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프 강연] “AI 웹툰 시대의 문을 열다”… 유건식 박사, ‘이현세 AI 프로젝트’ 강연 성황


KOCAF(코카프)가 11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제11회 정기포럼 북콘서트를 열고, K콘텐츠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한 대담을 진행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유건식 박사가 『이현세, AI로 영생하다』를 중심으로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AI 웹툰 시대의 가능성과 윤리를 짚었다. 그는 AI가 창작자를 대체하지 않고 새로운 협업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 고삼석 박사는 『넥스트 한류』를 기반으로 K콘텐츠의 글로벌 전략과 ‘공유형 한류’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AI·OTT·정책·창작 생태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논의를 이끌며 참석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유건식 박사는 거장 이현세 작가와 함께한 ‘이현세 AI 프로젝트’의 전체 과정을 공개했다. 프로젝트는 작가의 4,174권 작품을 AI가 학습하는 작업에서 출발했다. 유 박사는 기존 웹툰 제작 공정과 AI 기반 제작 방식을 비교하며 “AI는 그 자체로 만화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의 손길을 재구성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18p). 특히 <카론의 새벽> 리메이크 과정은 캐릭터 재해석, 배경 현대화, 이미지 생성 후 리터칭 등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다(20–25p).

이현세 작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경도 소개됐다. 그는 “내가 죽어도 까치와 엄지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곧 영생”이라며 캐릭터의 지속성을 위한 실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14p). 유 박사는 이를 “창작자의 철학과 AI 기술이 만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강연은 AI 시대 창작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유 박사는 안창욱 교수의 “AI는 소금처럼 쓰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AI는 적절히 활용할 때 창작 능력을 확장시키지만, 과도하면 사고력을 약화시킨다”고 강조했다(35p). 이어 “AI는 수행하는 존재이며,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는 이현세 작가의 발언을 소개하며 인간 고유의 창작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36p).

마지막으로 그는 ‘캔타우로스형 인재’ 개념을 거론하며 AI의 연산 능력 위에 인간의 감성·판단을 결합하는 것이 미래 창작자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정리했다.  이번 강연은 AI 도입이 창작자를 대체할지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한국 웹툰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흡수하며 변화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한 자리였다.

유건식 박사(좌)와 정길화 KOCAF 회장(우)
이날 강연회 전에 저자 사인회가 있었다

“영생하는 캐릭터”를 향한 실험… 4,174권을 학습한 AI

강연의 핵심은 거장 만화가 이현세 작가와 협업한 ‘이현세 AI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는 작가가 1970년대 이후 발표한 총 4,174권의 작품을 AI가 학습하면서 시작됐다. 유건식 박사는 기획·콘티·이미지 생성·리터칭·후가공까지 전 공정을 공개하며, AI 웹툰 제작이 기존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 분석했다.

이현세 작가는 왜 AI 실험을 결심했을까?
유 박사는 강연에서 작가의 말을 직접 전했다.

“내가 죽어도 까치·엄지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바로 영생 아닌가.”

캐릭터가 시대를 넘어 살아남기 위한 고민이 AI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AI가 그린 ‘카론의 새벽’… 리메이크 과정 전격 공개

강연에서는 대표작 〈카론의 새벽〉 AI 리메이크 과정이 상세히 소개됐다. 주인공 오혜성의 이미지 재해석, 배경 현대화, 클럽 장면 추가 등 AI 활용 리메이크의 성과와 시행착오가 생생하게 공개됐다.

특히 AI 이미지 생성 이후

인물·배경 리터칭

말풍선·효과음 후가공 등 인간 편집자의 역할이 여전히 거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 박사는 “AI가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손길이 들어갈 지점이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웹툰 산업의 미래: ‘AI는 소금처럼 써라’

강연 후반부에서 유 박사는 웹툰·콘텐츠 산업이 AI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통찰을 제시했다. 안창욱 교수의 표현을 빌려 “AI는 소금이다. 꼭 필요하지만, 과하면 해롭다.”라는 비유를 소개하며, AI 활용의 핵심은 창작자의 ‘전략적 사용 능력’임을 강조했다.

이현세 작가 역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소개됐다.

“AI는 수행하는 존재이고,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나는 미래에도 인간이 AI를 지배하는 세상이길 바란다.”

전혜정 교수는 “AI는 모든 지식을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는 존재”라고 규정하며, 인간이 예술을 하는 이유는 “살아남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AI는 위협이 아닌 ‘조력자’… 인간·AI 공존 모델 제시

유 박사는 최신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인재상—‘캔타우로스형 인재’를 소개했다. 이는 AI의 정보력 위에 인간의 감성과 판단을 결합하는 창작자의 미래 모델이다.

또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을 인용하며 “AI를 통해 인간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AI의 효율을 넘어설 수 있는 인간적 역량을 갖출 때,
AI는 비로소 충실한 조력자가 된다.”


한국 웹툰 산업의 미래를 향한 질문

유건식 박사의 강연은 단순히 기술 소개를 넘어, “AI 시대의 창작이란 무엇인가?”, “AI는 웹툰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남겼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AI를 거부할 수 없다면, 창작자가 먼저 방향을 정해야 한다.”

AI 시대, 웹툰 창작의 미래가 완전히 열리기 전 지금이야말로
한국 콘텐츠 산업이 가장 깊게 고민해야 할 시기임을 보여준 강연이었다. (끝)


이날 강연회와 송년회를 곁들인 자리에서는 정길화 회장 300만원, 조한선 감사 100만원, 김경희 부회장 20만원 등 따뜻한 발전기금이 잇따라 전달됐다. KOCAF는 “후원은 재정 이상의 격려이며, 한국 콘텐츠 생태계 발전에 책임감 있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류의 기술적·문화적 진화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마무리 행사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