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 두 도시, 두 번의 특별한 만남

김영도씨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기적과 같다. 1972년, 흑인혼혈이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절 동아대학교를 졸업했고, 나중에는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의 중고등학교시절을 함께한 친구의 전언이 있다. "영도는 야구가 없었다면 주먹이 크고 힘이 셌었어. 아마도 주먹쓰고 살게 되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야구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전환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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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시작: 차지호 의원실 특별한 제안

2025년 여름 계절학기 중에 차지호 의원실로부터 CGV 상영에 대한 연락을 받았다. 동아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차지호 의원이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극장 상영을 제안해주신 것이 이번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의 배려와 관심이 없었다면, 이 소중한 이야기를 한국 관객들과 나눌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차지호 의원의 제안에 이어 오산시와 안양시에서도 특별한 상영회가 열렸다. 특히 최대호 안양시장은 '베이스볼 하모니'에 대해 듣자마자 즉석에서 결정을 내리셨고, 대단한 행정력으로 단 2주 만에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셨다.

에미상 노미네이션, 작품의 가치

'베이스볼 하모니'는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이다. 2025년 에미상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감독 홍지영(Amy Hutchinson)이 4년에 걸쳐 김영도씨와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탄생한 이 작품은, 단순한 개인사를 넘어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증언이 되었다.

Korea.net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에미상 노미네이션은 단순한 한국 영화계에 대한 인정을 넘어, K-pop이나 K-드라마를 넘어선 한국 서사의 문화적 영향력이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한국의 이야기가 포용, 역량 강화, 다양성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보편적 공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김영도 씨
기적 같은 이야기

김영도씨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기적과 같다. 1972년, 흑인혼혈이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절 동아대학교를 졸업했고, 나중에는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의 중고등학교시절을 함께한 친구의 전언이 있다. "영도는 야구가 없었다면 주먹이 크고 힘이 셌었어. 아마도 주먹쓰고 살게 되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야구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전환점이었다.

진정한 하모니:
흑인혼혈 아버지의 희생적 사랑

홍지영 감독이 발견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김영도씨와 딸 김하나씨의 부녀 관계였다.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은 미국에 온 것이다"라는 김영도씨의 말 속에는 흑인혼혈 아버지의 깊은 고뇌가 담겨있었다.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삶을 뒤로하고 37세에 낯선 땅에서 다시 시작한 것은, 딸이 자신과 같은 차별을 겪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희생이었다.

감독은 "진정한 하모니는 스포츠를 통한 문화적 소통이 아니라, 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야구를 포기하기로 결심한 아버지의 희생적 사랑에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에서 말하는 포용과 조화의 진정한 의미다.

동아대학교의 특별한 협력

차지호 의원의 모교이기도 한 동아대학교는 이 프로젝트에서 단순한 촬영 장소 제공을 넘어선 역할을 했다. 대학은 김영도씨의 동문들과 동료들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고, 그들의 증언과 기억을 통해 개인의 이야기가 한국 현대사의 단면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2024년 동아대학교에서 열린 '베이스볼 하모니' 특별 상영회는 이러한 협력의 결실이었다.

두 도시에서의 의미 있는 만남

두 도시의 상영회는 각각 다른 의미를 지녔다. 오산시에서는 다문화 관련 일선에서 일하시는 행정가들과 다문화 당사자들이 참석하여 한국에서 살아가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김영도씨와 같은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증언하는 자리가 되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이 이어졌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아픈 연결고리들이 드러났다.

안양시 상영회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안양시민들과 다문화가족들이 자녀들까지 함께 와서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깊이 공감하며 관람했다. 놀랍게도 2시간 동안 아기들이 단 한 명도 울지 않는 기적까지 일어났다. 마치 모든 이들이 스크린 속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여 하나가 된 듯한 순간이었다.

홍지영 감독은 한국 최초 흑인 혼혈 야구선수 김영도를 다룬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Baseball Harmony)>를 연출했으며, 이 작품으로 2025년 미국 에미상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부문'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습니다
동아대는 한국 최초의 흑인혼혈 야구선수이자 체육교사, 야구감독이었던 김 씨의 인생 역경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 특별 상영회를 지난해 1월 교내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두 나라에 전하는 다른 메시지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두 나라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미국에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단순한 정치적 동맹을 넘어서는 깊은 유대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100년 전 선교사들이 한국에 야구를 전래했고, 그 야구를 통해 한국의 아들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야기. 김영도씨 같은 한국인 이민자들이 동맹과 혈연으로 맺어진 특별한 관계의 산 증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 전하려던 메시지는 더욱 절실했다. 김영도씨가 1970년대에 겪었던 차별이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실이 증명하는 메시지의 시급성

한국 체류 한 달 동안 마주한 세 건의 슬픈 소식들은 이러한 메시지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주었다. 다문화 노동자만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일하게 한 지게차 인권유린 사건, 그리고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대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다 투신한 22세 일병의 안타까운 소식까지.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 젊은 군인은 '짱개', '짭코리아' 같은 혐오 언어에 시달리며 선임과 간부들의 방조 속에서 절망의 끝에 내몰렸다.

이런 현실 앞에서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며 반발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뉴스에서는 여전히 차별 사건들이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외국인 인구 200만 명을 넘어선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내국인은 4년 연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자들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관객들과 나눈 공감과 연대의식

오산시와 안양시에서 관객들과 나눈 대화는 특별했다. 공감과 울분, 동질의식과 연대의식까지 골고루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다문화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 행정가들의 현실적 고민, 그리고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순수한 반응까지. 이 모든 것이 김영도씨의 이야기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우리 이야기임을 확인해주었다.

홍지영 감독은 촬영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김영도씨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괴로워하며 촬영 중단을 요구했던 때"를 꼽았다. 하지만 에미상 참여가 끝난 후였다. 김영도씨가 별도로 전화를 걸어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을 때, 감독은 일가족의 아픈 마음을 도울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진정한 조화를 향한 여정

홍지영 감독의 말처럼, 진정한 조화는 이벤트나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한 인간적 진리에서 찾을 수 있다. 1972년 김영도씨가 꿈꾸었던 것처럼, 우리도 이제 진정한 조화와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차별이 아닌 포용으로, 배제가 아닌 동행으로 말이다.

인간존엄과 평등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고운 눈길과 말투부터 시작해서 우리 모두가 단련되어야 한다는 메시지. 이것이 바로 '베이스볼 하모니'가 에미상 DEI 부문 노미네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 전하고 있는 소중한 가치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먼저 제안해 주신 차지호 의원님과 '베이스볼 하모니'에 대해 듣자마자 결정을 내리시고 대단한 행정력으로 2주 만에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 최대호 안양시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분들의 혜안과 배려로 시작된 이번 한국 방문이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의미 있는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해, '베이스볼 하모니'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차지호 의원과 최대호 안양시장의 배려로 직접 마나 대화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게 된 이 귀중한 성찰이, 우리 사회가 진정한 조화와 포용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끝)


작성일: 2025년 81

필자 홍지영(Amy Hutchinson)은 남네바다 주립대학교(CSN)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로서, 네바다주립대학교(UNLV)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문적 연구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융합한 독창적인 방법론을 통해, 한국인들의 초국가적 정체성과 문화적 통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1950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김 씨는 흑인혼혈에 대한 차별과 설움을 겪으며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68년 동아대 야구 장학생으로 스카우트 되며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야구 선수가 됐다.
지난 1950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김 씨는 흑인혼혈에 대한 차별과 설움을 겪으며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68년 동아대 야구 장학생으로 스카우트 되며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야구 선수가 됐다. 동아대 시절 그는 3, 4번 타자와 1루수를 도맡으며 ‘그라운드의 와일드 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중심타선에서 활약하고 신체 조건도 뛰어나며 승부욕도 뒤지지 않았지만 한국 야구의 주류에 녹아들지 못한 김 씨는 후학을 가르치고 싶은 꿈으로 동아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1980년엔 부산 대신중학교에서 체육교사이자 야구감독으로 활동하며 ‘한국 최초의 흑인혼혈 체육교사이자 야구감독’ 닉네임도 얻었다.하지만 결국 인종차별은 김 씨 가족을 계속 힘들게 했고 37세가 되던 해 자녀들을 위해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