이야기들」을 함께 살펴보면 흥미롭다.(<u>https://www.kakaocorp.com/page/detail/9348</u>) 다음은 글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p><hr /><p><strong>E _라이언이카카오프렌즈의여덟 번째 멤버로 합류하기까지 3년 2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어요.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들려주세요.</strong></p><p>C _ 카카오프렌즈는 작은 화면에서 감정표현을 돕기 위해 등장했어요. 종전의 캐릭터들에 비해 액션들이 과장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특징인 거죠.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과묵한 사람이나 시니어층이 채팅창에 쓰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어요. 이런 분들도 편하게 보여줄 수 있는 듬직하고 절제된 친구가 라이언이죠. 카카오프렌즈에서 조언자이자 조연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죠. 창작 과정에서 정말 많은 고민과 토론을 앞세우지만, 이용자 반응만큼은 예상 밖의 일인 것 같습니다. 라이언은 지금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주연이 됐잖아요.</p><p><strong>E _대한민국 어딜 가나 라이언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이미지 소모를 극복하고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 있나요?</strong></p><p>C _ 단순히 많이 보인다고 소모되진 않는다고 진단해요. 이미 양적으로 터진 걸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다만, 맥락 없이 콘텐츠와 제품이 생산되는걸 가장 경계하고 있어요. 한쪽에서는 이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알릴 수 있도록 맥락을 만들어주고 있고요. ‘라이언은 왜 갈기를 열망했을까?’와 같은 이야기를 알려주는 거죠.</p><p><strong>E _니니즈 이야기 좀 해볼까요.카카오프렌즈가 하늘을 찌를듯한 인기를 얻던 2017년 11월에데뷔했어요. ‘선배’들이 너무 잘나서태생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었을 것 같은데,세상에 나온 과정과 요즘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세요.</strong></p><p>C _ 오만하게도, 당연히 잘 될 줄 알았어요. 카카오톡의 매체력이 있으니까 프렌즈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거라 예상했죠. 오판이었습니다. 카카오프렌즈 데뷔 때와 달리 대체제가 많았고요, 이모티콘으로써 감정표현에 최적화된 구성도 아니었거든요. 보편적 정서를 표현 하진 않으니까요. 게다가 데뷔하자마자 ‘폭력성이 강조됐다’는 등 논란을 맞게 돼 혼란스러웠어요. 제작자 입장과 이용자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크게 느꼈죠. 내부에서는 톰과 제리 정도의 티격태격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듯한 회사) 카카오가 하는 건데 이래도 되나?’라는 높은 기준이 있다는 걸 간과했었습니다.</p><p>그런 과정들을 겪으며 캐릭터들의 성격이 다듬어지게 됐고, 이제는 카카오프렌즈가 표현하지 못하는 니치(Niche)한 영역들을 니니즈가 소화해주고 있어요. 여담인데요, 니니즈 중에서 죠르디가 가장 인기를 많이 얻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앙몬드나 스카피, 케로 베로니 등을 꼽은 사람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짠내 나는 취준생’ 콘셉트의 죠르디가 청년-청소년층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창작자들이 표현하려고 했던 구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p><p>이건 카카오의 캐릭터들에 국한된 특징일 수도 있어요. 이용자 반응에 호흡하며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캐릭터라니, 허술한 측면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모습에 여러분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큰 틀에서는 ‘차갑지 않은 IT회사 카카오’의 이미지를 자리 잡게 하는 거니까요.</p><hr /><p>이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가 캐릭터의 확장을 ‘맥락의 재발견’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라이언은 “조용하고 듬직한 존재가 필요했던 시기”에 탄생했고, 조르디나 춘식 같은 캐릭터는 사용자의 피드백 속에서 서사를 만들어갔다. 카카오 IP팀은 이를 ‘소소한 것들이 가치를 만든다’는 태도로 정의한다. 거창한 서사보다는 작은 공감, 거대한 혁신보다는 미세한 감정의 움직임. 그러한 철학은 IT 기업으로서의 냉정한 이미지에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p><p>하지만 최근 카카오는 그 ‘가벼움의 언어’를 잊은 듯하다. 광고와 상업적 확장에 집중하면서, 본연의 쌍방 소통이 아닌, 일방적이며 맥락이 없는 ‘노출’을 중심에 둔 업데이트를 내놓은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나 디자인이 아니라, 무게 중심을 잃어버린 조직의 문화적 방향성에 있다.</p><p>앞서 언급한 소니의 사례처럼, 혁신은 기능의 추가가 아니라, 가치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카카오가 다시 가벼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설계보다 먼저 조직이 지향하는 ‘소통의 철학’을 되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보인다.</p><p><strong>마치며</strong></p><p>“코끼리도 채식동물이에요.”<br /><br />살을 빼겠다고 채소만 먹다가도 문득 떠올리게 되는 말이다. 결국 가벼운 것도, 계속 더하면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와 이모티콘은 분명 카카오의 성장을 이끈 혁신이었다. </p><p>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아 표현의 외주화라는 거시적인 흐름이 있다.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의 감정을 직접 말하기보다, 이모티콘이나 캐릭터가 대신 말하도록 맡긴다. ‘나’라는 존재의 표현이 언어가 아니라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언어로 매개되는 셈이다. 표현은 쉬워졌지만, 그만큼 점점 더 규격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p><p>요즘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키링이 달려 있지 않은 가방을 찾기 어렵다. 키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신을 수식해주는 형용사다. ‘귀여운’, ‘힙한’, ‘트렌디한’ 같은 단어를 우리는 이제 물리적으로 구매해 매달고 다닌다. 취향과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형용사를 소비하는 시대다. 그렇게 ‘사는 삶’을 통해 풍요로워졌지만, 정작 우리 자신을 설명할 어휘는 점점 빈곤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p><p>너무 많은 말을 하다 보면, 처음 하고 싶었던 말을 잊게 된다. 카카오가 다시 혁신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서는 더 말하려 하기보다, 잠시 멈추고 스스로의 언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흔히 대화가 오가는 중립적인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맥락이다. 어떤 방식으로 말하게 하고, 어떤 관계를 가능하게 할지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대화와 소통의 맥락을 파악하고 재정의하려는 시도다.</p><p>이런 맥락에서 카카오와 인공지능(AI)의 결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단순한 기술적 확장이 아니라, 사용자의 언어와 관계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라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AI 역시 또 하나의 ‘무거운 기능’으로 남을 뿐이다. 카카오가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의 변화가 소통의 본질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끝)</p><p></p><p><em><b>작성일: 2025년 10월 10일</b></em></p><p></p><figure><figcaption><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글쓴이 이소윤</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은 듀크 대학교 정치학 학사, 시카고 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를 거쳐 현재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5년부터 미국에서 유학하며 한류의 성장을 관찰해 왔고, 케이팝 산업 속 직업 교육과 일 경험에 대한 박사 논문 연구를 진행 중이다.</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strong></figcaption></figure>]]></content:encoded></item><item><title><![CDATA[[칼럼] K드라마 '은중과 상연': 극한 경쟁 사회가 만든 생존자들의 초상...드라마가 아닌 다큐로 보다]]></title><description><![CDATA['은중과 상연'의 진정한 가치는 시청자들에게 개인적 경험의 검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과거에 겪었던 불합리한 상황들이 정말로 문제적이었음을 확인받고,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려 했던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재확인하게 된다.]]></description><link>https://kwave.or.kr/kdeurama-eunjunggwa-sangyeon-deuramaga-anin-dakyuro-boda/</link><guid isPermaLink="false">68e4a3269d567a00120ca8cb</guid><category><![CDATA[한글리포트]]></category><category><![CDATA[K-drama]]></category><dc:creator><![CDATA[Bluedot Admin]]></dc:creator><pubDate>Sat, 11 Oct 2025 15:16:00 GMT</pubDate><media:content url="https://cdn.media.bluedot.so/bluedot.kwave/2025/10/5o70j3_202510111513.jpg" medium="image"/><content:encoded><![CDATA[<p></p><p></p><p></p><p></p><p></p><p>홍지영 |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p><p></p><p></p><hr /><p></p><p></p><p>한국 사회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쟁이 시작되는 곳이다. 산부인과 병동에서의 출생 순서부터 시작해 입시, 취업, 승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제로섬 게임의 연속이다. 특히 여성 직장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제한된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에서 때로는 나르시시즘적 성향이 생존 전략이 되어버리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다.</p><p>'은중과 상연'이 특정 계층에서 폭발적 공감을 얻고 있는 현상은 바로 이런 사회 구조적 배경을 반영한다. 이 드라마를 열광적으로 시청하는 30-40대 고학력 여성들은 상연과 같은 인물들을 단순한 픽션이 아닌 현실의 기록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이 작품은 오락이 아닌 사회적 증언이다.</p><p><strong>특정 계층만 눈치 채는 </strong><br /><strong>독성적 관계 정밀 묘사</strong></p><p>한류 드라마의 글로벌 성공 공식 중 하나는 보편적 감정에 기반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었다. 그런데 '은중과 상연'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극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별한 생존 기술을 습득해야 했던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시청자층을 겨냥한 것이다.</p><p>이 작품이 해당 계층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마주쳤던 그 독특한 유형의 인물들—겉으로는 피해자인 척하면서 교묘하게 타인을 조종하는 이들—을 너무나 생생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과거의 특정 인물들을 떠올리며 "이거 완전 실화잖아"라고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p><p>드라마의 힘은 공감에서 나온다. 시청자가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을 수 있을 때 몰입도는 극대화된다. '은중과 상연'은 바로 이 지점에서 특정 집단에게 강력한 경험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다른 집단에게는 접근 장벽을 만든다.</p><p><strong>애착 이론으로 본 상연: </strong><br /><strong>모성 결핍이 만든 생존 본능</strong></p><p>정신분석학자 존 볼비(John Bowlby. 1958)의 애착 이론은 상연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를 제공한다. 상연의 모든 문제적 행동 뒤에는 어린 시절 형성되지 못한 안정적 애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p><p>상현의 어머니 윤현숙 선생님은 분명 도덕적으로 훌륭한 인물이지만, 애착 이론 관점에서는 이상적인 양육자가 아니었다. 지나친 '공정함'으로 인해 상연은 자신이 엄마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상연이 스위스에 보낸 편지에서 "엄마는 너무 공정했다"고 쓴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p><p>이러한 정서적 방임 경험은 상연의 성인기 행동 패턴을 결정했다: <strong>작품 도둑질/표절</strong>은 나르시시스트로서 행한 직장에서의 생존 전략이었다. 자신만의 안전기지가 없었던 상연에게는 사회적 성공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것을 빼앗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strong>조작적 관계 형성</strong>은 가족의  무조건적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결과였다. 타인의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해 어떤 수단도 정당화하는 내면화된 작업 모델이 형성된 것이다.<br /></p><p><strong>나르시시즘 관점에서 본 상연: </strong><br /><strong>독성적 관계의 설계자</strong></p><p>하지만 애착 이론만으로는 상연의 행동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녀의 행동 패턴에는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적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p><p>①<strong>권력 욕구와 우월감</strong>: 초등학교 때부터 교사가 부여한 권한으로 친구를 때리는 행위에서 타인에 대한 지배욕을 학습했다. "머리가 좋으니"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도덕적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선민의식을 보인다.</p><p>②<strong>공감 능력의 결여</strong>: 은중의 고통이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며, 타인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한다.</p><p>③<strong>교묘한 심리전과 현실 속 트라우마의 재현 : </strong>상연의 독이 가득한 행동은 단순한 악역의 차원을 넘어선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패턴들—선량함을 악용하는 기술,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한 동정심 유발, 관계에서의 미묘한 주도권 장악—을 정교하게 구현한다.</p><p>특히 직장에서 경쟁과 성과에 노출된 고학력 여성들에게는 이런 인물들과의 거리 두기가 생존 전략이 되어왔다. 너무 가까워지면 피해를 입고, 너무 멀어지면 뒤에서 험담의 대상이 되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 이런 현실적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에게 상연의 행동은 낯설지 않은 패턴으로 인식된다.</p><p>현실에서 이런 사람들을 피해가며 살아온 이들에게 드라마는 일종의 검증 과정이 된다. "내가 겪었던 그 상황이 저런 것 이었구나"라는 것을 드라마를보며 확인을하고 공감을 주는 과정이 형성된다.</p><p><strong>한국 사회의 거울: </strong><br /><strong>경쟁 구조가 만든 괴물</strong></p><p>① <strong>사회문화적 맥락의 중요성 : </strong>한류 콘텐츠의 강점은 개인의 심리를 사회문화적 맥락과 연결해 해석하는 능력에 있다. 상연은 단순한 애정 결핍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극심한 경쟁구조가 만들어낸 후천적  나르시시스트적 인격의 전형이다.</p><p>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우월감과 지배욕으로 보상하려는 심리. 암에 걸렸다면 빌딩을 주겠다는 이만큼의 돈으로 보상하는데 너가 안돌아보고 버티겠니라는 오만, 예쁜 외모를 이용해 피디와 사귀면서 회사문제를 해결하는 이런 문제적 행동을 가리는 전략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흔히 보인다고 정상이라거나 용서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p><p>②<strong>은중의 성숙함 '안정적 애착의 힘' : </strong>드라마의 또 다른 성공 요소는 은중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안정형 애착의 특징이다. 상황을 파악하고 조용히 물러서는 선택, 상학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결단력은 안정형 애착이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성숙한 대처 방식이다.</p><p>은중과 상연의 대조는 안정적 애착과 불안정한 애착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같은 상황에서도 애착 패턴에 따라 전혀 다른 대응을 보인다는 심리학적 통찰을 제공한다.</p><p>③<strong>이중 구조의 해석 '이해와 비판의 균형' : </strong>'은중과 상연'의 진정한 가치는 상연이라는 인물을 단면적으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strong>애착 이론 관점</strong>에서 상연은 근본적인 정서적 안전기지를 갖지 못한 채 성장한 상처받은 인간이다. 그녀의 문제적 행동들은 결국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반응이었다고 볼 수 있다. <strong>나르시시즘 관점</strong>에서 상연은 체계적으로 타인을 착취하는 독성적 인격이다. 타인의 선량함을 이용하는 기생적 관계 형성, 감정적 조작을 통한 지속적 통제와 착취는 명백히 비판받아야 할 행동이다.</p><p>이 두 관점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결핍이 어떻게 독성으로 변화하는지, 피해자가 어떻게 가해자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복합적 구조를 형성한다.</p><figure></figure><figure></figure><figure></figure><p><strong>한류의 새로운 방향: </strong><br /><strong>세분화된 타겟팅의 실험</strong></p><p>기존 한류 드라마들이 가족애, 로맨스, 성공 신화 등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보편적 주제로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았다면, '은중과 상연'은 정반대 길을 선택했다. 매우 구체적인 사회적 배경과 교육 수준, 경험을 가진 계층의 이야기에 집중한 것이다.</p><p>이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중국의 숏폼 콘텐츠 소비 패턴을 보면, 주요 시청층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의 휴식을 찾는 중소도시 거주자들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면 '은중과 상연' 같은 작품은 3040 여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한 여성들의 특정한 사회적 경험을 전제로 한다. </p><p>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현재의 한국 사회, 그 중에서도 특정 계층의 경험을 반영하는 매우 시의적인 작품이 되었다. 서구 시장에서는 문화적 맥락의 차이로,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해당 경험층의 규모 제한으로 인해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약점은 아니고. 오히려 콘텐츠 시장의 세분화 트렌드를 반영하는 선구적 실험으로 볼 수 있다.</p><p><strong>콘텐츠 진화 새로운 패러다임</strong><br /><strong>개인적 카타르시스 &amp; 사회적 검증</strong></p><p>'은중과 상연'의 진정한 가치는 시청자들에게 개인적 경험의 검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과거에 겪었던 불합리한 상황들이 정말로 문제적이었음을 확인받고,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려 했던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재확인하게 된다.</p><p>많은 시청자들이 정신적으로 소모적이면서도 끝까지 시청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연과 같은 인물들의 행동 패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은중의 대응 방식을 통해 건강한 경계 설정의 중요성을 재학습하는 과정이다.</p><p><strong>한류의 미래: 세분화와 전문화</strong></p><p>이 작품은 한류 콘텐츠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모든 이에게 어필하려는 전략에서 벗어나, 특정 집단의 구체적 경험을 깊이 있게 다루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p><p>비록 시장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해당 타겟에게는 그 어떤 콘텐츠보다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는 넷플릭스 초기에 기대했던 다양성과 전문성의 구현이기도 하다. 범용적 매력보다는 특화된 깊이를 추구하는 콘텐츠 생태계의 성숙을 의미한다.</p><p>앞으로 한류는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된 이야기들로 구성될 것이다. '은중과 상연'은 그 변화의 선두주자로서, 특정 집단의 경험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실험이자 성과라 할 수 있다. (끝)</p><p></p><p></p><p><b><strong><em>참고문헌</em></strong></b></p><p><em>Bowlby, J. (1958). The nature of the child's tie to his mother.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analysis, 39(5), 350–373.</em></p><figure><figcaption><em>필자 홍지영(Amy Hutchinson)은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로서, 네바다주립대학교(UNLV)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문적 연구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융합한 독창적인 방법론을 통해, 한국인들의 초국가적 정체성과 문화적 통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em></figcaption></figure>]]></content:encoded></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