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플랫폼 시대의 원천 IP: 웹툰이 만드는 K-콘텐츠 생태계와 지속가능성---①

박승룡  | 전 KOCCA 인도비즈니스센터장


21세기는 플랫폼의 시대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보여주듯, 플랫폼은 단순히 콘텐츠를 유통하는 창구를 넘어 경제 생태계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웹툰 산업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로 성장하며, 이제는 글로벌 K-콘텐츠의 최전선에 서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웹툰이 단순한 만화 장르가 아니라 한국 콘텐츠산업 전체를 지속 성장시킬 수 있는 ‘스토리의 저수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드라마, 영화, 게임, 공연 등 다양한 장르가 웹툰 IP에서 출발해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곧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천 자산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가능성이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산업 간 협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창작자 권익 보호, 저작권 제도 정비, 글로벌 진출 지원, 금융·투자 활성화 등 다각적 접근 없이는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 글은 플랫폼 시대의 경제구조 속에서 웹툰이 어떤 산업적 의미를 가지는지 분석하고, 나아가 웹툰을 콘텐츠산업의 원천 IP 저수지로 규정하며, 그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정책·산업적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제1장 웹투노믹스와 플랫폼 경제

1.
망가노믹스(Manganomics)의 배경과 의의

20세기 일본의 만화 산업은 단순한 오락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 거대한 문화경제 시스템으로 성장했다. 특히 1970~1990년대에 걸쳐 <주간 소년 점프>, <주간 소년 매거진>과 같은 대형 만화 잡지는 매주 수백만 부가 발행되며 ‘국민 잡지’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당시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등은 단순한 만화책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극장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캐릭터 상품·비디오게임·광고 캠페인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확장 구조는 만화 한 작품이 문화 전반과 산업 전반을 움직이는 ‘경제적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일본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망가노믹스(Manganomics)’라 명명하며 분석해왔다. 망가노믹스의 핵심 특징은 두 가지였다. 첫째, 내수 기반의 대규모 소비였다. 잡지와 단행본이 국민적 차원에서 소비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형성했다.

둘째, 이를 토대로 한 수직적 확장 구조였다. 원작 만화 → 애니메이션 → 게임 → 머천다이징으로 이어지는 파생 산업은 일본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주었고, 결과적으로 만화는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망가노믹스는 단일 창작물이 어떻게 산업 생태계 전체를 견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20세기형 문화산업 모델이었다. 다만 이 모델은 종이 잡지를 매개로 한 내수 중심 구조였다는 점에서, 이후의 디지털 플랫폼 기반 확산 모델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2.
웹투노믹스(Webtoonomics)의 부상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등장한 웹툰은 일본 만화의 성공 모델을 계승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라는 새로운 토양에서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가 무료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 읽기 문화’가 형성되었다.

스마트폰 대중화가 이 흐름에 불을 붙였다. 웹툰은 출퇴근길, 등하굣길, 일상적 휴식 시간에 모바일로 즐기는 가볍고 즉각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후 플랫폼은 웹툰을 단순한 무료 서비스에서 다각적 수익 모델로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방식이 ‘쿠키 결제’·‘미리보기’와 같은 유료 모델과 광고 기반 수익 구조였다. 독자들은 일정 금액을 지불해 최신화를 먼저 보거나 광고를 제거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택했고, 이는 곧 웹툰 산업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정착했다.

더 나아가 웹툰은 드라마·영화·게임·웹소설로 확장되며 산업적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산업 규모의 성장 속도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한국 웹툰 시장은 2015년 5,800억 원에서 2023년 2조 1,890억 원으로 불과 8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다. 단순한 소비재 차원을 넘어, 웹툰은 스토리 기반 지식재산(IP)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3.
망가노믹스와 웹투노믹스의 공통점과 차이

망가노믹스와 웹투노믹스는 모두 창작물이 IP로서 축적되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며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성장 기반, 유통 구조, 글로벌 확산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기반 매체의 차이가 뚜렷하다. 망가노믹스는 20세기 일본의 종이 만화 잡지를 토대로 성장했다. <주간 소년 점프>와 같은 잡지는 1990년대 중반 발행 부수가 600만 부를 넘어서며, 국민 대다수가 만화를 읽는 환경을 만들었다. 즉, 물리적 인쇄와 대규모 유통망이 망가노믹스의 출발점이었다. 반면 웹투노믹스는 인쇄 매체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등장했다. 네이버·다음 포털이 무료 웹툰을 서비스하고, 이후 유료 결제·정기 구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성장 경로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 만화는 내수 시장에서 대중적 기반을 다진 뒤, 애니메이션 수출을 통해 서서히 해외 시장으로 확장했다. 반면 한국의 웹툰은 처음부터 글로벌을 지향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플랫폼 자체를 북미·동남아·유럽으로 확장하며, 현지 언어 서비스와 번역을 통해 빠르게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확장 산업의 범위 또한 다르다. 망가노믹스의 파생 산업은 주로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으로 집중되었다. 일본은 캐릭터 머천다이징과 콘솔 게임 산업을 결합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반면 웹투노믹스는 드라마, 영화, 웹소설, OTT 스트리밍까지 확장 폭이 넓다.

예컨대 <이태원 클라쓰>와 <스위트홈>은 드라마로 제작돼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성공했고, <유미의 세포들>은 굿즈·모바일 게임으로 이어졌다. 한국 웹툰의 IP 활용은 훨씬 더 멀티미디어적이고 다층적이다.

소비 방식의 차이점도 존재한다. 일본 독자들은 잡지를 서점에서 구매하거나 정기 구독해 작품을 접했다. 반면 한국 독자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웹툰을 소비한다. 댓글·좋아요·별점과 같은 참여형 소비가 보편화되었으며, 이는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과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맞춤형 소비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효과와 시대적 배경에서의 차이가 크다. 망가노믹스는 20세기 산업화와 내수 소비 확산의 산물이었다. 반면 웹투노믹스는 21세기 디지털 네트워크와 글로벌 플랫폼 경제라는 맥락에서 작동한다. 즉, 망가노믹스가 일본의 내수 경제와 사회문화적 토대에 깊이 뿌리내린 모델이었다면, 웹투노믹스는 태생부터 국경을 넘어서는 플랫폼 기반 글로벌 모델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웹툰이 단순히 일본 만화의 뒤를 잇는 존재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서 플랫폼 경제의 논리와 디지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 진화된 문화경제 시스템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구분

망가노믹스(Manganomics)

웹투노믹스(Webtoonomics)

기반 매체

종이 잡지 (주간 소년 점프 등)

디지털 플랫폼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성장 구조

내수 기반 점진적 해외 확산

초기부터 글로벌 플랫폼 중심 확장

주요 확장 산업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드라마, 영화, 게임, 웹소설, 글로벌 스트리밍

소비 방식

오프라인 구매·구독

스마트폰 기반 실시간·정기 구독

경제 효과

일본 내수 문화·산업 융합

한국 콘텐츠산업의 스토리 저수지역할

시대적 배경

20세기 산업화·내수 성장

21세기 디지털·플랫폼 경제

4.
웹툰 플랫폼의 양면시장 구조

웹툰의 산업적 위상을 이해하려면 플랫폼 경제의 양면시장(two-sided market)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 1 웹툰 플랫폼의 양면시장 구조 - 이 다이어그램은 웹툰 플랫폼이 단순히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다층적 네트워크를 통해 산업 전반의 가치를 창출하는 허브임을 보여준다.

웹툰 플랫폼은 작가(공급자)와 독자(소비자)를 연결하는 동시에, 광고주·IP 투자사·글로벌 유통사와도 결합하여 다면적 상호작용 구조를 만든다. 이 구조 속에서는 네트워크 외부성이 작동한다. 독자가 많아질수록 작가가 유입되고, 작가가 늘어날수록 독자 만족도가 상승하며, 이는 다시 독자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웹툰 플랫폼의 양면시장 구조에 대해서는 제 3장에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본다.

제2장. 웹툰의 경제 생태계와 IP 저수지로서의 역할


1.
웹툰 산업의 경제적 파급력

웹툰은 한국 콘텐츠산업 내에서 단순히 새로운 장르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독립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약 5,8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2023년 기준 2조 1,890억 원에 도달하며, 불과 8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콘텐츠 소비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스마트폰 보급·플랫폼의 글로벌 확장·IP 자산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성장세는 곧바로 고용 창출 효과로 이어졌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는 약 6천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을 지원하는 편집자·기획자·콘텐츠 매니저·플랫폼 운영자 등 직접 고용 인력이 약 1만 명 수준에 이른다.

특히 웹툰 제작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컬러링·콘티 작업·후보정 등은 소규모 외주 인력을 대거 흡수하며, 청년 창작자와 프리랜서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웹툰은 드라마·영화·게임·머천다이징 같은 2차 파생 산업으로 확산되며 간접 고용을 확대한다. 예컨대 웹툰 원작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무빙>은 영상 제작 인력과 VFX 스튜디오, 마케팅 인력을 수천 명 단위로 고용했다.

또한 <유미의 세포들>과 같은 작품은 캐릭터 굿즈, 모바일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되면서 제작사·유통사·광고 대행사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처럼 파생 산업까지 고려했을 때, 웹툰은 약 3만 명 이상의 간접 고용 효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파급력 또한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웹툰 기반의 파생 산업 규모는 약 6조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원작 IP 활용에 국한되지 않고, 관광·출판·광고·뷰티·패션 등 인접 산업과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컨대 <여신강림>은 드라마화와 더불어 화장품·패션 브랜드와 협업하여 아시아 시장에서 K-뷰티와 연결되었고, <신과 함께>는 영화 흥행을 기반으로 VR 체험관, 테마파크 콘텐츠로 확장되며 관광 산업까지 파급 효과를 미쳤다.

결국 웹툰 산업은 ▲콘텐츠 매출(2조 원 이상) ▲직접 고용(1만 명 규모) ▲간접 고용(3만 명 규모) ▲파생 산업 효과(6조 원 규모)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한국 경제와 문화산업의 중요한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항목

수치

비고

시장 규모

21,890억 원

국내 기준

직접 고용

1만 명

작가·편집·기술직

간접 고용

3만 명

영상·게임·출판·광고

파생 산업 규모

6조 원

드라마·영화·머천다이징 포함

원작 웹툰

파생 콘텐츠

성과

신과 함께

영화

관객 1,400만 명, 매출 1,000억 원 이상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

넷플릭스 글로벌 1, 수출액 다수

스위트홈

드라마(넷플릭스)

글로벌 흥행, 시즌2 제작

유미의 세포들

드라마·머천다이징

굿즈 판매, 모바일 게임 출시

여신강림

드라마·뷰티 협업

아시아권 뷰티·패션 시장 확산

2.
경기 변동과 소비 패턴 변화

웹툰은 경기 상황에 따라 소비 패턴이 달라지는 흥미로운 특성을 가진다. 경제 불황기에는 영화·공연과 같은 고비용 여가 활동을 대체하는 저비용 대체재로 소비가 증가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웹툰은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소비와 맞물려 폭발적 성장을 경험했다.

그림2. 경기 상황에 따른 웹툰 소비 패턴 변화

반대로 경제 호황기에는 독자들의 프리미엄 소비 성향이 강화되며, 정액 구독 모델이나 고부가가치 웹툰 소비가 늘어난다. 이는 웹툰이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소득 증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정상재(normal goods)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구조는 웹툰 산업이 외부 충격에 비교적 강인한 내성을 가지면서도, 호황기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기술 발전과 웹툰 제작·유통 혁신

웹툰 산업은 태생부터 디지털 기술과 맞닿아 있으며,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성장해왔다. 단순히 작가 개인의 창작 역량에 의존하던 초기 단계와 달리, 현재는 AI·클라우드·빅데이터·블록체인 같은 첨단 기술이 제작과 유통 전반에 결합되어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무엇보다 AI 기술의 도입은 창작 과정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과거에는 콘티(컷 분할) 작업이나 배경 채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최근에는 AI 기반 콘티 자동 생성 툴이 작가의 기본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해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세부 연출이나 대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작품 완성도와 창의성이 동시에 향상되었다. AI 자동 채색 프로그램 또한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예전에는 채색 보조 인력을 고용해야 했던 작업이 AI의 도움으로 수 시간 내에 가능해지면서, 인건비 절감은 물론 신인 작가들에게도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클라우드 협업 시스템은 웹툰 제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과거에는 작가와 보조 인력이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작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클라우드 기반 툴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화가가 한국에서 콘티를 완성하면, 채색 보조 인력이 동남아시아에서 같은 파일을 열어 실시간으로 채색을 진행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제작 협업을 가능케 하고, 시차를 활용한 24시간 무중단 제작 시스템을 구현하는 기반이 된다.

유통 측면에서는 빅데이터 큐레이션과 추천 알고리즘이 독자 경험을 혁신시켰다. 플랫폼은 이용자의 성별, 연령, 선호 장르, 과거 열람 기록 등을 분석하여 작품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덕분에 독자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플랫폼은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결제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모두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한 이후, 하루 평균 이용자 체류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곧 창작자에게 더 많은 독자 노출과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저작권 관리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웹툰은 디지털 파일 형태로 손쉽게 복제·배포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유통 문제가 산업 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각 작품에 고유의 디지털 지문을 부여하고,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 있어 불법 복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작품의 수익이 작가·플랫폼·투자자 사이에서 자동으로 분배되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 투명한 수익 구조를 보장한다.

이처럼 기술 혁신은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편의성 제고에 머물지 않는다. 창작자에게는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줄여 창의적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독자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더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동시에 산업 차원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웹툰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즉, 웹툰 산업의 성장은 스토리와 창작력이라는 원천 자산 위에, 첨단 기술의 결합이라는 또 다른 축이 얹혀 만들어낸 결과다. 향후 AI와 데이터, 블록체인의 발전이 더욱 심화될수록, 웹툰은 단순한 디지털 만화를 넘어 차세대 문화기술의 융합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

재작 효율

독자 경험

저작권 관리

AI 자동 콘티/채색

콘티·채색 시간 단축,

인건비 절감

더 빠른 연재 주기,

높은 완성도

창작 과정 데이터 기록 가능

클라우드

협업 시스템

글로벌 원격 협업 가능, 24시간 제작 사이클

다양한 작품 공급,

장르적 선택지 확대

작업 이력 관리 및 버전 추적

빅데이터 큐레이션/추천

작가 작품 노출 확대,

창작 기회 증가

맞춤형 추천 체류시간·결제 전환율 증가

데이터 기반 이용 패턴 분석

블록체인

저작권 관리

수익 분배 자동화,

불법 복제 방지

합법적 소비 환경, 신뢰도 제고

블록체인 기반

추적·스마트 계약 적용

4.
웹툰, 스토리 저수지에서 글로벌 자산으로

웹툰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단순히 한 장르의 디지털 만화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콘텐츠산업 전체의 스토리 저수지(reservoir of story)로 기능한다는 데 있다. 오늘날 한국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수의 성공작들이 원작 웹툰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서 살펴본 <신과 함께>,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유미의 세포들> 등이 좋은 사례이다.

이러한 흐름을 도식적으로 보면 [웹툰 원작] → [드라마·영화·게임·뮤지컬] → [머천다이징·글로벌 수출·투자자산화]라는 구조로 정리된다. 즉, 웹툰은 한국 콘텐츠산업에서 스토리 발굴과 확장의 출발점이자, 다양한 파생 산업으로 확산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웹툰이 단순히 서사 자원에 머무르지 않고, 지식재산(IP)으로서의 자산화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웹툰은 장기간의 연재를 통해 캐릭터와 세계관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팬덤을 형성한다.

이렇게 축적된 IP는 곧 브랜드 자산이 되어 2차·3차 산업으로 확장되며, 금융적 가치까지 인정받는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기업가치를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는데, 그 근거는 바로 플랫폼이 보유한 방대한 IP 풀(pool)이었다. 이는 개별 웹툰이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투자자산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웹툰은 ▲스토리 저수지로서 한국 콘텐츠산업에 끊임없는 원천을 공급하고, ▲IP 자산화 과정을 통해 산업적·금융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엔진으로 기능한다. 한국 콘텐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지탱하는 힘이 바로 웹툰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2편에서 계속)

필자 박승룡은 한국일보 기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사업본부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한국 콘텐츠산업에 관한 국제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생각하는 힘'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편 글로 바로가기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