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플랫폼 시대의 원천 IP: 웹툰이 만드는 K-콘텐츠 생태계와 지속가능성---②

웹툰은 더 이상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문화산업의 핵심 엔진으로 부상했다. 플랫폼 기반의 성장과 네이버·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을 통해 스토리 자원을 IP로 확장하며, 드라마·영화·게임 등으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창작자 격차, 불법 복제, 독과점 문제 등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 향후 AI·블록체인 같은 신기술 도입과 정책적 지원이 병행될 때 웹툰은 콘텐츠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Bluedot Admin

박승룡  | 전 KOCCA 인도비즈니스센터장


제3장 플랫폼 시대의 웹툰 산업 구조

1.
플랫폼 기반 양면시장의 작동 원리

웹툰 산업의 본질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플랫폼 경제학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 구조에서 비롯된다. 한쪽에는 작가·제작사와 같은 콘텐츠 공급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독자·소비자가 있다. 플랫폼은 이 양측을 매개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그 과정에서 네트워크 효과와 교차보조라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강하게 작동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네트워크 효과는 웹툰 플랫폼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 그 자체로 서비스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독자가 많아질수록 댓글과 공유, 팬덤 활동이 활발해지고 작품에 대한 화제성이 증폭된다. 이는 다시 새로운 독자 유입으로 이어져 일종의 자기증폭적 순환 구조를 만든다.

독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작가와 제작사에게도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더 많은 독자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새로운 창작자의 유입을 자극하고, 작품 수와 장르적 다양성이 확대된다. 그 결과 독자는 더욱 풍부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이는 다시 독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이렇게 양방향으로 강화되는 네트워크 효과는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경쟁자를 압도하는 독점적 지위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

웹툰 플랫폼의 수익 구조를 떠받치는 또 다른 핵심은 교차보조 전략이다. 교차보조란 한쪽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다른 쪽에 혜택을 제공하여 전체 생태계를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웹툰 플랫폼의 경우 초기에는 많은 작품이 무료로 공개된다. 이는 광고 수익으로 일정 부분 비용을 충당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독자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무료로 유입된 독자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충성도 높은 이용자로 성장하고, 이들 중 상당수는 ‘미리보기’나 ‘쿠키 결제’ 같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렇게 무료 독자에서 유료 독자로의 전환이 플랫폼의 주요 수익원이 된다. 더 나아가 흥행한 웹툰은 드라마나 영화, 게임으로 확장되며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한다. 원작의 인기가 파생 콘텐츠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이로부터 얻어진 이익이 다시 플랫폼과 창작자에게 환원되면서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결국 네트워크 효과는 웹툰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교차보조는 그러한 성장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로 정착시킨다. 두 요소가 결합할 때 웹툰 플랫폼은 단순히 작품을 유통하는 공간을 넘어, 작가와 독자, 투자자와 글로벌 유통사가 함께 얽힌 복합적 문화·경제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아래에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례를 통해 양면시장의 작동 원리(네트워크 효과 + 교차보조)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2. 네이버웹툰: 글로벌 네트워크의 확장

네이버웹툰(현 WEBTOON Entertainment)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웹툰 플랫폼으로, 2024년 기준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 약 1억 7천만 명을 확보하며, 양면시장 구조 속 네트워크 효과의 힘을 극대화했다. 지역별로 보면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안정적인 트래픽을 유지하면서도, 북미·동남아·유럽 등 기타 지역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

2023(백만명)

2024(백만명)

한국

24.6

24.5

일본

20.7

22.1

기타

124.3

116.7

이 같은 구조의 확보 이면에는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확정 전략이 있다. 2021년 네이버는 북미 최대의 스토리 플랫폼 중 하나인 왓패드(Wattpad)를 약 6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단순한 이용자 확대 차원을 넘어, 방대한 스토리 IP 풀과 창작자 커뮤니티를 확보하여 플랫폼 네트워크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한 사례였다.

인수 이후 네이버는 ‘Wattpad WEBTOON Studios’를 설립하여 원작 발굴, 검증, 영상화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IP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실제로 이 스튜디오는 북미·유럽·동남아를 아우르는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를 문화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또한 투자와 제작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섰다. 미국, 일본, 동남아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로컬 창작자 발굴 및 공동 제작을 통해 글로벌 독자와 창작자 양측의 참여를 촉진했다. 더불어 드라마·영화 제작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성공작을 글로벌 OTT와 협력해 제작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콘텐츠 유통을 넘어 IP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의 산업적 실현이라 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은 교차보조 전략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연결하는 데도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무료 공개 모델을 통해 대규모 독자를 확보한 뒤, ‘쿠키 결제’, ‘미리보기’와 같은 유료 서비스로 일부 독자를 프리미엄 소비자로 전환시켰다. 무료 이용자가 많을수록 광고 수익은 늘어나고, 유료 전환율도 높아져 플랫폼의 수익 구조가 견고해졌다.

또한 흥행 웹툰의 IP를 드라마·영화로 확장하여 OTT와 협력한 사례는 교차보조의 전형이다. 원작 웹툰의 인기가 영상화 흥행으로 이어지고, 그로부터 발생한 이익이 다시 작가·플랫폼·투자자에게 환원되면서 플랫폼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나아가 이러한 파생 IP는 굿즈·게임·출판·관광으로까지 확산되며, 단일 웹툰이 다층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입증했다.

2024년 2월 네이버 웹툰 순위

3.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교차보조의 확장 실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페이지)는 2021년에는 북미 웹툰 플랫폼 Tapas(5.1억 달러)와 웹소설 플랫폼 Radish(4.4억 달러), 그리고 중국계 판타지 플랫폼 Wuxiaworld(3,750만 달러)를 인수해 글로벌 공급자와 소비자 풀을 동시에 확장했고, 이를 통해 독자와 작가 간의 네트워크 효과를 촉발했다.

자산명

금액 (만 달러)

Tapas

51,000

Radish

44,000

Wuxiaworld

3,700

이 전략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을 넘어, 웹소설–웹툰–영상화로 이어지는 포맷 전환 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카카오엔터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리메이크하고, 이를 다시 드라마·영화로 제작하는 수직적 확장 모델을 구축했다. 특히 동남아, 일본 시장에서는 현지 창작자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오리지널 IP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북미 플랫폼 운영비용과 경쟁 심화로 인해 Radish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며, 포트폴리오 조정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확장의 리스크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4. 글로벌 OTT 협업: IP 확장의 가속기

웹툰 플랫폼이 구축한 양면시장은 국내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OTT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세계 콘텐츠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곧 네트워크 효과와 교차보조가 플랫폼 경계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디즈니+, 프라임비디오 등 글로벌 OTT는 웹툰을 검증된 원천 IP로 바라본다. 이미 플랫폼에서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은 흥행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안정적인 선택지다. 실제로 네이버웹툰 원작의 <스위트홈>은 넷플릭스에서 시즌제로 제작되며 장기 IP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28일 만에 5억 6천만 시간이라는 경이로운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글로벌 메가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카카오페이지 원작의 <무빙>은 디즈니+와 훌루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어, 디즈니가 발표한 ‘글로벌 최다 시청 K-오리지널’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히 원작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넘어선다. 웹툰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와 팬덤이 제작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작품의 조회수, 댓글 반응, 연령·국가별 선호도 데이터는 OTT가 작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된다. 다시 말해,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가 OTT 협업 과정에서도 재현되며, IP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또한 OTT 협업은 교차보조의 확장판으로 기능한다. 웹툰 IP가 영상화되어 성공하면, 다시 원작 웹툰 조회수와 유료 결제가 늘어나고, 머천다이징·게임·출판 등 2차 산업으로 수익이 확산된다. OTT는 글로벌 배급망과 마케팅 파워를 제공하고, 플랫폼은 검증된 스토리와 팬덤을 제공하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새로운 성장의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결국 글로벌 OTT와의 협업 확대는 웹툰 플랫폼이 단순한 국내 디지털 만화 서비스를 넘어, 글로벌 IP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트워크 효과는 더 큰 무대로 확장되고, 교차보조는 다층적 수익 구조로 심화된다. 이는 곧 웹툰이 한국 콘텐츠산업을 넘어 세계 문화산업에서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5. 플랫폼 성장 메커니즘과 웹툰

웹툰 플랫폼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산업 일반에서 나타나는 성장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보통 ‘이륙(Take-off) → 티핑(Tipping) → 성숙(Maturity)’이라는 세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인 이륙은 기반을 다지는 시기로, 한국 웹툰의 경우 2000년대 포털사이트에서 무료 연재가 시작되며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이어지는 티핑 단계에서는 일정한 임계점에 도달한 뒤 네트워크 효과가 폭발적으로 작동하면서 이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가 글로벌 진출을 통해 수천만 명의 독자를 확보한 시점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단계인 성숙에 이르면 이용자 증가 속도가 완만해지고, 플랫폼은 독점 콘텐츠, 수익 모델 다변화, 글로벌 협업 등을 통해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한국 웹툰 플랫폼이 직면한 과제는 바로 이 성숙 단계의 지속적 성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는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독자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작가가 참여하고, 작품 다양성이 확대되며, 이는 다시 독자를 불러오는 선순환을 만든다. 일정 규모를 넘어선 이후에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으며, 결국 승자독식(winner-takes-all) 구도로 이어진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도 이러한 메커니즘의 결과다.

따라서 웹툰 플랫폼이 성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이 중요하다. 첫째, 독자와 작가 간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해야 한다. 추천 알고리즘의 고도화, 신인 작가 발굴, 팬덤 커뮤니티 활성화는 이를 가능케 하는 장치다.

둘째, 멀티호밍(multi-homing)을 최소화하고 전환 비용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독점 콘텐츠 제공, 차별화된 수익 분배 체계, 충성도 높은 팬덤 구축이 핵심이다. 셋째, 독점 콘텐츠·팬덤 커뮤니티·추천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통해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IP의 장기적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제4장
웹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산업 협력

1.
지속가능성의 문제 제기

웹툰은 이미 한국 콘텐츠산업의 스토리 저수지이자 글로벌 IP 자산으로 성장했지만, 장기적으로 몇 가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첫째, 창작자 간 소득 격차와 불균형 문제다. 일부 톱 작가는 억대 수입을 올리지만, 다수의 신인·중견 작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지 못해 생활 기반 자체가 불안정하다.

둘째, 저작권 침해와 불법 복제 문제는 시장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2022년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 불법 웹툰 사이트의 침해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합법적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는 수준으로, 이는 단순히 개별 창작자의 피해를 넘어 산업 전반의 신뢰도와 수익 구조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셋째, 플랫폼 독과점과 불공정 계약의 문제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대기업이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익 배분과 계약 조건이 창작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크다. 넷째, 해외 진출 시 언어·법제·유통 인프라의 장벽이 여전히 높아 글로벌 확장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웹툰 산업은 화려한 성과 뒤편에서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성장은 쉽게 정체될 수 있다.

2.
창작자 지원과 권익 보호

웹툰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작자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활동 웹툰 작가는 약 6,000명에 달하지만, 상위 10% 작가가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산업이 소수 스타 작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창작자 지원 정책은 다양성과 창작의 저변 확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첫째, 국공립 창작 스튜디오 설립과 클라우드 기반 제작 툴 보급으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둘째, 신인 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특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다국어·글로벌 시장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의료·연금·보험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여 창작자의 직업적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조사에 따르면 창작자의 40% 이상이 사회보장이 미흡하다고 응답한 바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재 유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표 9. 웹툰 창작자 현황 및 과제

구분

수치/현황

정책 과제

활동 작가 수

6,000(2023)

창작 인프라 확충

소득 격차

상위 10%가 수익의 80% 차지

공정 계약, 지원 확대

복지 제도

40% 이상 사회보장 미흡응답

의료·연금 제도 개선

3.
저작권 보호와 제도적 장치

웹툰의 글로벌 유통 확대는 곧 저작권 침해 위험의 국제화를 의미한다. 일본 만화 산업이 불법 스캔본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것처럼, 한국 웹툰도 해외 불법 사이트의 확산이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 가지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첫째, 국제 저작권 협약 참여 확대다. 한·일·미 FTA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협약을 적극 활용해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블록체인 기반 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저작권 등록과 이용 추적을 자동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플랫폼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불법 유통 모니터링과 신속 삭제 의무를 법제화하여 플랫폼 스스로 자율적 감시와 대응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실제로 2023년 한국 정부는 웹툰을 포함한 K-콘텐츠 저작권 침해 단속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경찰청 합동 TF를 운영하여 해외 불법 웹툰 사이트 20여 곳을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여전히 기술적 대응과 법적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빠르게 진화하는 불법 복제 방식에 대응하기 어렵다.

4.
글로벌 유통 지원과 현지화 전략

웹툰은 한국 내수 시장을 넘어 북미·일본·동남아·유럽까지 확장되었다. 하지만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법제의 불일치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번역·현지화, 해외 플랫폼 제휴, 금융 지원이 삼박자로 맞물려야 한다.

• 번역·현지화 지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웹툰 번역 지원 사업을 통해 영어·일본어·스페인어 등 다국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 해외 플랫폼 제휴: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지 OTT·출판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제작·투자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 수출 금융 지원: 콘텐츠 수출 보증과 투자 펀드 조성을 통해 중소 창작사와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그림 한국 웹툰 수출액 추이 (2018~2023, 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웹툰산업백서)

5.
산업 협력과 생태계 균형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플랫폼 집중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은 단기적으로 효율을 보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독과점 구조는 창작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독자에게는 작품 다양성의 위축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협력이 필요하다. 중소 플랫폼에 대한 기술·마케팅 보조금 지원, 특화 장르 육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표준계약서 의무화와 분쟁 조정 기구 운영을 통해 공정 계약 제도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게임사·영상사·출판사 등과의 수평적 협력을 통해 IP 파생산업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만화 진흥 정책’을 통해 소규모 출판사와 신진 작가를 지원하고, 미국은 독립 코믹스 플랫폼에 대한 투자 펀드를 운영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역시 대기업 중심 플랫폼과 중소 창작자·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제5장 결론:
플랫폼 시대와 웹툰 산업의 미래 전망

웹툰은 더 이상 한국만의 대중문화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웹툰은 이미 플랫폼 시대가 낳은 대표적 문화산업 모델로서, 스토리 자원을 원천으로 삼아 글로벌 IP로 확장되는 성장 엔진이자 산업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웹툰 산업의 발전 궤적은 ‘망가노믹스’를 넘어선 웹투노믹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일본 만화가 내수 중심의 종이 잡지 기반 산업이었다면, 한국 웹툰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양면시장 구조를 구현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와 교차보조 전략을 결합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갔다.

무엇보다 웹툰은 스토리의 저수지로서 한국 콘텐츠산업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 드라마·영화·게임 등 수많은 성공 사례들이 웹툰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웹툰이 단순한 한 장르를 넘어 콘텐츠 생태계 전체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자원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IP는 장기간의 연재, 팬덤 형성, 멀티포맷 전환을 통해 자산화되고, 나아가 금융시장에서도 평가받는 글로벌 투자 대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성장 메커니즘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웹툰 플랫폼은 이륙–티핑–성숙이라는 단계적 궤적을 따라 성장했으며,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승자독식 구조를 형성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례는 이러한 플랫폼 이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와 글로벌 스튜디오 설립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세계로 확장했고, 카카오는 북미 플랫폼 인수를 통해 멀티포맷 IP 전략을 강화했다.

두 기업 모두 무료 모델과 광고, 유료 결제, 파생 IP 확장이라는 교차보조 전략을 통해 성장을 수익으로 전환시켰다. 나아가 글로벌 OTT와의 협업 확대는 웹툰 플랫폼이 단순한 유통 공간을 넘어, 글로벌 IP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뒤에는 구조적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창작자 간 소득 격차, 불법 복제, 플랫폼 독과점, 글로벌 유통의 장벽 등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작자 지원과 권익 보호, 저작권 강화, 글로벌 유통 지원, 산업 협력과 공정 경쟁 체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웹툰이 진정한 의미의 국가 성장 동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산업적 혁신과 정책적 뒷받침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앞으로 웹툰 산업의 미래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망할 수 있다. 첫째, 플랫폼 경쟁의 글로벌 심화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북미와 일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현지 OTT와의 협업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둘째, AI·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도입이 제작·유통·저작권 관리 전반을 혁신할 것이다. AI 자동 채색, 추천 알고리즘, 블록체인 기반 저작권 관리 시스템은 웹툰 산업을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이끌 것이다.

셋째, 정책과 제도의 정비가 산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것이다. 창작자 복지, 공정 계약, 중소 플랫폼 지원 등은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고 다층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이다.

결국, 플랫폼 시대의 웹툰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현재를 움직이는 동시에, 미래를 열어가는 지속가능한 성장 엔진이다. 스토리의 저수지로서의 기능, 글로벌 플랫폼 전략, 정책적 지원이 서로 맞물려 작동할 때, 웹툰은 단순한 디지털 만화를 넘어 21세기 문화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끝)

필자 박승룡은 한국일보 기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사업본부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한국 콘텐츠산업에 관한 국제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생각하는 힘'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