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케데헌'이 한류에 남긴 충격과 공포... 동국 가을 한류콜로키움 "케데헌은 한류 담론을 새롭게 설계하라는 요청이다"

넷플릭스 '케데헌'이 공개 석 달 만에 넷플릭스 최다 조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한류 담론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학계는 이번 현상을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라 한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신호”로 본다. 정길화 원장은 “케데헌은 디아스포라적 경험이 글로벌 콘텐츠 제작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재조명하게 했다”며 “한류는 더 이상 국가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한인 공동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트랜스내셔널 문화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Bluedot Admin

2025년 9월 18일
한류 콜로키움 요약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


정길화(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케데헌은 단순한 넷플릭스 히트작이 아니다. 그것은 한류 담론을 새롭게 설계하라는 요청이자 질문이다.”


’케데헌 신드롬‘ 이후 사계의 많은 한류 연구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설명책임(accountability)‘이라는 시험에 놓였다. 이는 “책임을 맡은 사람이 그 책임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투명하게 설명하고, 그 결과에 대해 평가받는 것”으로 우선적으로 공적 영역에 적용된다. 그런데 학자나 연구자, 전문가 집단 역시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지식담론장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케데헌 신드롬 역시 마찬가지다.

케데헌은 한류 담론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케데헌이 한류 담론장에 준 내용을 현 시점에서 개괄하면 첫째, ‘버전 붙이기’ 담론의 한계를 드러냈으나, ‘코리아니즘’ 또는 ‘코리아네스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가능성을 열었다. 둘째, 한국 내부의 재현 강박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본과 디아스포라 창작을 인정하고, 산업적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셋째, 단기 흥행을 넘어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한국 전통문화의 깊은 층위와 보편성을 결합한 새로운 서사가 필요하다....

케데헌은 단순한 넷플릭스 히트작이 아니다. 그것은 한류 담론을 새롭게 설계하라는 요청이자 질문이다. 우리는 이제 ‘케데헌 이전’과 ‘케데헌 이후’라는 시간 구분 속에서, 한류의 지속 가능성과 창의성, 그리고 ‘코리아니즘’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준비해야 한다. 한류 담론은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섰다.

정호재(동국대): “한류라는 말은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한류를 설명하던 오래된 틀은 대체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을 세계가 소비한다. 이 틀 위에서 ‘1.0 → 2.0 → 3.0’ 같은 단계론이 등장했다. 즉, 발전주의(developmentalism) 관점이다. 문제는 이 단계론이 실제 현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문화 현상은 깔끔한 직선으로 달리지 않는다. 한때 주인공이었던 장르가 뒤로 물러났다 다시 앞서기도 하고, 전혀 다른 길에서 자란 가지가 어느 순간 줄기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파도처럼 겹치고 흩어지는 움직임 속에서 단계론은 점점 무뎌졌다. 케데헌은 이 무뎌진 칼날을 단번에 드러냈다.

케데헌은 우리에게 복잡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에서 만들지 않은 것도 케이팝일 수 있는가? 외형이 “한국인스럽지 않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영어 가사가 대부분인 노래에 왜 우리는 주저 없이 “K”를 붙이는가? 이 질문 앞에서 오래된 한류 담론은 느리거나 침묵한다. 그렇다고 “한류가 끝났다”거나 “한류가 세계를 정복했다”는 선언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반대다. 한류라는 말은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정길화 원장 “케데헌은 단순한 넷플릭스 히트작이 아니다. 그것은 한류 담론을 새롭게 설계하라는 요청이자 질문이다.”
조영신(미디어연구소 C&X 대표): “‘케데헌’은 대한민국을 ‘K팝 시스템의 글로벌 본산(本山)’으로 각인시킨다.”
정호재(동국대): “한류라는 말은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조영신(미디어연구소 C&X 대표): “‘케데헌’은 대한민국을 ‘K팝 시스템의 글로벌 본산(本山)’으로 각인시킨다.”

‘겨울왕국’(북유럽 신화), ‘코코’(멕시코 전통), ‘라따뚜이’(프랑스 미식 문화)가 한 국가나 지역의 ‘문화유산(Heritage)’에 기반했다면, ‘케데헌’은 지극히 동시대적이다. ‘K팝’이라는 현대적 산업(Industry)에 한국의 문화가 얹혀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들 작품이 남긴 세계적 영향력을 분석·해석하고, ‘케데헌’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레퍼런스로 삼아야 한다.

K팝 산업의 위상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라따뚜이’가 프랑스 요리의 권위를 재확인했듯, ‘케데헌’은 대한민국을 ‘K팝 시스템의 글로벌 본산(本山)’으로 각인시킨다. 우리가 아무리 “대세”라고 주장했어도, K팝은 여전히 10대~20대 계층 문화 혹은 서브컬처적 성격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K팝은 전 세계 대중이 인지하고 기억하는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 OST 8곡이 빌보드 HOT 100에 오른 사실은 거의 혁명적 지표라 할 만하다. 진품과 모조품을 가르는 것은 ‘인증’이다. K팝을 만드는 ‘방법론(Methodology)’ 자체가 거대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Made with 전략은 ‘시장 확대’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범아시아 연대다. 기획·제작·유통 전 과정을 한국이 주도해 아시아와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한국에는 아직 헐리우드식 이민자 그룹이 없다. 이제 겨우 이민자에 대한 낯선 시선을 거두고 있는 단계다. 스스로만의 폐쇄적 자원으로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연합형 Made with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

채지영(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연구원):“한국 문화로 인식되는 상품이나 이미지라면 세계 어디에서 누구의 자본으로 제작되었든 한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이 만든 콘텐츠만이 한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 문화로 인식되는 상품이나 이미지라면 세계 어디에서 누구의 자본으로 제작되었든 한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는 곧 한류의 힘이 생산 주체가 아니라 수용자의 인식과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이러한 공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류 확산의 증거다. 케데헌은 이러한 공진화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케데헌의 경제적 가치를 미국 수퍼볼의 광고단가와 시청자 수를 적용해 예시하면 약 4조 4천억원에 해당한다. 오늘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BTS·블랙핑크 팬뿐 아니라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일반 관람객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한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팬이 아니더라도 한국을 방문하면 한류를 경험하고 싶은데, 정작 그 수요를 충족시킬 대표적 인프라는 부재하다. 이는 곧 우리가 수많은 경제적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다.

최원재(동국대): “K가 들어가던 것들에게서 K를 과감히 빼버려야 한다. 이른바 K독립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 한류는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가 되어 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가 한국 브랜드 전반의 인지도를 향상시킬 것이고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로 연결된다면 국내 기업의 약진도 점쳐볼 수 있는 상황이다. 코카콜라가 어느 나라의 것인가? 벤츠가 어느 나라의 것인가? 모두가 답을 알고 있다. 지금은 햄버거는 미국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래 독일 것이었고, 그전에는 몽골 것이었다. 한국의 콘텐츠를 한국의 것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게 된다면 한류는 성공한 것이다.

콘텐츠를 바라보는 차원을 산업사회 시기와는 달리 봐야 한다. 지금은 세계화의 축소냐 강화냐의 이분법을 넘어 세계화, 탈세계화, 재세계화가 영역과 층위에 따라 각기 다르게 출현한다.한국의 것이 한국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역사성을 이해하는 콘텐츠 제작 마인드가 필요하다. K가 들어가던 것들에게서 K를 과감히 빼버려야 한다. 이른바 K독립이다. K를 넣는 것은 계속 우리를 알아봐달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미 한국 것은 세계 자생력이 있다. 오히려 하나의 독립적 장르로 발전시켜야 한다.

최원재(동국대):
채지영(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연구원):
김광혁(애프터 컬처 대표):


김광혁(애프터 컬처 대표):

시청 시간으로는 약 297억분으로 총 56,590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56,590년의 시청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 중 크나큰 업적을 이뤘음을 나타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에 있어 팬덤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팬덤의 확장과 영향력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팬덤을 통한 수익구조는 폭풍을 동반한 쓰나미처럼 겉으로 드러나는게 아니라 잔잔한 파도처럼 끊임없이 확장되어 대륙 곳곳에 퍼졌다.

56,590년의 시간이 소비되는 동안 일반 시청자에서 팬으로 변모한 많은 이들은 거대한 결속력을 가진 팬덤으로 확장되었고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콘텐츠에 나오는 다양한 노래를 따라부르고 코스프레를 하고 한국에 찾아와 ’성지순례‘를 하며 그들의 소비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눈에 보이는 거대한 수익은 넷플릭스나 소니가 가져가겠지만 잠재적인 문화 소비는 한국 문화와 역사, 환경, K-pop에 대한 관심을 높여, 더 큰 팬덤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K”라는 이름이 당당히 붙은 K-pop 문화의 재발견이자 한국문화의 거대한 사건이다. K-컬처의 성공은 뛰어난 콘텐츠와 아티스트의 매력뿐만 아니라, 그에 열광하는 팬덤의 강력한 조직력과 소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K-컬처의 경제적 가치를 창조하고 확장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컬처는 팬덤을 단순히 수익의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공동 창작자이자 파트너로 존중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놀라운 기록은 바로 그 가능성의 신호탄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