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칼럼]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키세스 초콜릿' 이미지와 영화의 장면들...역사적 기억과 미디어화된 저항의 상징들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것은 특정한 방식으로 사건의 기억을 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양한 양태의 기억이 생산되고 전이될 수 있다. 재현의 방식과 관객의 수용도에 따라 기억의 소환, 생성, 전이, 보철, 이식의 과정과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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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흠문 | 나사렛대학교 교수


한국 사회는 2025년 1월 현재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에 서 있다. 국가 폭력에 맞서 민주적 질서를 요구하는 시민세력이 충돌하며, 질서와 혼돈이 교차하는 경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계엄시도는 폭력적 통제에 맞선 시민적 저항을 불러왔고, 민주적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계엄과 탄핵이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집단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부상했다.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듯, 계엄 선포와 그 이후의 과정들은 우리가 그렇게 추구했던 민주적인 과정과 정당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정의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이 엄중한 상황의 극복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움직임은 실로 놀라움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 중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에 전세계가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미디어화된 세상의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저항과 갈등에 대한 두드러진 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역사적 기억

최근 벌어진 계엄 사건의 비극적 상황은 오래전 기억들을 소환하며 머리속을 휘집어 놓는다. 1980년 광주의 비극을 다룬 영화 '스카우트'는 겉으로는 로맨스 코미디로 보인다. 하지만 그 화끈한 웃음 뒤편에 비극을 넌지시 드러낸다. 주인공 임창정은 공중전화 박스에서 무참히 구타당하고 소리없이 사라진다. 영화는 그의 행방을 말해주지 않는다. 이처럼 역사적 기억은 영화 속 소시민 임창정이 일상의 시공간에서 계엄에 의해 갑자기 소거될 수 있슴을 증언한다. 필자 역시도 계엄을 경험 했던 세대로서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는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이와 같은 공포는 최근 mbc에서 방송한 '피디수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재현한 계엄의 상황은 섬뜩했다. 계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상황을 묘사한 여러 장면에서 은익되었던 기억들이 고통스럽게 표면으로 비집고 올라온다.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 다는 것은 실존적 자료들의 배치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원래 어떠했는가’를 인식하는 하는 것이다. 이 인식의 과정은 재현의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통 혹은 공포스럽게 다가갈 것이다.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것은 특정한 방식으로 사건의 기억을 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양한 양태의 기억이 생산되고 전이될 수 있다. 재현의 방식과 관객의 수용도에 따라 기억의 소환, 생성, 전이, 보철, 이식의 과정과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 한다는 것은 사건에 대한 객관적 정보의 제시를 넘어, 감독과 작가의 관점, 사회적 맥락, 정치적 지형, 사건과 현시점의 이격성, 인구학적 특성 등에 따라 관객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할 수 있겠다.

실제로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을 지휘했던 특전사 지휘관은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우리 장병들이 12·12의 군사반란의 부대 였다는 사실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특정한 사건에 대한 재현으로서 영화가 관객에게 특정한 트라우마 기억을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군인들에게 특정한 트라우마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부대가 영화속  역사적 사건의 주역이었다는 대목에 충격 받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특정한 형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국회의 진입과정에서 무력을 소지한 계엄군들이 비무장 시민과 국회의원들의 저항에 주저 했던 것은 영화적 재현에 의해 이식된 기억들에 의한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훗날 이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재현하는 사람들은 사건의 도발과정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그것은 그 현장에 대한 재구성은 다양한 시점으로 재현될 것이다. 계엄의 모의, 선포전 상황, 선포 후 계엄군의 투입, 그리고 혼돈, 계엄 해제의 과정이 그 핵심일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영화 '서울의 봄' 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물들이 가진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거나 숨긴체, 서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들의 도발이 실패로 귀결되는 지점을 여러가지 요인으로 제시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물들간의 감정적 대립, 인간적인 결함, 판단의 오판 등등과 더불어 미디어화된 세상에 대한 그들이 시대 착오성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화 "서울의 봄"의 두 중심 인물
군사정부 시절의 기억을 재형상화한 영화 "26년"과 "남영동 1985"
한남동에서 포착된 "키세스 초콜릿" 형상

문화의 정치화

최근의 집회와 시위 문화를 살펴 볼때, 과거 국가 중심적이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점점 더 문화적 요소를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즉, 개인화되고 감성적인 표현 방식의 증가, 상징과 퍼포먼스를 활용한 메시지 전달, 디지털 플랫폼과 미디어를 통한 확산과 연결되는 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한국 사회가 가지는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한국 컨텐츠 특유의 혼종적인 양태가 집회나 시위의 양상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시위 참여의 두드러짐은 이러한 상황을 반증하고 집회와 시위 문화의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으로 간주된다. 이들의 등장과 함께 최근의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불리어진 전통적 민중가요 중심의 노래에서 케이팝을 비롯한 대중적인 음악들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집회에서 불리는 노래와 구호는 기존의 집단적이고 강경한 이미지를 넘어,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메시지의 발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참여자들에게 더 강렬한 정서적 연결감을 제공하며, 집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증대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주지하다시피 케이팝 팬덤의 주력으로서, 현 시기이 생산과 소비의 전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는 집단으로서 기능하던 그 세력이 문화적 영역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분야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팬덤의 확장은 시위와 집회의 참여와 연대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집회현장에 등장한 응원봉, 노래, 구호, 피켓 등의 변화는 시위 문화의 창의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집회 현장은 점점 더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요소를 담아내고 있다. 과거 촛불이 대표했던 상징적 도구는 이제 응원봉으로 대체되었으며, 이는 집회 현장의 시각적 통일성을 강화하고 참여자들에게 소속감과 연대감을 부여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구호와 피켓은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선 '밈(meme)형태'의 창의적 문구와 감각적 디자인으로 변화했다.

이들의 등장은 문화와 접목된 정치성을 가시화하며 재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의 엄숙주의적 시위 문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정치적 표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낸다. 유머스러운 슬로건과 밈(meme)은 단순한 유희가 아닌, 정치적 메시지의 새로운 문법으로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집회의 메시지가 보다 친숙하고 강렬하게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게 했다.

이는 집회와 시위가 단순히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창의적인 요소들은 집회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형태의 참여와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동시에 담은 현상으로서, 최근 대만의 시위 현장에 응원봉이 등장한 것을 보았을때 한국의 집회와 시위 문화가 세계적 민주주의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고 있다.

사건의 미디어화

다얀과 카츠(Dayan & Katz)는 미디어 이벤트가 사회의 정치 구조에 따라 시민을 사회화하고 예기치 못하게 사회운동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국회에서 벌어진 계엄군과 시민 간의 대치 상황은 이러한 미디어화된 사건의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시 헬리콥터로 투입된 계엄군과 야간투시경 및 무기로 무장한 모습이 소셜 네트워크와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이러한 장면들은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허물며 마치 할리우드 영화 같은 광경을 연출했고, 시민들은 믿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며 혼란과 놀라움 속에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국회에서 계엄군과 시민 간의 대치는 단순한 정치 충돌이 아니라,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가 결합하여 라이브 이벤트로 전환된 사례다. 소셜 네트워크의 실시간 정보 전달은 시민들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행동하도록 촉진했으며, 이러한 과정은 대중 동원의 새로운 구조를 보여준다. 결국 이 사건은 미디어 이벤트와 네트워크 사회가 결합해, 시민들이 정치적 사건의 중심으로 직접 이동하고,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사건의 전개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했다. X,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사건의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동시에 시민들 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의 즉각적인 정보 전달은 시민들에게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분노와 책임감을 고조시켰다. 특히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라이브 방송은 사건을 라이브 이벤트로 전환시키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의 "국민 여러분, 국회로 와주십시오...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합니다"라는 실시간 호소는 긴급성과 현실감을 전달하며 시민들의 행동을 촉진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국회로 몰려드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 시민 행동이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구조적 이벤트로 이해할 수 있다. 방송과 소셜 네트워크는 사건의 가시성을 극대화하며 시민들에게 참여의 이유와 동기를 제공했고,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형성된 연대와 분노를 오프라인 행동으로 전환하며 국회라는 물리적 공간에 집결했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와 라이브 방송이 결합하여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대중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강력한 동원 구조를 보여준 사례로, 미디어 이벤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결국 키틀러의 주장처럼 미디어가 우리들의 특정한 상황을 특정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미장센 정치

최근 계엄 상황 속에서 포착된 정치인 안귀령의 이미지는 미장센 정치(mise-en-scène politics)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계엄군의 총구를 잡아채는 그녀의 행동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위험하고, 놀랍고, 용감한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이 장면은 실시간으로 전파되며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남겼고, 그 순간을 담은 사진은 사건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밈화(meme)되었다. 이 이미지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BBC는 이를 잔다르크의 이미지와 비교하면서 2024년 가장 극적인 이미지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안귀령의 행동은 단순히 계엄 상황 속의 우발적인 행동을 넘어선다. 이는 모든 정치적 행동이 미디어화되는 현대 정치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녀의 행동은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상황과 맥락, 그리고 정치인이 가진 의도성과 우연성이 결합되어 강렬한 상징적 의미를 창출했다. 이 사건은 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으로 전파되며 미장센 정치의 공간으로 편입되었다.

미장센 정치는 특정한 인물, 행동, 환경, 맥락이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정치적 시각화 과정이다. 안귀령의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단순히 계엄 상황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그 순간이 정치적 저항과 용기의 상징으로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사건과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미장센 정치의 본질을 보여준다.

뒤르켐의 관점에서 안귀령의 행동을 복기해본다면, 이는 그녀가 개인적으로 깊이 의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극적인 외적 조건과 환경의 압력이 만들어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뒤르켐은 개인의 행동이 종종 집단적 경험이나 사회적 맥락에 의해 촉발된다고 보았다. 안귀령이 보여준 행동 역시 계엄이라는 극한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경험한 심리적·사회적 압력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상징적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귀령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적 용기의 발현을 넘어, 계엄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에서 정치적 상징성을 부여받은 순간이었다. 역사적 공간과 행동, 미디어를 통한 메시지의 재현이라는 미장센 정치의 핵심 요소를 충족하며, 단순한 물리적 저항을 넘어 대중적 저항과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미디어 이벤트와 미장센 정치가 결합하여 정치적 행동이 대중의 감각과 정체성에 깊이 각인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로 이해된다. 그녀의 행동은 그저 하나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선 집단적 기억의 일부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전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정치적 미장센의 강력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키세스 초콜릿" 이미지는 역설의 상징적 풍경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남동 거리에서 밤을 새우며 시위 현장을 지키던 시민들이 방한 목적으로 사용한 은박 담요 위로 눈이 내리면서, 그 장면이 마치 키세스 초콜릿의 모양과 같다는 말이 회자되었다. 은박 담요와 눈의 조화는 시위 현장을 단순한 생존의 공간에서 저항과 연대의 낭만적 상징으로 탈바꿈시켰다. 눈이 내리는 풍경은 영화 '안개 속의 풍경'에서처럼, 혼란이 가득한 현장을 순간적으로 평화롭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시민들이 혼돈의 대치 상황 속에서도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은 영화처럼 역설적이고도 강렬한 시각적 장면을 연출하며, 혼란 속에서 희망과 용기의 상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키세스 초콜릿" 이미지는 현대 정치에서 미디어와 시각적 상징이 어떻게 결합되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지를 보여준다. 시민들이 방한 목적으로 사용한 은박 담요와 내리는 눈은 단순한 우연적 장면을 넘어, 정의와 저항의 시각적 메타포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와 저항의 이야기를 전 세계적으로 전달하며, 미장센 정치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백골단과 영화 '26년'

살펴 보았듯이 현 시점의 한국의 상황은 "계엄세력 vs 시민세력", "국가폭력 vs 문화적 연대", "경광봉 vs 응원봉", "#Stop_the_steal vs. #탄핵", "백골단 vs 키세스" 등 으로 표출 되는 집단적 상징들이 혼재하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이 팽배한, 질서의 파괴, 그리고 정상상태로의 복귀를 요구하는 세력이 충돌하고 있는, 민주주의 이행의 전이지점이자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 순간이라 부를 수 있다. 이처럼 갈등과 전이를 통해 새로운 민주적 질서를 구축하려는 집단적 노력의 정점에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적 상징과 문화적 상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을 마무리 하며, 영화 '26년'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곱씹어 본다. 영화 '26년'의 엔딩 장면은 쿠데타 세력이 단죄받지 않은 채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 서서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권위주의적 과거가 청산되지 못한 채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렬하게 암시하며, 사회적 정의와 역사적 청산의 미완성 상태를 고발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모색해야 한다는 요구로 확장된다.

영화는 우리에게 기존 체제의 한계를 직시하고 이를 넘어서는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고, 보다 정의롭고 민주적인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26년'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이 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을 바라보며 혼돈의 세상에 희망이 깃들기를 소망한다. (끝)

국회를 침범한 계엄군 모습
저항의 상징으로 밈(meme)화된 안귀령
역사적 기억을 다시 불러온 2024년 국회를 침범한 계엄군

작성일: 2025년 1월

필자 정흠문은 1993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MTV에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이후 김종학프로덕션에서 드라마 연출과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2012), 드라마 <로맨스 헌터>(2007), <여자는 다그래>(2010), <유리구두>(2002), <서동요>(2004), <오필승 봉순영>(2004), <여사부일체>(2008), 음악영화 <나는 나비>(2010) 등 연출과 제작에 참여했다. 연극영화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2021년부터 나사렛대학교에서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