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OTT 시대에 맞는 콘텐츠의 표준 지표(Currency) 개발이 필요하다

유건식 | 전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미국의 방송·미디어 산업 관련 전문 분석 사이트이자 리서치 기관인 TVREV는 2025년 6월 14일 「커런시의 재해석: 스트리밍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Currency Reimagined: What Matters Most in the Age of Streaming)」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는 ‘커런시’는 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커런시라는 개념은 단순한 시청자 수나 노출 수와 같은 측정(measurement)개념을 넘어, 실제 광고 단가 책정, 콘텐츠 투자,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 지표를 의미한다. 즉, 기존의 콘텐츠 수용성 판단에 사용하던 단순한 데이터 제공에 그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TVREV는 이 보고서를 통해 스트리밍 시대에 미디어 거래와 측정 방식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 업계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방향,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혁신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과제들을 다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OTT 콘텐츠의 시청률 조사 방식 분석」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OTT 서비스들의 시청률 조사 방법을 정리한 바 있다. 본 글은 당시의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TVREV가 발표한 「커런시의 재해석: 스트리밍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 보고서를 요약하고,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커런시’ 개념이 어떻게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았다.

OTT 시대의 초창기에는 광고의 가치가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구독 모델이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이후 등장한 OTT 서비스들이 이를 앞다퉈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구독 모델은 광고 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므로, 시청 중 광고로 인해 흐름이 끊기는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요한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모든 비즈니스 모델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환경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월정액만 내면 광고 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조를 강점으로 내세워 홍보하던 넷플릭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OTT 서비스들도 광고 기반 모델(AVOD, Ad-Supported Video On Demand)을 도입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구독 기반 모델(SVOD, Subscription Video On Demand)보다 광고 기반 모델(AVOD)이 점차 대세가 되어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OTT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 방송 광고를 잠식하며 새로운 광고 플랫폼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의 교환 가치를 산출하는 지표인 ‘커런시(currency)’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커런시'란 ‘시청률’, ‘시청자 수’, ‘화제성 지수’ 등을  포함한 콘텐츠의 가치를 판단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스트리밍 시대, 커런시는 단순한 시청률을 넘어 미디어 생태계의 가치와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
  1. <Currency Reimagined> 보고서 요약: 스트리밍 시대의 커런시를 다시 묻다

서론, ‘무엇이 중요한가를 다시 생각하다’. “커런시”는 가치, 전달,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업계의 공통된 이해를 의미한다. 선형 TV 시대에는 단일 패널, 단일 시청률, 단일 표준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광고 거래를 좌우했다. 그러나 스트리밍 시대에는 시청자가 플랫폼, 기기, 포맷 등으로 분산되면서 기존의 단일 기준이 무력화되었다. 따라서 커런시는 이제 단순한 매매 수단을 넘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생태계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한 지표 체계로 재정의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더 스마트하고 유연한 시스템의 구축이 요구된다.

“커런시의 재정의: 분산된 스트리밍 생태계 속, 가치 판단의 새로운 기준”

제1장, ‘시청률에서 적합성으로 – 커런시의 역사’. “측정(measurement)”은 시청자의 이해, 캠페인 기획, 최적화, 성과 분석 등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이고, "커런시"는 실제 거래에 사용되는 합의된 지표(예: 시청률, 노출수 등)로, 가격과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과거에는 닐슨 패널 기반 단일 시청률(GRP, Gross Rating Point)이 업계 표준이었다. 모두가 동일한 기준을 사용해 예측 가능성과 신뢰, 효율성이 높았다. 데이터의 완벽함보다 "합의"가 더 중요했고, 불완전한 데이터도 표준화 덕분에 수용 가능했다. 단일 기준은 대표성 부족, 투명성 결여, 유연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지만, 업계내 신뢰와 효율성은 유지됐다. 그러나 스트리밍 시대에 들어서면서 측정과 커런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양한 데이터들이 혼재되기 시작했다.

“단일 시청률에서 벗어나, 다원적 기준이 요구되는 커런시의 시대”

제2장, ‘단일 기준(one-size fits)’에서 유연한 프레임워크로’. 스트리밍 시대의 시청자들은 더 이상 시간표, 채널, 기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특히 퍼포먼스 마케팅에 주력하는 광고주들은 앱 설치, 매출 등 실질적 성과 지표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기존 TV 기반 커런시 모델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동시에 브랜드 광고주들 또한 단순 시청률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 지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최신 측정 도구들이 실시간 노출, 주목도, 성과를 측정하지만, 실제 거래는 여전히 전통적 커런시 기준에 머문다. 이처럼 측정과 거래의 괴리로 인해 업계 전반에 불만과 혁신 저해가 발생한다. 이에 일부 선도 기업들은 캠페인 목적에 따라 다양한 커런시와 지표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여러 측정 소스를 통합하고, 다양한 거래 방식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

"측정은 진화했지만 거래는 멈췄다 – 유연한 커런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

제3장, ‘변화의 장애물과 극복 방안’. 스트리밍 시대에 맞는 새로운 커런시 체계로 전환하는 데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오랜 기간 단일 기준에 익숙해진 업계의 관성, 조직 구조, 구식 소프트웨어, 수동적 업무 방식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다양한 커런시 지표들을 통합하고 비교·분석해야 하는 기술적, 실무적 복장섭의 증대 등도 변화의 걸림돌이다. 특히 매체(퍼블리셔)들은 커런시 변화가 수익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지표 도입될 경우 콘텐츠 가치가 저평가되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와 매체 모두의 동참이 필요하다. 아울러 개인정보 보호 규제, 데이터 이동성 제한 등도 통합 측정 시스템 구축의 현실적 장벽으로 지적된다.

“커런시 전환은 업계의 동참과 변화를 통해”

제4장, ‘더 스마트하고 유연한 미래를 위한 커런시 재고’. "커런시"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정확한 의미에 대한 혼란이 커졌다. 따라서 거래 지표(커런시), 최적화 지표(측정), 내부 벤치마크 등 목적에 따라 지표들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커런시를 단일 기준으로 고정하지 않고, 캠페인 목적에 따라 다양한 지표와 시스템을 유연하게 적용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매체는 노출, 성과, 주목도 등 광고주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거래 및 리포팅이 가능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물론 여러 커런시가 존재하면 캠페인 성과 측정의 어려움이나 상이한 플랫폼의 광고 단가 비교의 비효율과 혼란이 우려된다. 하지만 공통 표준과 상호운용성이 보장된 올바른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오히려 효율성과 정밀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기준을 연결하고 비교할 수 있는 유연한 프레임워크의 구축이다.

“다양한 커런시를 연결하는 유연한 프레임워크가 핵심.”

제5장, ‘표준, 인증, 협업의 역할’. 시청률 인증기관(MRC, Media Rating Council)의 인증은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제3자 인증은 데이터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검증하며, 이는 혁신의 기반이 된다. 이제 단일 지표가 아니라, 지표 생성·적용 방법론, 신원 해석, 중복 제거 방식 등을 아우르는 "공통의 틀"이 필요하다. 현재 OpenAP, JIC 등 공식·비공식 협의체를 중심으로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플랫폼, 매체, 광고주 등 이해관계자가 협력하여 데이터, 신원(identity), 투명성의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폐쇄적 생태계는 전체 생태계의 신뢰와 효율성을 저해하며, 앞으로는 협업과 투명성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공통기준에 따른 지표를 투명하게 산출할 구조의 필요성”

제6장, ‘AI, 신원, 프라이버시 – 측정의 미래’. AI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 최적화, 예측 모델링 등으로 캠페인 성과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AI는 데이터 품질, 투명성, 상호운용성이 전제되어야 진가를 발휘한다. 쿠키 폐지, IP 추적 제한 등으로 광고 노출과 행동간의 연결이 어려워지면서, 신원 해석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이용자 기대치가 높아지며, 데이터 수집·활용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벽한 정밀성보다는 지능적 근사치, 동의 기반 데이터, AI 기반 모델링이 대안으로 부상한다. 노출 여부만으로 광고 효과를 설명하기 어려워지며, "주목도(Attention)"가 중요한 성과 지표로 부상한다. 특히 주목도는 광고 품질, 프리미엄 인벤토리(Premium Inventory)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시대, 광고 측정의 새 기준으로서 신원 해석과 주목도”

제7장, ‘앞으로 필요한 것들’. 광고주(buyers)를 위한 제언은 목표에 맞는 성과 지표를 명확히 요구하고, 투명한 데이터와 실시간 최적화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크리에이티브의 주목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체·퍼블리셔(sellers)를 위한 제언은 다양한 커런시와 측정 파트너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성과 중심 데이터 활용에 집중해야 한다. 상호운용성, 투명성, 표준 준수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산업계를 위한 제언은 단일 표준이 아닌, "스마트하고 유연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데이터, 신원, 투명성, 협업의 기반 위에서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광고주-퍼블리셔-산업계의 역할”

결론, ‘더 스마트한 시스템을 위한 길’. 커런시의 다원화는 혼란이 아니라, 복잡해진 미디어 환경에 맞춘 진화의 결과이다. 단일 수치의 시대는 끝났고, "공통의 원칙"과 "유연한 인프라"가 새로운 신뢰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제 업계는 "누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스마트하고 의미 있는 거래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커런시의 다원화는 혼란이 아니라, 진화”

2. <커런시의 재해석>: 스트리밍 시대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OTT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콘텐츠 소비에 대한 데이터를 측정하기가 어려워졌다. 미국의 경우 닐슨(Nielsen)이 2021년 5월부터 지상파, 케이블, 스트리밍의 시청 데이터를 조사하여 발표하기 시작했고, 2025년 1월에는 시청률 조사 인증기관(MRC)의 인증을 받았다. 닐슨의 전국 TV 빅데이터 세트에는 약 4,500만 개의 빅데이터 가구와 Comcast, Dish, DIRECTV, Roku, Vizio의 7,500만 개의 디바이스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약 42,000가구의 101,000명으로 구성된 패널을 기반으로 한다.

스트리밍의 시청 시간 점유율이 26%에서 시작하여 2025년 5월 44.8%까지 꾸준히 증가하여 4년 만에 무려 18.8%가 상승했다. 반면, 케이블은 39%에서 24.1%로 14.9%가 하락하고, 지상파는 25%에서 20.1%로 4.9%가 떨어졌다.

출처: The Garage 자료 종합 정리.

미국에서는 닐슨이 플랫폼별 이용 데이터뿐 아니라 스트리밍(시청시간 기준)과 방송(시청자수 기준) 콘텐츠의 Top 10 순위도 주기적으로 발표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의 성과에 따른 가치를 동일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한편 영국은 시청률조사기관 바브(BARB)가 방송사, VOD, 비디오 공유 플랫폼으로 구분하여 TV, PC,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시청한 시간을 세분하하여 발표한다. 2025년 5월 기준, 영국인의 하루 평균 총 시청 시간은 222분이며, 이 중 방송이 133분, VOD가 39분, 비디오 공유 콘텐츠가 51분을 차지한다. 시청 기기별로는 TV 182.6분, 스마트폰 23.7분, PC 8.5분, 태블릿 7.6분으로 TV가 82.2%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2025년 5월 기준, 플랫폼별 1일 평균 시청시간은 BBC가 43분 25초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ITV 26분 56초, 넷플릭스 20분 55초, SKY 14분 17초, 채널4 13분 33초, 채널5/파라마운트 9분 47초, 디즈니플러스 8분 3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8분 2초순으로 나타났다.

2025년 6월 2일부터 8일까지의 주간 시청자 수 Top 50순위에 따르면, BBC의 <Race Across the World>가 605만 명의 시청자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Clarkson’s Farm> 시즌4 7회가 494만 명으로 2위, 8회가 462만 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해당 주간 Top 50 목록에 단 한 편도 포함되지 못했다.

표 . 미국 방송 및 스트리밍 주간 Top 10(2025.5.12.-18 기준)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개인 타겟팅 광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맥 관리 앱인 링크드인(Linkedin)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광고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로쿠(Roku), 훌루(Hulu), NBC유니버설(NBCUniversal)과 파트너십을 맺고 커넥티드 TV 플랫폼에서도 오디언스를 타깃으로 정밀 타겟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링크드인은 시청률 조사 회사 iSpot.tv과 협력하여 CTV(Connected TV) 캠페인의 성과를 독립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TV 광고의 연령·성별 중심 지표 대신, 직책·의사결정권 등 B2B 마케터가 실제로 중시하는 세분화된 오디언스 타게팅을 구현하고 있다. 실제로 링크드인의 CTV 캠페인은 리니어 TV 대비 4.3배 더 효과적이고, 도달 이용자의 71%가 신규 이용자이다.

또한, 캠페인의 핵심 목표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 지표, 즉 커런시를 더욱 정교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브랜드 광고주의 경우에는,  단순히 많은 사람에게 광고가 노출되었다는 '도달률'을 넘어, 시청자가 광고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보여주는 ‘주목도(Attention)’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콘텐츠에 광고가 노출되었음을 보장하는 ‘브랜드 적합성(Brand Suitability)’ 같은 질적 지표를 핵심 커런시로 요구하고 그 가치를 측정해야 한다. 반면 앱 설치나 매출 증대 등 직접적인 성과를 원하는 퍼포먼스 광고주의 경우에는 시청 데이터가 실제 비즈니스 성과(웹사이트 방문, 회원가입, 구매 전환 등)와 어떻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성과 기반 커런시’가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전환 데이터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성과를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과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림 . 미국 넷플릭스의 라이센스 대 오리지널 수요 성장률

OTT 시대의 커런시는 광고 거래를 넘어, 플랫폼의 생존을 좌우하는 ‘콘텐츠 투자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역할이 확장된다. 오리지널 제작, 외부 수급, 시즌 연장 여부 등 모든 판단 공정에 저마다의 커런시가 적용된다.

패럿 애널리틱스(Parrot Analysis)의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의 성장 동인’은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라이선스 콘텐츠였다. 2024년 3분기에 넷플릭스의 라이선스 톱10 타이틀의 수요가 오리지널 톱10보다 43%가 높고, 전체는 107%나 높다. 이는 라이선스 콘텐츠가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신규 구독자 증가에 두 배 더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9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어떤 콘텐츠가 ‘신규 구독자 획득’이라는 비즈니스 목표에 더 효율적인 '커런시'로 작동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이처럼 OTT 플랫폼들은 단순히 ‘총 시청 시간’이라는 단일 지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청 완료율’, ‘가성비’, ‘구독 유지 기여도’ 등 다양한 내부 커런시를 활용해 콘텐츠의 효과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패럿 애널리틱스는 〈오징어게임〉이 시즌5까지 제작될 경우, 누적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즌1은 2.53억 달러, 시즌2 1.5억 달러, 시즌 3~5 4.5억 달러 등이다.

3. 맺으며

시청률이나 시청자수, 화제성 등은 콘텐츠의 성과를 측정(measurement)하는 지표이다. OTT가 출현하기 전에는 시청률이 광고를 집행하는 지표로서 커런시(currency)의 역할을 했다. 디지털 및 OTT 시대가 되면서 미디어 시장은 시청률이라는 단일 기준을 넘어 다양한 결과들이 각각 적용되는 적용되는 멀티 커런시 시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광고 거래 현장에서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광고주와 대행사는 캠페인 목표에 따라 TV 시청률(GRP), 디지털 노출 수, 동영상 조회 수, 주목도(Attention), 실제 구매 전환율 등 파편화된 지표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처럼 각기 다른 기준을 어떻게 동등하게 비교하고 예산을 배분하며, 캠페인 종료 후 어떻게 통합적인 성과(ROI)를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실무적 복잡성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닐슨과 iSpot.tv 등이 통합 측정의 대안을 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종합적으로 시청 데이터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기관이나 회사가 없다. 다만, 닐슨이 피플미터를 설치하여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면 보다 정교한 콘텐츠에 대한 지표가 나올 것이고, 모든 플랫폼에서 향유되는 콘텐츠에 대한 콘텐츠 소비 양태를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도출되는 커런시가 광고 투자뿐 아니라,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라이센싱할지에 대한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 지상파의 가장 큰 단점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는 점인데, 멀티 커런시를 통해 투자의 효율을 높여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스트림TV 쇼에서 알란 워크(Alan Wolk)는 현재 미디어 산업이 '정체성 위기'와 '대전환'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의 교훈을 재해석하고, 알고리즘이나 숏폼 콘텐츠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기업만이 미래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미디어 산업의 변화에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이렇게 되려면 현재 지상파TV, 케이블TV, IPTV, OTT, 인터넷 등으로 분할되어 있는 시장을 통합하는 투명한 데이터 산출이 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효율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청 데이터가 진정한 커런시로 작용할 수 있다. (끝)


필자 유건식은 KBS America 대표, 공영미디어연구소장, 드라마국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대학원 초빙교수, 문화체육관광부 리더스포럼 위원, 한국OTT포럼 부회장, <미디어오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성균관 스캔들>, <학교 2013> 등을 프로듀싱하였고, <굿닥터>를 미국 ABC에 리메이크(시즌7) 시켰다. 『미드와 한드, 무엇이 다른가』(2013, 세종학술상), 『넷플릭소노믹스』(2019, 방송학회 저술상),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공저, 2022, 세종학술상), 『OTT 트렌드 2025』(2024, 형설EMJ) 등 다수의 저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