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AI Everywhere, K-콘텐츠의 대전환: 기회, 위기, 그리고 나아갈 길
박승룡 | 전 KOCCA 인도비즈니스센터장
I. 서론: 대전환의 K-콘텐츠, AI에 길을 묻다
한때 기술은 무대 뒤에서 효율을 높이는 조연이었다.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 Everywhere’ 시대다. 특히 생성형 AI는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이 한데 얽히는 멀티모달로 진화하며 기획과 제작, 유통과 소비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새로운 문법이 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AI는 창작의 속도와 스케일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지 새로운 도구의 도입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무엇을 즐길 것인가’를 동시에 바꾸는 패러다임의 이동이다.
이런 현상은 현장에서 더 또렷하다. 영상·게임·웹툰·음악에 이르기까지, 초안 작성·요약·번역·합성·보컬·TTS 등 세분화된 업무 모듈로 AI가 침투하며 콘텐츠 제작의 분업 지형을 다시 그린다. 이는 제작비와 시간을 낮추는 동시에, 맞춤형 경험과 몰입을 키우는 방향으로 수요 측면의 기대치까지 끌어올린다. AI는 곧 ‘작동하는 효율’이자 ‘보이는 품질’이다.
분야 | 활용 | 생성형AI 도구 |
영상/방송 | 드라마/ 예능 시나리오 초안 작성 자막 자동 생성 및 번역 장면 요약 영상 생성 | ChatGPT(Open AI) DeepL, Papago API 국내 AI 영상 요약 도구 |
게임 | NPC 대사 및 퀘스트 플롯 생성 세계관 설정 보조 감정형 TTS 생성 | GPT-4 / Claude 자체 개발 LLM(넥슨, 엔씨) TTS: Typecast, Neosapience |
웹툰/일러스트 | 배경 자동 생성 대사 스타일 추천 작화 자동화 | Stable Diffusion, Midjourney KakaoBrain KoGPT 자체 학습 모델 |
언론/출판 | 기사 초안 자동 생성 뉴스 요약 및 번역 책 소개 문구 자동 생성 | ChatGPT, Claude 네이버 Glova Summarizer Prompt 기반 생성 툴 |
음악 | 가사 사동 생성 스타일 기반 작곡 가상 보컬 및 음성 합성 | ChatGPT, Claude (가사) Jukebox (OpenAI), Mubert, Soundful (작곡) Supertone, Neosapience (보컬합성) |
광고/마케팅 | 광고 문안 자동 생성 SNS 콘텐츠 카피 유튜브/쇼핑몰 대본 자동 제작 | Jasper AI, Copy.ai ChatGPT, KoGPT Midjourney (비주얼 콘텐츠용) |
[표 1] 콘텐츠산업의 생성형 AI 응용(자료: [코카포커스 통권 186호])
기술의 확장은 곧 논쟁의 확장이다. 콘텐츠 본질적 임무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이 임무에 충실히 복무하면서도, 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AI는 창작자인가, 도구인가? AI는 동료인가, 대체자인가? AI는 진실인가, 거짓인가?
이글은 K-콘텐츠산업이 맞이한 AI 대전환의 국면을 창작(저작권/공정이용), 노동(직무 재정의/역량 전환), 신뢰(표시·검증·책임)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기회와 위기를 분석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II. [쟁점 1] 창작의 주체: AI는 창작자인가, 도구인가?
1. 기회: '창작의 파트너'로 진화하는 AI
생성형 AI는 이미 콘텐츠 창작 현장에서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창·제작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상반기 조사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20.0%에 달하며, 불과 2년 전인 2023년 상반기의 7.8%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러한 활용은 특히 기술 친화적인 게임(41.7%) 및 방송·영상(30.8%) 분야에서 두드러지며, 콘텐츠 제작(63.0%) 단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AI가 K-콘텐츠의 창작 문법을 어떻게 재창조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음악: AI는 작사, 작곡, 보컬 등 전 과정에 관여한다. 뮤지션 한나 다이아몬드(Hannah Diamond)는 ChatGPT를 "효율적인 브레인스토밍 도구"로 활용하며, 전설적인 프로듀서 팀버랜드(Timbaland)는 Suno와 같은 AI 작곡 툴을 '창작의 미래'라 칭한다.
보컬: AI는 인간의 감동을 복원하고 증폭시키는 데 기여한다. 비틀즈(The Beatles)는 AI 기술로 존 레논(John Lennon)의 목소리를 복원하여 40여 년 만의 신곡 'Now and Then'을 발표했으며, 컨트리 가수 랜디 트레비스(Randy Travis)는 뇌졸중으로 잃었던 목소리를 AI로 되찾아 10년 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이는 기술이 '재미와 감동'이라는 콘텐츠의 본질적 가치에 복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웹툰 및 영상: AI는 이미 웹툰 제작 현장에서 콘티 자동 생성이나 배경 채색에 활용되어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줄여주고 있다. EBS는 국내 방송사 최초로 생성형 AI로 제작한 'EBS AI 단편극장'을 방영했으며, 엔씨소프트(VARCO)나 크래프톤(CPC) 등은 게임 개발 전반에 AI를 도입해 혁신을 꾀하고 있다.
2. 위기:
저작권과 공정이용이라는 법적 딜레마
이처럼 빛나는 기회의 이면에는, '창작의 주체'를 둘러싼 심각한 법적 위기가 존재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만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첫 번째 딜레마는 'AI 생성물의 저작권'이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저작권이 인정될 수 없지만, AI 생성물을 인간이 창의적으로 '선택, 배열, 조합'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AI는 도구일 뿐, 창작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두 번째 딜레마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인 'AI 학습 데이터의 공정이용(Fair Use)' 여부다. 생성형 AI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기존 인간 창작물(텍스트, 이미지, 음악)을 학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아니면 기술 발전을 위한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가 세계적인 법적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AI 음악 생성 도구인 Suno와 Udio를 상대로 대규모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 리서치 플랫폼 'Ross'가 경쟁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한 행위에 대해, 미국 법원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는AI의 결과물이 원저작물과 경쟁하는 '대체 시장'을 형성할 경우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심지어 인간 예술가인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조차, 원본 사진과 상업적 목적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물며 원본을 학습하여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하는 AI가 이 기준을 통과하기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AI가 창작의 도구를 넘어 '저작권법의 회색지대'에 머무는 한, 이 불확실성은 K-콘텐츠 생태계 전체의 '토양(Soil)'을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로 남을 것이다.
3. 나아갈 길:
'인간-AI 협업 모델'의 법제화
이 쟁점의 해법은 AI와 인간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AI 협업(Human-AI Collaboration)' 모델을 명확히 정의하고 제도화하는 데 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자 파트너이지만, 창작의 최종 주체와 저작권의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
AI가 생성한 결과물 자체는 저작권이 없더라도, 그것을 유의미하게 선택하고, 배열하며, 창의적인 프롬프트를 통해 '연출'한 인간의 기여는 명백한 창작 활동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또한, AI 학습 데이터의 공정이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이 시급하다. 원저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라이선스 모델을 구축하고, AI 학습이 원저작물의 시장을 직접적으로 대체하지 않도록 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K-콘텐츠 생태계의 '대기(Atmosphere)'를 안정시키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III. [쟁점 2] 노동의 미래: AI는 동료인가, 대체자인가?
1. 기회:
반복 노동의 해방과 '창의적 큐레이터'의 부상
AI가 콘텐츠 노동 시장에 가져온 가장 큰 기회는 '반복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다. AI는 게임 애셋 제작, 영상의 후반 작업, 음원 믹싱, 웹툰 채색 등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던 작업을 자동화한다. 이는 창작자가 단순 '생산자(Producer)'의 역할에서 벗어나, AI가 생성한 수많은 결과물 중 최적의 안을 선택하고 조합하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총괄 기획자(General Planner)' 및 '큐레이터(Curator)'로 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AI는 새로운 직무를 탄생시키고 있다. AI 기술을 영화 제작 프로세스 전반에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AI 필름메이커(AI Filmmaker)'나, AI로부터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질문을 설계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와 같은 융합형 전문가들이 새로운 일자리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2. 위기:
'과업 대체'로 인한 일자리 충격과 양극화
그러나 이러한 긍정론의 이면에는 '일자리 소멸'이라는 냉엄한 위기가 자리한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노조가 벌인 대규모 파업은 AI 도입이 창작자의 고용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라는 현실적 공포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아직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한 국내 고용의 뚜렷한 증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일자리(Job)'가 아닌 '과업(Task)'이 대체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 직무를 구성하는 여러 과업 중 AI가 대체 가능한 부분이 늘어나면서, 기존 직무의 경계가 무너지고 역할이 재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과업 대체'는 특정 분야의 인력 수요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게임: 중간 수준의 개발자 및 테스트 인력 수요 감소
방송·영상/영화: 번역, 자막, 데이터 정리 등 후반 작업 인력 감소
음악: 스튜디오 믹싱 엔지니어 역할 변화
애니메이션: 일부 전통 아티스트 및 그래픽 디자이너 수요 감소
이는 K-콘텐츠 생태계의 '유기체(Organisms)'인 창작자들 사이의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소수의 '기획자/큐레이터'와 AI에 의해 '과업'을 대체당하는 다수의 '생산자'로 분리될 위험이 있다. 이는 웹툰 산업이 겪는 상위10% 작가가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소득 격차 문제와 정확히 닮아 있다.
3. 나아갈 길:
'사람' 중심의 AI 인재 양성 및 사회적 안전망
대전환기 노동의 미래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에 달려있다. 이는 생태계의 '토양(Soil)'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이다. 콘텐츠 사업체들이 AI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도입 비용(44.1%)'을, 향후 필요한 지원으로 '비용 지원(44.2%)'과 '인력 교육(25.2%)'을 꼽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첫째, 'AI 리터러시 교육'의 전면적 확대가 필요하다. 단순한 툴 사용법을 넘어,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하고(기획/연출),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윤리/저작권),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경영/데이터)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둘째, 창작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다. 웹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표준계약서, 분쟁 조정, 사회보장 제도가 필수적이듯, AI 시대에도 기술 변화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창작자들이 최소한의 직업적 안정을 유지하며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IV. [쟁점 3] 신뢰의 위기: AI는 진실인가, 거짓인가?
1. 위기:
'신뢰'가 무너진 생태계의 딜레마
AI가 생성한 정교한 콘텐츠는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어 생태계의 근간인 '신뢰'를 파괴한다. 생성형 AI 기술은 딥페이크, 불법 유해 콘텐츠, 디지털 성범죄,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AI 관련 사고 및 논란은 2014년 13건에서 2024년 233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AI 기술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다 (미국 40%, 영국40%가 부정적 감정).
K-콘텐츠 생태계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이용자들은 콘텐츠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인도 시장의 낮은 콘텐츠 지불 의향 사례에서 보듯, 콘텐츠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 이용자는 합법적인 유료 구독 대신 불법적이거나 무료인 채널로 이탈한다. 즉, '신뢰의 위기'는 곧 '수익의 위기'로 직결된다.
2. 기회와 과제:
'AI 생성물 표시제'의 명암
이러한 신뢰의 위기 속에서 'AI 생성물 표시제(Labeling)'가 전 세계적인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중 역시 AI 생성물에 대한 명확한 표시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미국 77%, 영국 86%).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Act'를 통해 AI 생성물 표시를 의무화했으며, 중국 역시 강력한 식별 표시 부착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2026년 1월 22일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제31조는 AI 사업자가 AI를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생성형 AI로 만든 결과물임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에 딥페이크 사용을 엄격히 규제 및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표시제는 분명 '기회'다. 이용자를 보호하고,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아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며, 콘텐츠 생태계의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콘텐츠산업에 또 다른 '위기'를 안겨준다.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 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며, 특히 이용자의 '몰입'을 생명으로 하는 K-콘텐츠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의 모든 컴퓨터그래픽(CG) 장면에 'AI 생성물'이라는 워터마크를 붙인다면, 시청자의 몰입감은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다.
3. 나아갈 길:
'맥락'을 고려한 유연한 신뢰 시스템
다행히 우리 'AI 기본법'은 이러한 딜레마를 인지하고 있다. 법 제31조 제3항은 "해당 결과물이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에 해당하거나 그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전시 또는 향유 등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콘텐츠산업의 특수성을 위한 예외의 문을 열어두었다.
'나아갈 길'은 이 예외 규정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첫째, '맥락에 따른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뉴스, 여론, 공공 정보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엄격한 표시를 의무화하되, '재미와 감동'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 및 창작 콘텐츠(드라마, 영화, 웹툰, 음악 등)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예외 규정을 적극 적용해야 한다.
둘째, '유연한 표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용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비인지 워터마크(Invisible Watermark) 기술을 활용하거나, 콘텐츠 엔딩 크레딧 등에 관련 정보를 일괄 고지하는 방식을 통해 '이용자의 알 권리'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V. 결론: 기회와 위기를 넘어 'K-콘텐츠의 길'로
'AI Everywhere' 시대, K-콘텐츠를 둘러싼 '대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오늘날 콘텐츠산업이 직면한 세 가지 거대한 쟁점—창작의 주체, 노동의 미래, 그리고 신뢰의 위기—을 살펴보았다.
이 세 가지 쟁점은 각각 법적, 경제적, 사회윤리적 문제를 야기하며 K-콘텐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본질을 묻고, 쟁점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콘텐츠산업을 '생태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전략은 명료해진다. AI는 특정 '유기체'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토양'과 '대기'를 바꾸는 거대한 환경 변화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또한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교한 설계여야 한다.
첫째, 생태계의 '토양(Soil)'을 비옥하게 해야 한다. AI 기술의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줄이고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AI 리터러시 교육, R&D 지원, 그리고 중소 창작자들을 위한AI 도입 비용 및 인프라 지원이 시급하다.
둘째, 생태계의 '유기체(Organisms)'인 '사람', 즉 창작자를 보호해야 한다. AI를 동료이자 파트너로 활용하되, 그로 인한 이익이 소수 플랫폼이나 기술 기업에 독점되지 않고 창작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는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표준계약서와 사회적 안전망은 그 핵심이 될 것이다.
셋째, 생태계의 '대기(Atmosphere)'를 정화해야 한다. 저작권과 공정이용에 대한 명확한 입법, 그리고 신뢰를 담보하는 유연한 생성물 표시제를 통해, 창작자들이 법적 불안 없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투명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AI가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AI를 활용하여 더욱 강력해진 K-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결합하여 '재미와 감동'이라는 콘텐츠 본연의 임무를 증폭시키는 조력자로 복무할 때, K-콘텐츠는 '문화가 곧 경쟁력'이 되는 글로벌 소프트파워 강국이라는 비전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것이다.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기술을 주도하며 'K-콘텐츠의 길'을 열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끝)
작성일: 2025년 1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