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인도, K-콘텐츠의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이글을 쓰면서 인도에 대한 큰 관심에 비해 아직 인도 콘텐츠산업과 한류 현황에 관한 한국어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향후 인도 현황 분석에 탁월한 전문가들과 콘텐츠산업 전문가들이 함께 정밀하고 지속가능한 전략을 수립하는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Bluedot Admin

박승룡  | 전 KOCCA 인도비즈니스센터장


“문화가 곧 경제이고, 문화가 국제 경쟁력이다.”

2025년 6월 새롭게 출범한 ‘국민주권’ 정부는 대한민국을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국가적 비전을 선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화가 곧 경제이고, 문화가 국제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며, K-콘텐츠를 국가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을 넘어 잠재력 높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현지 시장과의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교류협력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주목받으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한 관심의 배경에는 인도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그에 따른 글로벌 투자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찍이 인도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의 제조업체들에 이어  CJ ENM,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 한국 콘텐츠 기업들 또한 인도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기업

인도 시장에서의 움직임

CJ ENM

현지 1차 배급 계약 실행, 신흥 시장 전략 공식화

Amazon Prime VideoK드라마 다수를 인도 포함 글로벌 시청자에게 독점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

HYBE

인도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

K-팝 비즈니스 모델을 현지 음악 시장에 적용하려는 전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2020년 크로스픽처스를 인수해 인도 영화·웹툰 시장에 진출

현재는 영어 플랫폼 타파스를 통해 웹툰을 유통

인도의 젊은이들, 출처 : Gallup, India's Youth Dividend: High Hopes for Today and Tomorrow

그렇다면 과연 인도는 콘텐츠산업 분야에서 우리의 ‘최우선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이 글은 시장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 문화적 특성과 소비자 성향, 정책 및 규제 환경, 산업 기반과 협력 시너지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살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인도 시장이 지닌 명확한 한계점과 구조적 제약을 함께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장단점을 종합한 실질적인 협력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장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
방대한 시장규모와 빠른 성장 속도

인도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압도적인 규모와 젊음에서 나온다. 2024년 기준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 2천만 명으로 세계 1위이며,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이 중 25세 이하 청년 인구(Youth Dividend)는 47%에 달한다. 이러한 젊은 층 중심의 인구 구조는 향후 수십 년간 인도가 거대한 콘텐츠 수요처이자 글로벌 문화 트렌드의 소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기반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기준 3조 7천억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5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욱 주목할 점은 1인당 소득 증가와 함께 중산층의 급속한 확대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중산층 소비 성향을 지닌 ‘부유한 계층(affluent consumer segment)’이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하며 인도 소비시장의 중심층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콘텐츠·엔터테인먼트·디지털 소비 확대의 구조적 기반이 되는 중산층 소비력의 본격적 등장을 의미한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 또한 콘텐츠 산업에 우호적이다. 인도는 현재 세계 최대의 모바일 데이터 소비국이며, 5G 상용화와 함께 더 빠르고 안정적인 콘텐츠 소비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MX 플레이어, JioCinema 같은 OTT 및 SNS 플랫폼의 급성장은 인도 소비자들이 짧은 영상부터 장편 드라마, K-POP 콘텐츠까지 디지털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델리·뭄바이 같은 Tier1 대도시를 넘어서, 푸네·수라트·락나우·찬디가르 등 Tier2 도시와 말라푸람·고르악푸르 같은 Tier3 도시에서도 데이터 접근성이 급속히 향상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마케팅과 OTT 등 콘텐츠 유통 채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콘텐츠 산업 자체의 성장세도 인상적이다. KPMG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글로벌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M&E) 산업 규모는 2025년까지 약 322억 1천만 달러(USD)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약 468억 9천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M&E 산업은 연평균 성장률(CAGR) 10.2%로 성장하여, 2024년에는 308억 달러, 2026년에는 37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주목해 움직이고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CJ ENM은 남인도 영화 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현지 콘텐츠 공동 제작에 나섰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을 중심으로 인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K-POP 기획사들도 현지 팬덤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인도 팬미팅, 오디션 프로그램 기획을 준비 중이다. 이는 인도가 단순한 콘텐츠 수출처가 아니라, 협력 기반의 공동 제작 파트너이자 콘텐츠 투자처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 GDP 추이 현황 (출처: IMF World Economic Outlook, April 2023)
인도 스마트폰 보급 (단위 100만개, 출처 : EY 2004)
지역별 모바일데이터 소비량(Gigabite Per Month Per User, 출처: The Economic Times, 2025)
인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연평균 성장율

인도의 문화적 다양성
K-콘텐츠 수용성의 토대가 되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중 하나다. 힌두교를 중심으로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등 다양한 종교가 혼재하며, 지역마다 고유한 언어와 생활양식, 예술전통을 지닌 다민족 다언어 사회다. 공식 언어만 해도 22개에 이르며, 비공식 언어까지 포함하면 1,600개가 넘는다. 이런 문화적 복합성은 곧바로 소비자 성향의 이질성과 세분화로 이어지며, 콘텐츠에 대한 선호 또한 지역별·계층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인도 소비자들은 대체로 감정에 호소하는 서사와 강한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구조, 화려한 시각적 연출, 음악과 춤의 통합적 구성에 익숙하다. 이는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가진 특성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예컨대 인도 팬들은 K-드라마의 감정선, 특히 가족·우정·사랑 같은 보편적 정서에 깊이 공감하며, 아이아이돌 중심의 퍼포먼스형 K-POP에도 강한 몰입을 보인다.돌 중심의 퍼포먼스형 K-POP에도 강한 몰입을 보인다.

2024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 응답자의 89.2%가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드라마와 K-POP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 중 10~20대 여성층이 K-POP 소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활발히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K-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은 최근 구체적인 교류 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K팝 아이돌인 엑소 수호와 효린이 인도에서 팬미팅을 개최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 영화 <파묘>는 75개라는 제한된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100일 이상 상영되는 등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게임 분야에서는 2023년 10월 '한-인도 BGMI 친선 대회'가 열렸고, 주한인도문화원이 삼성웰스토리와 MOU를 체결하거나, 경상북도가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사들을 초청해 의료관광 페스타를 여는 등 비즈니스와 문화를 아우르는 교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한국 문화콘텐츠 온라인/모바일 접촉 플랫폼 (출처 : 해외한류실태조사결과보고서)
2023년 10월에 개최한 한-인도 BGMI 친선대회 포스터 (출처 : Sportskeeda)

개방 속 규제,
인도 콘텐츠 시장의 양면성

인도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육성해왔다. 특히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 외국인직접투자(FDI) 완화, OTT와 방송, 광고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문화산업’이자 ‘첨단 디지털산업’으로 인식되며, 민간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유통 구조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예컨대 OTT 산업의 경우, 외국계 자본에 대해 100% FDI가 허용되며, 콘텐츠 제작이나 유통에 있어 규제 장벽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는 넷플릭스·디즈니+핫스타·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플랫폼의 빠른 안착을 가능케 한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인도 정부는 디지털 광고와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기금(Digital India Innovation Fund) 및 AVGC(애니메이션·VFX·게임·코믹스) 정책 태스크포스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구조적 리스크 요인도 공존한다. 첫째, 검열 및 규제 리스크다. OTT 콘텐츠에 대한 공식적인 사전 심의 제도는 없지만, 민간 자율심의 기구인 IBF(Indian Broadcasting Foundation)의 윤리 규정이 실질적 기준으로 작용하며, 정치적 민감 이슈에 대한 자의적 규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실제로 일부 OTT 시리즈가 특정 종교나 정치 인물과 관련된 이유로 방영 중단 혹은 수정 조치를 받은 사례도 있다.

둘째, 복잡한 주(州)별 행정체계와 차등 규제다. 인도는 연방제 국가로서 각 주마다 방송·광고 관련 세율, 더빙 규정, 콘텐츠 등급 기준 등이 상이하다. 이는 특히 콘텐츠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외국 콘텐츠 기업에게는 유통 채널과 버전별 자막·더빙 제작 등에서 비용 및 행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셋째, 지식재산권(IP) 보호 환경이 불안정하다. 비공식 굿즈 유통, 해적판 콘텐츠 공유, 불법 다운로드 등 지재권 침해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사법적 집행력도 낮은 편이다. 콘텐츠 산업의 수익모델 안정화를 위해서는 지재권 보호 강화와 법적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넷째, 한국과 인도 간 제도적 협력 체계가 아직 미진하다는 점이다. 한-인도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는 주로 상품·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문화 콘텐츠 분야 협력을 다룬 조항은 매우 제한적이다. 양국 간 공동제작, 공동배급, 지재권 보호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등 실질적 제도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요약하자면, 인도 콘텐츠 시장은 외국 기업에게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 지재권 보호, 지역별 규제 차이 등에서 실질적인 운영 리스크가 존재한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인도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현지 파트너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도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인도 크리에이티브 생태계 정책 지형도 (출처 : Meity)

디지털 기반 + 지역 다양성
= 한-인도 콘텐츠 시너지

인도는 연간 1,70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하는 세계 최대의 영화 제작 국가로 숙련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최근 ‘범인도(Pan-India) 영화’의 유행은 인도 내에서도 다양한 지역과 언어권이 협업하는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남인도(텔루구·타밀권) 중심의 영화 산업 성장이다. 힌디어 중심의 볼리우드와 달리, 텔루구·타밀 영화는 최근 글로벌 OTT를 통해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하며 ‘탈델리, 탈뭄바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 지역은 기술 인프라, 콘텐츠 수출 기반, 시각효과(VFX) 역량에서 비교적 앞서 있으며,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한국과의 공동제작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영화 산업의 기반은 풍부한 원천 스토리(IP)이다. 인도는 <라마야나>, <마하바라타>와 같은 세계적인 서사시를 포함해, 영화, 드라마로 발전시킬 수 있는 깊고 풍성한 역사와 신화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VFX·애니메이션·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재 풀과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강력한 원소스 IP, 포맷 기획력, 글로벌 팬덤 기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양국은 서로의 보완적 강점을 바탕으로 공동제작, 공동기획, 기술 교류, 인력 연계 등 다양한 협력 포인트를 발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 콘텐츠 기업들은 한국의 웹툰·웹소설 IP를 로컬화하거나 OTT 시리즈로 재해석하는 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공동 사업을 진행한 인도 기업들이 한국의 포맷 및 스타일을 현지 스타와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며, 글로벌 OTT의 관심도 높다. 또한 AI를 활용한 로컬라이징 기술, 버추얼 프로덕션 등 신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인도 간 공동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다.

발리우드와 헐리우드의 영화생산비교
한국의 리리브릿지와 인도 아트풀니스가 공동제작한 애니메이션<스누즈>

기회와 경계선:
인도 시장이 품은 리스크들

그러나 이 거대한 기회의 땅에는 분명한 현실적 과제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장벽은 견고한 자국 문화 중심의 시장이다. 인도 영화 시장의 85~90%는 자국 영화가 차지하고 있으며, 22개의 공식 언어가 사용될 만큼 문화적·언어적 다양성이 커 통일된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수익화의 구조적 어려움이다. 인도 소비자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며, 합법적인 무료 채널이나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라도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서울대 남아시아센터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의뢰로 실시한 인도의 한국어 수강생 대상 조사에서도 K-팝을 듣기 위해 유료 구독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6.8%에 불과했으며, 취약한 IP 보호 환경은 가짜 굿즈 유통과 같은 직접적인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예측 불가능한 정책·규제 리스크이다. 현 인도 집권당의 힌두 민족주의 성향은 외국 문화에 배타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이며, 인허가 등 복잡하고 불투명한 행정 절차와 대규모 콘서트를 열기 힘든 인프라의 부족은 우리 기업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이다.

인도의 콘텐츠 유료 구독 현황

기회의 땅 인도
정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인도가 모든 면에서 ‘당장’ 준비된 파트너는 아니다. 지역 간 문화 차, 다언어·다종교 구조, 불투명한 규제, 낮은 콘텐츠 지불 의사 등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동시에 경제 규모, 인구 구조, 디지털 인프라, 산업 기반 등 많은 지표는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가능성과 한계를 종합할 때, 우리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의 세 가지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협력을 통한 현지화 전략(Collaborate, Don't Just Export)이다. 일방적인 콘텐츠 수출이 아닌, 인도의 풍부한 IP를 활용한 공동 제작(Co-production)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인도 합작 애니메이션 <라마야나>의 성공은 한국의 뛰어난 제작 기술과 인도의 방대한 서사를 결합하는 것이 현지 관객의 공감대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보여준다. 이는 85~90%에 달하는 자국 영화 점유율을 뚫고, 현지 문화 존중을 통해 정치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현실적 해법이다.

디지털 중심의 수익 모델 다각화(Diversify Business Models) 전략도 필요하다. 유료 구독에만 얽매이지 말고 광고 기반 무료 모델(Freemium), 게임 내 소액결제 등 인도의 소비 성향에 맞는 유연한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의 성공은 디지털 게임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증명한다. 또한, 인도 정부의 'Make in India' 정책과 연계하여 공식 굿즈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B2B 협력은 IP 침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단계적 시장 진출(Phased & Focused Entry) 전략이다. 인도 시장이 선호하는 특정 장르(공포, 스릴러 등)에 집중하여 성공 사례를 만들고, ODA(공적개발원조)와 연계한 현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적인 파트너십과 우호적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현명한 방식이다

이글을 쓰면서 인도에 대한 큰 관심에 비해 아직 인도 콘텐츠산업과 한류 현황에 관한 한국어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서울대학교 남아시아센터가 KOCCA 인도센터와 협력해 작성한 자료들이 거의 전부이다. 이 때문에 위에서 제시한 협력 전략도 이 자료들에 대한 분석과 필자의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낸 아이디어스케치에 가깝다. 향후 인도 현황 분석에 탁월한 전문가들과 콘텐츠산업 전문가들이 함께 정밀하고 지속가능한 전략을 수립하는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끝)

필자 박승룡은 한국일보 기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사업본부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한국 콘텐츠산업에 관한 국제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생각하는 힘'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