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료는 자본가의 특권인가, 시민의 권리인가: 블랙미러 'Common People'이 던지는 경고

홍지영 |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의료시스템이 이 에피소드와 비슷한 나라에 살고 있어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감정이입하며 시청했다. 한국도 이런 자본 시스템에서 완벽한 안전지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자본에 잠식된 의료기술과 시스템 속에 살면, 의료기술이 살려놓은 사람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무거운 마음으로 시청해보셨으면 하는 생각에 이 리뷰를 쓴다.

현실이 된 디스토피아:
‘Common People’ 세계

최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유명 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의 CEO 피격 사건은 자본주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극단적 분노가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다. 용의자인 루이지 맨지오니가 체포 당시 "미국 기업에 대한 악의"와 "이 기생충들은 당할 만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의료 시스템의 문제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현실에서 블랙미러의 "Common People"은 단순한 SF가 아닌,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를 경고하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영국의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부 마이크와 아만다의 삶은 뇌종양 수술로 완전히 뒤바뀐다. 공장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 마이크와 초등학교 교사인 아만다는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며 소박한 삶을 사는 부부이다. 그러나 아만다가 수업 도중 갑자기 쓰러지고 수술을 받은 후, 이들은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히 잠식된 의료 기술 기업 "Rivermind"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목숨은 구했지만, 영혼 없는 삶으로 전락한 아만다, 그리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마이크의 이야기는 자본주의에 잠식되어가는 현대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Rivermind"의 무료 수술은 함정이었다. 수술 후 아만다는 살아남았지만, 계속해서 커머셜 광고를 중얼거리고 그동안은 기억상실을 겪으며, 지정된 생활 반경을 벗어나면 코마 상태에 빠진다. 더 넓은 생활 공간, 더 긴 깨어있는 시간, 더 적은 광고—이 모든 것은 추가 비용이 필요했다. 이는 마치 유나바머가 '산업 사회와 그 미래'에서 경고했던 기술이 인간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현실화한 것 같다.

마이크는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희생하며 어떤 일이든 한다. 그가 온라인 스트리밍에서 자해 행위로 돈을 버는 장면은 눈물이 났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모아둔 돈은 뇌 시스템 유지비에 소진된다. 집안의 돈 되는 물건을 팔다가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불태우려 한다는 남녀에게 아기 침대를 판 후 씁쓸하게 웃는 그의 치아는 듬성듬성하다.

15분간의 맑은 정신을 위해 지불한 결혼기념일 선물이자 마지막 온전한 정신으로 대화하는 순간. 아만다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상태를 완전히 인식하고, 마이크에게 자신을 떠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의 조력자살을 돕고 자신 스스로도 포기하는 마이크의 결정은 비극적이면서도 불가피한 해방이었다.

인간성과 기술
그리고 자본의 충돌

블랙미러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의 심리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놀라울 정도로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데 있다. "Common People"은 이러한 블랙미러의 전통을 완벽하게 계승했다.

에피소드에서 묘사된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오늘날 실제로 개발 중인 신경과학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에 기반하여 매우 가능해 보인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브레인게이트 같은 현재의 뇌 인터페이스 프로젝트들이 조금 더 발전하면 "Rivermind"의 기술이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에피소드는 이 기술이 처음에는 질병 치료라는 선의로 시작되지만, 자본주의적 이윤 추구와 결합하면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주었다.

아만다의 뇌에 심어진 기기가 그녀의 생각과 의식을 통제하고, 걸어다니는 인간 광고로 만들었으며, 지리적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은 현재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삶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불편한 은유이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주의력을 조각내고, 끊임없이 광고에 노출시키며, 알고리즘이 우리의 세계관을 제한하는 현상이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저렇게 될 듯해 보였다. 이는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CEO 피격 용의자가 리뷰했던 '유나바머 선언문'에서 지적한 "기술이 인간을 통제하는 시스템"이라는 비판적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에피소드가 기술 자체를 악마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Rivermind의 기술은 본질적으로 생명을 살리고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놀라운 발전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이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맥락이다. 의료 서비스가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될 때,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착취할 수 있는지를 극을 통해서 간접체험 할 수 있었다.

"생명을 연장한 첨단 의료기술이지만, 결국 인간성까지 앗아간 자본주의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준다."
"자본에 잠식된 의료체계 속에서, 평범했던 한 부부의 소박한 삶이 어떻게 비극으로 무너지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 이야기."

‘Rivermind’의 현재성

"Common People"의 가장 무서운 측면은 이 이야기가 과장된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재 기술과 사회 추세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에피소드에서 묘사된 세계는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의 자연스러운 진화의 한 모습이다.

스마트 기기가 우리의 일상을 모니터링하고,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며, 공공 서비스의 사유화가 계속되는 현실에서 "Common People"의 세계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아 보인다. 특히 마이크가 온라인 스트리밍에서 자신을 학대하며 돈을 버는 장면은 현재 존재하는 인터넷 문화이기도 하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CEO 피격 사건의 용의자가 고등학교 수석 졸업생이자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였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매우 평범"하고 "똑똑한 사람"이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극단적 분노로 폭력을 선택했다는 점은, 의료 시스템의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광기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에피소드는 기술 진보가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아만다의 의식이 상품화되어 15분의 명료한 정신 상태를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돈이 곧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으로 직결되는 극단적 형태의 계급사회를 보여준다. 현재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경제적 지위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는 현실을 과학기술로 증폭시켰을 뿐이다.

인간 심리와
그 한계에 대한 탐구

"Common People"은 기술과 제도의 비판을 넘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심리적 반응과 윤리적 한계점을 세밀하게 탐구했다. 마이크 캐릭터의 점진적인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아만다를 살리기 위해서 어떤 희생도 감수하지만, 점점 시스템에 의해 소진되고, 비인간화되며, 결국은 가장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윤리적 경계가 어떻게 상황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특히 마이크가 아만다의 조력 자살을 돕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은 단순한 충격 요소가 아니라, 현대 의학 윤리와 개인의 존엄성에 관한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에피소드를 통해 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어떻게 재정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만다가 기술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진정한 의식이 간헐적으로만 나타나는 상태는, 생명과 의식, 정체성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녀는 살아 있는 것인가? 그녀의 '자아'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의식을 조각내고 상품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작품이 던지는 근본 질문

"Common People"은 영국의 평범한 부부 마이크와 아만다의 개인적 비극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히 잠식된 의료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파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다.

핵심은 Rivermind로 상징되는 의료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운영되는 방식이다. 목숨은 구했지만 영혼 없는 삶으로 전락한 아만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마이크의 이야기는 기술이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의료가 인간의 기본권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될 때, 가장 취약한 순간에 있는 사람들—마이크와 아만다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시스템에 의해 착취되고 비인간화된다. 그들의 삶이 단계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주었다. 자본주의적 의료 시스템의 잔혹함과 함께.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진 최근의 사건은 "Common People"이 단순한 픽션이 아님을 보여준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CEO 피격 용의자가 체포 당시 가지고 있던 문서에 "해야만 했다"고 적었듯이,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이제 단순한 불만이 아닌 사회적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에피소드 마지막에 마이크가 내린 선택은 단순한 개인적 포기가 아니라, 파산적인 의료비와 비인간적인 의료 시스템이 만들어낸 사회적 비극의 상징이다. "Common People"을 통해 질문을 던져본다: 의료는 자본가의 특권인가, 시민의 권리인가? 그리고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미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블랙미러의 진정한 힘은 단순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있을 법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데 있다. "Common People"은 가난하고 순진한 부부가 자본주의에 잠식당한 의료기술로 목숨은 건졌지만, 그 기술 때문에 영혼 없는 삶이 되어버려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것이 단순한 픽션이 아닌 우리가 주의하지 않으면 마주할 수 있는 가능한 미래임을 경고한다. 이것이 바로 블랙미러 시리즈가 단순한 넷플릭스 대표 드라마를 넘어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사회적 비평 드라마로 필자가 평가하는 이유이다. (끝)

"치료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기술적介入은, 결국 인간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착취의 사슬로 이어졌다."

작성일 : 2025년 4월 20일

필자 홍지영(Amy Hutchinson)은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로서, 네바다주립대학교(UNLV)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문적 연구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융합한 독창적인 방법론을 통해, 한국인들의 초국가적 정체성과 문화적 통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